시스템적 사고: 인간–기계–환경의 삼중고리

상호작용을 설계하는 시스템 시야.

by JJ

우리가 직면한 환경 문제와 기술 혁신의 과제는 단순히 하나의 제품, 하나의 서비스, 혹은 하나의 산업 차원에서 해결될 수 없다. 기후위기의 원인 역시 특정 분야의 과잉 생산이나 특정 기술의 남용으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그것은 복잡한 시스템의 결과다. 전력망, 교통, 도시, 소비문화, 글로벌 공급망이 서로 얽히고설킨 그물망 안에서 탄소가 배출되고 자원이 낭비된다. 따라서 오늘날의 디자인은 더 이상 부분적인 문제 해결로는 충분하지 않다. 필요한 것은 시스템 전체를 보는 눈, 곧 시스템적 사고다.


ipcc-Report_green.jpg IPCC Climate Change 2023 Synthesis Report


시스템적 사고는 개별 요소가 아니라, 관계와 흐름에 주목한다. 한 제품은 단독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원재료의 채굴, 부품 생산, 조립, 물류, 사용, 폐기라는 긴 연쇄 속에 놓여 있다. 또 하나의 시스템 안에서 해결한 문제가 다른 시스템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 예컨대 전기차는 내연기관 차량보다 배출가스를 줄이지만, 배터리에 필요한 리튬과 코발트의 채굴 과정은 또 다른 환경 파괴와 사회적 불평등을 낳는다. 이처럼 한 부분만 개선하는 접근은 결국 새로운 문제를 만들 수 있다. 그러므로 디자인은 시스템 전체를 고려하는 방식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인간–기계–환경이라는 세 가지 축의 관계를 다시 바라보게 된다. 인간은 욕망과 필요를 지닌 존재로서 제품과 서비스를 사용한다. 기계, 특히 AI와 자동화 기술은 이러한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며, 해결책을 제시한다. 환경은 이 모든 과정의 배경이자 기반으로, 인간과 기계가 작동할 수 있는 조건을 제공한다. 그러나 오랫동안 디자인은 이 세 요소 중 인간과 기계의 상호작용에만 집중해왔다. UX, 인터페이스, 사용성은 인간–기계의 접점에서 발전했지만, 그 과정에서 환경은 종종 망각되었다. 이제 우리는 환경을 세 번째 축으로 포함하는 삼중고리 모델을 상상해야 한다.


삼중고리 모델은 인간, 기계, 환경이 서로 독립된 존재가 아니라, 상호 연결된 고리임을 보여준다. 인간은 기계를 통해 편리함과 효율을 얻지만, 동시에 기계가 소모하는 에너지와 자원은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 환경은 자원의 공급자이자 폐기물의 수용자이지만, 동시에 인간과 기계의 활동에 의해 변화하고 훼손되기도 한다. 기계는 인간의 지능을 보완하지만, 환경적 제약 속에서만 작동할 수 있다. 이 세 고리가 서로 맞물려 움직일 때, 우리는 비로소 시스템 전체의 균형을 이해할 수 있다.


실제 사례를 떠올려 보자. 한 도시의 교통 시스템을 설계한다고 가정하자. 인간의 요구는 빠르고 안전한 이동이다. 기계, 즉 AI는 교통량 데이터를 분석하여 신호 체계를 최적화하고, 자율주행차는 충돌 위험을 줄인다. 그러나 이 시스템이 환경적 측면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결국 더 많은 차량이 도로에 몰리게 되어 탄소 배출은 증가할 수 있다. 반대로, AI가 환경 데이터를 함께 고려한다면, 대중교통의 효율적 배차, 자전거 도로 최적화, 전기차 충전소의 전략적 배치 등을 설계할 수 있다. 이렇게 인간–기계–환경의 세 축을 동시에 고려할 때 비로소 지속가능한 교통 시스템이 가능해진다.


또 다른 예는 패션 산업이다. 인간은 아름다움과 개성을 표현하고 싶어 한다. 기계는 온라인 구매 데이터와 SNS 트렌드를 분석해 소비자의 선호를 예측한다. 그러나 환경적 요소를 배제하면, 여전히 과잉 생산과 의류 폐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만약 AI가 소비자의 수요 예측과 함께 의류 한 벌의 탄소 발자국을 계산하고, 순환 가능한 소재를 추천한다면, 패션 디자인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이 역시 인간–기계–환경의 삼중고리 사고가 가능하게 하는 변화다.


시스템적 사고는 결국 디자이너의 시선을 물건에서 생태계로 확장시킨다. 한 개의 제품, 한 번의 경험을 넘어서, 그것이 얽혀 있는 자원과 에너지, 사회적 구조까지 바라보게 한다. 그리고 AI는 이 복잡한 연결망을 가시화하고 분석하는 도구가 된다. 수많은 데이터와 상관관계를 인간의 두뇌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렵지만, AI는 이를 시뮬레이션하고 시각화하여 우리가 전체 그림을 이해하도록 돕는다.


디자인은 더 이상 부분적 문제 해결의 기술이 아니라, 시스템 전체를 설계하는 사유와 실천이어야 한다. 인간–기계–환경의 삼중고리는 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설명하는 상징적 틀이다. AI는 이 삼중고리의 복잡한 흐름을 조율하는 도구가 될 수 있으며, 디자이너는 이 틀 안에서 균형과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조정자가 되어야 한다. 시스템적 사고는 결국 디자인을 지속가능한 생태계 설계의 언어로 변화시키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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