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품격이란 어려운 것 같다.
시간이 없어 자동차 정비를 하러 갈 시간이 없어 미루고 미루다, 이러다 큰 사고가 나는 것은 아닐까 해서 억지로 시간을 내어 자동차 점검을 받으러 왔다. 이거랑 이거, 점검 좀 부탁드려요. 차를 맡기고 정비소 안으로 들어가면 정비소의 사무실에 붙어 있는 대기실이 있다. 몸에 달라붙은 까만 복장에 문신을 덕지덕지 한 사람, 야구모자를 잔뜩 눌러쓴 채 핸드폰만 보고 있는 누군가. 들어오는 사람마다 무언가 캐내기라도 할 듯이 노려보는 누군가. 정말 가지각색의 사람들이 앉아 있는 그 사이에 널찍한 테이블을 골라 빈 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한 시간 반 정도요?"
얼마나 걸리겠느냐 물었더니, 한 시간 반 정도를 기다리라고 했다. 다른 곳에 가야 하나, 그런 고민은 할 필요가 없었다. 그나마 괜찮다고 할 만한 인근의 정비소에는 이미 차들이 꽉꽉 차들어 있어서, 정비를 받아줄 여력이 되는 곳은 인근에 여기 밖에 없었다. 내가 사는 곳 인근은 자동차 정비를 맡기다 바가지를 당하기로 유명한 곳이라, 비어 있는 아무 곳에나 들어갈 수도 없었다. 한 시간 반. 그 정도면 양호하지.
열 명 남짓되는 직원들이 쉬지도 않고 움직이고 있는데도 대기실의 사람의 수는 줄어들지 않았다. "0000 차주님!" 약 10~20여 분마다 대기실로 직원이 들어와 어떤 차의 차주를 찾아댄다. 함꼐 차를 확인한 차주는 바로 결제를 하러 이동한다.
그렇게 들어오고 나가고, 다시 들어오고, 다시 나가고. 대기실의 사람들이 바뀌기를 거의 한 바퀴 했을 무렵, 나이가 60대가 되는 듯한 한 아주머니가 대기실로 들어왔다. 등산할 때 주로 쓰는 차양모자를 쓰고, 미국의 바비인형에 쓰이는 쩅한 형광색의 옷을 입은 아주머니. 손가락을 푹 찌르면 손가락에 감겨 놓아주지 않을 듯이 단단히 감겨 있는 파마 머리. 그리고 새빨갛게 염색한 머리. 아무리 적게 봐도 60대, 자세히 보면 70대보다 나이가 더 들어 보이는 그 아주머니는 대기실에 들어오자 마자 자리를 찾아 앉지 않고 계속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대기실의 이것저것을 뒤지고 만지고. 사무용 책상의 물건을 만지고 뒤지고. 그렇군, 엮이면 안된다. 신경쓰지 말자.
대기실과 사무실을 전부 다 뒤졌는지 겨우 자리에 앉은 아주머니는 이제 대기실에 하나 있는 티비의 채널을 돌리기 시작했다. 화면을 보며 티비를 보던 다른 사람들은 아주머니가 채널을 돌릴 때마다 한 명씩 시선을 티비에서 떼기 시작했다. 그렇게 아주머니는 제 혼자 보는 채널을 찾아냈는지 혼자 괴상한 웃음 소리를 내며 티비를 보기 시작했다.
나는 최대한 그 아주머니가 안 보이는 방향으로 자세를 고쳐 앉았다. 요즘은 워낙 이상한 사람들이 많으니까, 최대한 저 아주머니는 신경쓰지 않아야 한다. 다행히 읽을 책은 늘 들고다니는 편이고, 읽고 쓸 거리는 늘 넘칠 듯 많았다. 읽고 쓰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동안, 그 아주머니의 점검은 금방 끝날 가벼운 것이었는지, 점검이 끝났음을 알리러 직원이 도착했다.
"ㅇㅇㅇ 차주분. "
금액을 계산하려는데 다시 큰 소리가 나기 시작한다. 계산이 맞질 않는단다. 너무 많이 나왔다며 점주와 정비부분을 확인하러 가더니 큰 소리를 내며 다시 들어온다. 아주머니가 잘못 계산했단다. 직원이 계산한 내용이 맞다고 한다. 그러면서 한다는 말이.
"사기 치는 줄 알고 놀랐잖아." 라며 큰 소리로 웃으며 직원의 어깨를 퍽퍽 치는 아줌마. 자신의 말에 어떤 잘못이 있는 줄도 모르는지, 계속해서 민망한 듯 웃어대는 아줌마. 직원은 이제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가기 시작했다. 아예 무표정하게 되어버린 얼굴을 보고서야 뭔가 잘못됨을 파악했는지 그 무례한 아줌마는 다시 한번 말을 고쳐 한다.
"아니, 나한테 사기치는 줄 알았잖아."
역시. 모르는 구나. 갑자기 서글퍼진다. 저런 사람도 자식이 있고 저 아줌마의 나이로 보아 그 자녀도 이미 사회생활을 하고 있을 텐데, 그 자녀는 어떤 가정교육을 받을 수 있었을까. 세상을 살면서 모르는 사람에 대해 좋은 면보다 나쁜 면을 먼저 예상하게 되어야 하는 요즘이 참 서글픈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