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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모니카 Jul 13. 2024

당신봄날 아침편지86

2024.7.13 도종환 <여름 한철>


<不亦快哉行 이 또한 통쾌하지 아니한가> 다산 정약용의 한시 시리즈를 매일 받습니다. 일주일 전 아침편지에서도 시 3편을 소개했었는데요, 이 시의 매력은 독자에게 ‘시의 가벼움이 가장 큰 즐거움’ 임을 알게 해줍니다. 세상의 나온 수 많은 글 중 그 무게가 너무 무거워서 한 글자도 들어볼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한데요, 다산의 이 짧은 단시는 ‘평범함의 미학’을 일깨워줍니다. 오늘 저는 다산이 일깨워주는 ‘일상의 미학’을 현대적 버전으로 재밌게 들려주는 快哉行에 나섭니다. 광주시민자유대학(평등, 자유, 인문, 예술을 기치로 내건 시민들의 학구장)에서 ‘어린왕자’를 새롭게 보는 강연이 있어서요. 더불어서 갈 때 흰구름, 올 때 꽃향기 벗 삼으면 금상첨화겠지요.  

    

사람들은 때때로 이렇게 생각하나봅니다. ‘걱정거리 없는 모니카’... 저도 사람이니 걱정거리가 없을 리가 없겠지만, 이왕이면 아침부터 제 글을 읽는 분들에게 구태여 무겁고 진부한 얘기를 들려드리고 싶지는 않기에 어느 한 순간이라도 즐거웠던 일을 다시 꺼내봅니다. 복기할때는 그 기쁨이 두배 삼배가 되어 제 맘이 설레지고, 이어지는 또 다른 시간에도 영향을 미치니 일거양득 아니겠습니까.     

 

어제만 해도 지인이 공짜로 주신 옥수수를 받으러 갔다가 처음으로 꽃잎이 엄청 큰 함박꽃도 보고, 팥알이 생생히 살아있는 팥빙수로 더위를 식혀보면서, 지인들과의 소소한 얘기가 마치 옥수수 팝콘 뛰어나오듯 고소하고 맛있었습니다. 가져온 옥수수는 바로 제 문우들과 친구들과 나누어 주었네요. 혹여나 문우님 들 중 한 분이라도 옥수수에 대한 <단시>하나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심을 품고 주말을 보내렵니다. ^^     


초나라 심제량이 공자의 제자 자로에게 묻기를, ‘당신의 스승 공자는 어떤 사람입니까?’.

이에 대답을 못하자, 공자가 말하길, ‘한번 열중하면 먹는 것도 잊는다(발분망식), 하고 즐거우면 모든 근심도 잊는다(락이망우)’라고 했고 심지어 흥이 나면 ‘내 나이가 몇 살인지도 잊는다(부지노지장지)’라고 답했답니다. 말 그대로 공자님은 ‘흥생흥사’하셨던 분 같습니다. 주말입니다. 토요일 이라는 글자만 보아도 몸과 맘이 가벼워지는 시간. 부디 즐거운 일이 가득하길 소망합니다. 이왕이면 ‘시 읽기의 즐거움’ 마당 안에서요!! 도종환시인의 <여름 한철>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여름 한 철 도종환     


동백나무 묶은 잎 위에

새 잎이 돋는 동안

아침 창가에서 시를 읽었다    

 

난초 잎이 가리키는 서쪽 산 너머

지는 해를 바라보며

바로 세우지 못한 나랏일에 마음 흐렸다    

 

백작약 뿌리를 다려 먹으며

견디는 여름 한철     


작달비 내리다 그친 뒤에도

오랜 해직 생활에 찾아온 병은

떠날 줄을 몰랐다     


여름밤 깊고 깊어 근심도 깊은데

먼 마을의 등불도 흔들리다 이울고

띠구름 속에 떴다 지는 까마득한 별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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