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의 의미는 의미를 발견하는 '브랜딩' 과정에서 시작한다.
유독 브랜딩은 규모가 큰 기업에서만 새롭게 런칭하는 브랜드 또는
사업의 각도를 바꾸게 되어 그에 맞는 리뉴얼이 필요할 때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
왜 그럴까?
1. 브랜딩이 정확히 내 사업에 어떤 힘을 가지는지 경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에
2. 흔히 브랜딩이 디자인 또는 크리에이티브를 만드는 일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것과 달리 사업의 방향과 직결되는 브랜드 전략을 제공하는 것이라
진지하고 무거운 작업이기 때문에 선뜻 시도하기 어렵다는 이유
(한 마디로, 긴 프로젝트 기간을 할애할 여력이 없기도 하고, 디자인이나 기발한 아이디어는 괜찮지만
사업 방향성에 관한 모든 건 반드시 대표가 해야 한다는 역할에 대한 닫혀있는 사고 때문)
3. 브랜딩과 마케팅, 광고, 홍보에 대한 개념 구분이 어려워 내가 필요한 게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에
4. 브랜딩의 힘은 알지만, 에이전시에서 제안하는 예산을 소화하기 힘들기 때문에
월마다 2-3개 프로젝트 정도는
개인 사업하시는 대표님과 규모가 작은 기업에 도움을 드리고 있다.
(예산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주시는 만큼 받는다.)
그럼 프로젝트를 어떻게 결정할까?
리소스가 제한적일 때 누굴 도와줘야 할까?
나름 기준이 생겼다.
대표의 사업을 향한 진실된 태도와 사업이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하고 싶은 의지가 강한 경우엔
나머지 조건들은 '무조건'적으로 도움을 드린다.
포항에서 사업을 꾸려 나가시고 계신
'올바르다 신선생 쌀누룩' 신현순 대표님을 만나게 됐다.
줌(zoom)으로 진행한 첫 미팅에서 태도와 의지가 여실히 전해졌다.
(오랜만에 마주하는 밝은 표정 때문인지 단숨에 무장해제가 되고, 좀더 천천히, 친절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의미를 발견하거나 확장하고, 표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기에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우리 회사 식구들에게 가장 우선된다.
대표님이 요청한 두 가지 미션,
로고와 패키지.
첫 번째 미션, 로고
1인 기업은 대표가 곧 브랜드 자체라고 할 수 있다.
강력하고 직관적인 무기인 대표님의 '밝은 인상'으로 브랜드 태도와 의지를 전달하고,
브랜드 네임에 담긴 '올바르다'는 태도가 잘 드러나는 모습을 로고 심볼에 담아내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유독 브랜드 네임에 'ㅅ'이 많이 들어간다.
(올바르다 신선생 쌀누룩 = 'ㅆ'합하면 다섯 번)
대표님의 인간미와 사람의 건강을 위하는 올바른 마음을
'사람 인'으로 보여질 수 있도록 의도했다.
ㅅ = 人
마지막 미션, 패키지
쌀누룩
: 술을 빚는 데 사용하는 발효제
쌀누룩을 연상하면 대부분 '막걸리'를 떠올린다.
그런데 '막걸리'를 제외한, 요거트, 된장, 쌈장, 젓갈을 만드신다.
보편적인 연상 작용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그래도 시도한다면 설명 보다는 '직접 경험'이 필요하다.
'직접 경험'
: 맛 본다.
: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몸소 보고, 듣는다.
요즘 환경 문제로 건강한 지구를 만들어가는 캠페인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그중 병 또는 플라스틱 페트의 라벨을 떼서 분리 수거하는 캠페인이 생각났다.
'직접 경험' > '공장 체험'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몸소 보고, 듣고, 맛 볼 수 있도록
공장 체험 '티켓'을 만드는 솔루션을 고안했다.
라벨 = 티켓
라벨(티켓)을 떼서 가져 오시는 분에게는 무료로 '공장 체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
(도시에서 벗어나 한적한 시골 정취도 느끼기 좋고,
조금만 가면 포항 바다를 배경으로 시원한 물회도 맛볼 수 있다.)
프로젝트가 끝나면 클라이언트의 피드백이 우리의 기분을 좌지우지한다.
(부족하고 아쉬운 피드백도 물론 중요하다.)
그런데 피드백을 아끼는 분들이 상당히 많다.
또는 표현이 서툴러 의도와는 다르게 무관심하게 비치는 경우가 있다.
프로젝트 종료 몇 일 뒤, 대표님에게 카톡이 왔다.
선물을 보내 주신다는 반가운 카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