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남매가 종영했다. 안정적이었던 윤재-윤하,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서로 좋아하는 마음때문에 오해를 풀 수 있었던 정섭-세승, 그리고 누가 보더라도 뜬금없는 커플이었던 용우-지원 이렇게 3커플을 탄생시켰지만 현커(현재까지 사귀고 있는 커플)는 누구나 예상할 수 있듯이 윤재-윤하 1커플뿐이다. 용우-지원커플은 출연자들, 제작진들, 패널들과 시청자들 모두에게 그다지 환영받는 커플은 아니었다는 걸 증명하듯 온 커뮤니티에서 욕을 먹고있다. 왜 그럴까? 아마도 회피형 2명이 커플이 된 점, 그리고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지 않은 점, 무엇보다 자신의 선택에 정당성을 부여하고자 다른 출연자 탓을 하는 모습이 피로감을 양산하지 않았나 싶다.
이 프로그램 최대의 희생자인 재형은 결론적으로는 최대의 수혜자가 되었는데 최종커플이 되지 않았음에도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 이 방송에 출연함으로써 부모님들께는 '어떻게 하면 저렇게 아이들을 키울 수 있나?'라는 칭찬을 받게했고, 본인이 얼마나 매력적인 사람인가를 널리 알렸다. 여동생인 세승과도 아마 예전과 다른 새로운 관계를 갖게 되었을 것이며 과거에도 인기가 있었겠지만 앞으로는 정말 좋은 여자를 만나게 될 것 같다. 무엇보다 옛 여친+지원같은 이미지의 여성은 본능적으로 끌리더라도 단연코 피해야 할 사람 중 하나라는 사람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을 듯 하다.
용우로부터 많은 상처를 받았을 초아 역시 자신이 얼마나 매력적인 여성이고 훌륭한 인성의 소유자인지를 보여었고, 초아의 찐매력을 알아줄 훌륭한 사람과 좋은 연애를 하기를 바란다. 초아는 정말로 행복할 충분한 자격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용우가 마지막 선택하는 시간에서까지 초아에게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 분노를 감출 수 없는데 이 정도로 사람을 농락했으면 당연히 사과를 해야하는 게 맞다. 용우는 초아에게 '너는 행복했으면 좋겠어'라는 말을 할 자격이 없다.(사귀는 사이도 아닌데 초아에게 왜 누나라고 부르지 않는지 의문)
또한 끝까지 지원에게 외면받았고 (심지어 선택지에 넣지도 않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지원에 대한 배려를 멈추지 않았던 철현 역시 누구보다 행복할 자격이 있다. 자신에게 부족한 점이 있음을 인정하고 그걸 극복하기 위해 오랜시간 노력한 철현은 초아와 더불어 훌륭한 인성의 소유자임을 아낌없이 증명했다. 철현이 이 프로그램에 나와서 혼자 살려던 자신의 생각을 바꾸고 또 자신에게 맞는 사람은 밝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서 시청자인 나로써는 그의 변화가 반갑다. 개인적으로는 세승-정섭보다 세승-철현이 더 어울리는 짝이 아니었나 하고 생각한다.
범상치 않았던 출연자인 용우는 끝까지 모든 화제의 중심에 선다. 지원이 자신을 좋아하는 마음을 이용해 최종선택 며칠전에 재형-지원의 관계를 흔들고 결국 지원과 최종커플이 되지만 방송이후 아마 본인 스스로도 현타가 왔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사람이 열등감을 가질때 이 정도로까지 추락할 수 있는지 놀라울 지경이다. 지원을 정말 좋아해서 이 상황을 만든 것이 아니라 재형에게 타격을 주고 싶었고 (주연이를 위한다는 명목이었지만 결론적으로는 주연에게 더 큰 상처를 줌) 자신이 맘만 먹으면 언제든 인기녀를 쟁취할 수 있다는 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용우는 정작 화면에 그 모든게 다 드러날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나 보다. 안타깝지만 인성이 부족한 사람은 연예계에서조차 롱런할 수 없다. 용우는 이 프로그램에 나와서 어머니에게 너무 큰 실망을 드렸고 자신의 밑바닥만 보여주는 최악의 선택을 하고 말았다. 용우가 지금이라도 초아, 지원, 재형, 주연에게 사과를 하면 좋을 것 같고 인스타에 고대졸업사진을 올릴 게 아니라 자신이 부족했으며 반성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겠다는 글귀를 올리는게 낫지않나 싶다.
