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차곡차곡 채우는 글쓰기
한때, 마음속 헛헛함을 해소하기 위한 수단으로 술을 많이 마셨다. 주말만 되면 친구들을 불러 모으기 바빴고 매주 술약속이 꽉 차있었다. 휴일의 끝은 숙취와 함께 떠나가는 주말을 아쉬워하며 살았다. 공허해서 마셨더니 마실수록 공허했다.
어쩌다 약속시간 보다 일찍 도착한 곳에서 작은 서점이 눈에 들어왔다. ‘책을 언제 읽었더라.’ 아무도 없는 책방에서 종이냄새에 취해 한 참을 보냈다. 예전엔 힘든 일이 있으면 일기도 쓰고 블로그에 시시콜콜한 이야기도 곧 잘 끄적였는데. 그동안 하기 쉬운 일들만 하며 유혹만 쫓아다닌 내가 보였다.
그렇게 글쓰기를 시작했다. 쓰다 보면 어느새 괴롭지 않았다. 쓰기 위해 읽어야 했고 읽다 보니 더 쓰고 싶어졌다. 술을 마시면 숙취가 남았는데 글을 쓰니 충실감이 남았다. 글자가 빼곡히 담긴 편지처럼 마음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이젠 불편한 마음이 들 때마다 노트를 펼친다. 평안하니 않은데 어떻게 안 쓰고 배겨? 사각사각 연필소리를 들으며 소원을 빈다. 언젠가 이 불편함이 기똥찬 글로 태어나길. 쳐다보기도 싫었던 일들이 훗날 기쁘고 감사한 일이 되어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