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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ljonler Jan 13. 2019

관계에도 마침표를 찍어야 할 때가 있다.

3-2


 예전엔 문제 상황이 발생하면 언제나 나에게서 문제를 찾으며 스스로 반성했다. 스스로를 다그치고 혹사시키는 그런 방식은 개선의 여지가 1%라도 있는 일에는 정말 유효했다. 그러나 내가 개선된다고 해서 바뀔 가능성이 0%인 죽음이라는 현상 앞에서 나는 삶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고 완벽하게 무너졌다. 이 일을 계기로, 언제나 나에게서만 문제를 찾으려 하는 삶의 대응방법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돌아보니 관계 면에서도 나를 힘들게 하는 대상과의 마찰을 항상 내 잘못으로 돌리며 살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관계는 서로 상생하고 보완하는 것이지 일방적일 수는 없는 것인데 말이다.

 철학과 인문학을 통해 사람에 대해 사유하게 된 후에는 주변 상황은 완벽하다는 가정 하에 개인의 개선만을 부추기는 자기 계발서를 끊었다. 관계라는 것은 나 혼자만의 노력으로 유지되지 않는다는 걸 깨닫게 되면서 스스로에게 조금은 너그러워져도 된다는 걸 아니, 너그러워져야 한다는 걸 알았다. 이제는 균형이 깨져 끌려가거나 소통에도 개선의 여지가 없는 관계에는 먼저 마침표를 찍을 줄도 알게 되었다.



 주변에 늘 언행에 배려가 없고 사사건건 타인을 가르치려 들고 자기가 하는 생각과 말만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었다. 불편한 점에 대해 말했고 소통을 시도했으나 개선의 여지가 없었다. 나의 정신건강을 위해 관계의 단절을 택했다. 그런데 내가 일방적으로 관계를 끊었다며 허락하지도 않은 내 공간을 무단으로 헤집고 들어와서 내게 정신적 폭력을 행사하는 사건이 있었다. 분에 못 이겨 인격 모독을 해대는 몰상식의 전형이었다. 그 모습에 내 판단이 옳았구나 더 확신했다.

 인생의 바닥을 경험하고 나를 다독이는 방법을 알아 가게 되면서 이제 이 정도의 일은 나를 휘청거리게 할 정도의 일은 아니게 되었다. 그러나 언행 폭력에 대응하는 것이 이제는 완벽하게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심신이 지쳐 있을 때 옆에서 힘이 되어 주고 공감 섞인 지지를 보내 준건 진실한 사람들과 친구들이었다. 사람에 상처 받지만 사람에 의해 치유받고 살아간다는 너무 흔한 말이 그 순간만큼은 나에게 진리였다. 



 인간은 열이면 열 가지, 스무 가지 색깔을 내는 동물이기에 타인과 100% 맞을 수는 없다. 노력을 통해 맞춰가는 것이다. 서로에게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기 위해 간과해선 안 되는 노력이 바로 소통이다. 이 부분이 충족될 수 없는 관계라면 맞아질 수 있는 접점이 없는, 나와는 맞지 않는 그저 또 다른 종류의 사람이다. 그런 관계에는 스트레스받지 말고 단호하게 마침표를 찍자. 충분히 애썼다. 

 유유상종, 초록은 동색이라는 말처럼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게 되어있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의 소통이 주는 행복감을 느낄 시간도 부족한데 자기 생각만 우월하다며 불통을 자처하는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소중한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있을까. 오늘도 관계 때문에 힘들어하는 당신에게 때론 마침표를 찍는 것도 탁월한 선택이 될 수 있음을 말해주고 싶다. 그런 당신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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