전형적인 내로남불인 지원은 누구보다도 방송을 보고 충격을 받았을 것 같다. 용우가 초아를 잔인하게 버리는 걸 보면서도 그게 자신에게는 해당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게 일단 가장 어리석고 재형, 철현의 솔직함을 철저히 짓밟은 지원이는 나중에 용우에게 똑같이 당하고 나서야 자신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 깨닫게 될 것이다. 그러나 용우와 달리 지원은 변할 기미가 엿보인다. 방송 마지막에 윤재와의 관계에서 변화를 시사하면서 (오빠에게 감사할 줄 몰랐던 자신을 깨달음)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그게 아마 지원에겐 큰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다. 재형을 놓친것이 지원에겐 땅을 치고 후회할 일이 되겠지만 이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에게 부족한 점이 무엇이고 또 어떻게 바뀌어야 되는지를 깨닫는다면 그것은 재형을 놓친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이 값진 일이 될 테니까.
센스쟁이 세승은 정섭과 현커가 아닌건 아쉽겠지만 프로그램내에서 충분히 자신의 매력을 다 보여주었고 또 사랑도 쟁취한 만큼 좋은 추억으로 남기고 자신의 길을 걸어가면 좋을 것 같고, 끝까지 솔직했던 주연 역시 자신의 감정만큼 다른 사람의 감정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배우면 좋겠다. 자존감이 높고 자신의 감정에 대해 잘 아는 초아-철현남매가 어떻게 보면 감정처리에 미숙한 용우-주연남매에게 필요한 사람들이었는데 연애프로를 일순간에 무슨 서바이벌게임처럼 만들어 버린 용우때문에 귀인을 잃어버린것이 어찌보면 가장 안타까운 일 중에 하나이다. 정섭은 세승과 현커일 줄 알았는데 전여친과 재회했다는 걸 보면 어딘가 어긋나는 소통문제가 결국 발목을 잡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정섭은 어리숙한 면이 있지만 나쁜 심성의 소유자는 아닌만큼 현생을 열심히 살아가길 바란다.
이 프로그램의 또다른 수혜자인 윤하는 한때 윤재에서 용우로 노선을 변경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받으며 시청자들의 원성을 산 적이 있지만 메타인지가 높아서 그런지 금새 제자리를 찾고 윤재와 최커에 이은 현커로 현재 가장 행복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윤하입장에서는 30대중반나이에 자신을 이토록 아껴주고 사랑해주는 5살연하 남친을 만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내가 윤하 부모님이라면 윤재가 엄청 이쁘고 마음에 들 수 밖에 없는데 윤하가 조건이 우월하지만 윤재 역시 재력이나 학벌, 외모에서 윤하에 크게 밀리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아마 둘은 별다른 변수가 없다면 결혼에 골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서울에서부터 싱가폴까지 온 출연자들의 식사를 담당해온 윤재는 연애남매에서 자신의 매력과 장점을 십분 발휘했고, 자신이 좋아하는 여성과 처음부터 끝까지 썸을타고 연인이 되었다는 점에서 이 프로그램에 애정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사이가 좀 껄끄러웠던 지원과의 관계 역시 변화의 계기가 되었을 것이고 부모님도 좋아하실 듯 하다. 지원이 장녀롤을 해왔다고 했지만 막상 방송을 보니 윤재가 오빠처럼 지원을 많이 보살펴주는 모습이 보이는데 윤재와 지원관계가 좋아지면 지원 역시 자신에게 있던 오래된 결핍이 채워지면서 앞으로는 더 나은 연애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프로는 사실 용우가 처음부터 끝까지 하드캐리한 프로그램임은 맞다. 처음에는 유니콘같은 출연자로, 중반에는 전형적인 회피형으로, 나중에 가선 빌런중의 빌런으로 변신했다. 무슨 드라마도 아니고 일반인 출연자인걸 감안한다면 현 시점에서 너무 많은 욕을 먹는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서지만 어느 정도는 스스로 자초한 일이기 때문에 마냥 동정심을 보내기도 어렵긴하다. 용우는 초반과 중반, 그리고 후반에서의 모습이 서로 너무 다른데 극단적인 회피유형으로 심리교재에 사용될 정도라고 하니 앞으로 용우의 삶이 어떻게 굴러갈지 사뭇 궁금하기도 하다. 연애남매 출연진들은 처음에 가족이 하나 더 생긴 느낌이라고 하고 프로그램이 끝나고 나서도 계속 지속적인 만남을 가지게 될 것을 기대했을텐데 용우때문에 아쉽게도 그러진 못할 것 같다. 용우는 초아, 철현, 재형, 세승, 지원에 이르기까지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었다.(+제작진과 시청자에게도) 용우가 방송이 끝나고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한다면 그 자체로도 이 프로그램은 의미가 있을 것이다. 나 또한 그가 그러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용우는 모든 여자출연자들(+시청자들)의 마음을 한 번은 흔들 수 있을 정도로 매력적인 사람이기 때문에 그가 이대로 그 매력을 발산하지 못하고 사장되어 버린다면 그것도 아쉬운 노릇이다. 재형이를 부러워하고 질투하기전에 사람들이 재형이의 어떤 점에 열광하는지를 먼저 파악한다면 용우가 지금보다는 훨씬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을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