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 SaaS 도장깨기는 언제까지 계속되는가?
최근 월가를 강타한 Citrini Research의 '2028 GIC' 리포트는 에이전틱 AI가 단순 반복 업무를 넘어 기업의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다는 충격적인 시나리오를 제시했습니다.
시장의 공포가 주식 폭락과 대규모 해고 우려로 번지는 가운데, AI 패권을 쥔 두 거인의 행보가 결정적 증거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2030년까지 800조 원을 투입해 '모든 것을 삼키는 단일 OS'가 되려는 오픈AI와, 클로드 코드로 SaaS 몰락의 방아쇠를 당김과 동시에 기존 B2B의 뼈대에 뇌(AI)를 이식하여 '상생 동맹'을 구축하려는 앤트로픽의 전략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여러분, 요즘 회사에서 AI 얼마나 쓰고 계신가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와, 챗GPT가 시를 써주네!" 하며 신기해하던 시절이 있었죠. 하지만 2026년 지금, 인공지능은 더 이상 묻는 말에 대답만 하는 친절한 비서가 아닙니다.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다른 프로그램에 접속해 데이터를 빼오고, 심지어 결제까지 진행하는 '에이전틱 AI(Agentic AI, 행동주의 AI)'의 시대로 진입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월스트리트와 실리콘밸리를 동시에 얼어붙게 만든 무서운 분석 리포트 하나가 화제가 되었습니다. 바로 금융 분석 기관 Citrini Research(시트리니 리서치)가 발표한 '2028 GIC (Global Intelligence Crisis, 글로벌 지능 위기)' 시나리오입니다. (*시나리오라고 표현한 것은, 데이터에 근거한 결과가 아닌 하나의 전망일 뿐이라는 의미입니다.)
오늘은 이 리포트가 왜 전 세계 IT 업계, 특히 잘 나가던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기업들을 공포에 떨게 했는지, 그리고 이에 대해 AI 업계의 양대 산맥인 오픈AI와 앤트로픽(Anthropic)은 어떻게 완전히 다른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지 살펴 보겠습니다.
먼저 화제의 중심인 Citrini Research의 '2028 GIC' 리포트 부터 확인해 보겠습니다. 이 보고서는 단순한 기술 전망을 넘어, 에이전틱 AI가 실물 경제와 기업 생태계를 어떻게 무너뜨릴 수 있는지 구체적인 3단계 붕괴 시나리오로 경고하고 있습니다. 불과 2년 뒤인 2028년에 벌어질 수 있는 일입니다.
네? 소비자가 없어진다구요?
1단계: '초생산성'의 달콤한 함정: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에이전틱 AI를 도입합니다. 주니어 개발자, 데이터 분석가, 마케터 10명이 일주일 걸리던 업무를 AI 에이전트 하나가 단 몇 분 만에 처리하죠. 기업의 이익률은 극대화되고 단기적으로 기술주와 기업들의 주가는 폭등합니다.
2단계: 파멸의 피드백 루프(Feedback Loop) 작동: 인건비를 대폭 절감한 기업들은 그 남은 돈으로 '더 똑똑하고 강력한 AI'를 구매하는 데 재투자합니다. AI가 고도화될수록 인간의 설 자리는 더 빠르게 좁아지고, 대규모 화이트칼라 실업 사태가 도래합니다.
3단계: 수요 증발과 GIC(글로벌 지능 위기) 도래: AI가 기업을 위해 완벽한 서비스와 상품을 미친 듯이 효율적으로 쏟아내지만, 정작 시장에는 그것을 소비할 '월급을 받는 인간'들이 사라집니다. 결국 극단적인 소비 침체와 디플레이션으로 실물 경제와 주식 시장이 붕괴하는 것. 이것이 바로 리포트가 명명한 'GIC(Global Intelligence Crisis)'의 본질입니다.
로봇은 집도, 침대도, 술도, 빵도 필요가 없습니다. 정작 재화와 서비스를 소비할 소비자가 점차 사라지는 것이죠. 이 끔찍한 연쇄 작용 속에서, IT 업계가 가장 뼈아프게 받아들인 대목은 바로 B2B 생태계의 제왕이었던 "SaaS의 몰락(Death of SaaS)"이었습니다.
여기 SaaS를 생태계를 보여주는 기가막힌 예시가 있습니다.
과거의 SaaS 기업(예: 세일즈포스, 아틀라시안 등)은 튼튼한 상가를 지어놓고 기업들에게 매달 월세를 받는 '건물주'였습니다. 기업들은 비싼 월세(=구독료)를 내면서도 뾰족한 대안이 없으니 그냥 썼죠. 직관적인 대시보드(UI)와 편리한 기능 때문에요.
그런데 '에이전틱 AI(특히 코딩에 특화된 AI)'라는 초특급 만능 목수가 등장한 겁니다. 더 무서운 점은, AI 에이전트끼리 API를 통해 0.1초 만에 직접 소통하기 때문에 '인간을 위해 예쁘게 만들어진 대시보드(UI/UX)' 자체가 필요 없어졌다는 것입니다.
이제 기업들은 비싼 월세를 내는 대신, 우리가 직접 만들자는 목적으로 AI 목수에게 "우리 회사에 딱 맞는 데이터 처리 프로그램 하나 뚝딱 지어줘"라고 명령합니다. 단 몇 주 만에 우리 회사에 딱 맞는 '맞춤형 조립식 주택'이 공짜로 생기는 셈입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지붕에 비가 새면(버그 발생) 스스로 원인을 찾아 코드를 수정하는 '자가 치유(Self-healing)' 기능을 발휘하고, 가족이 늘어나면 방을 알아서 증축(기능 자동 업데이트)하는 등 유지보수까지 완벽하게 스스로 해결하는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이 내용을 증명하듯 2월 20일에 엔트로픽은 Claude에 버그픽스 기능을 공식 발표해 사이버 보안기업들의 주가를 마구 흔들어 놓았습니다.
https://www.anthropic.com/news/claude-code-security
이러한 에이전틱 AI의 진화 속에서 가장 먼저 추풍낙엽처럼 떨어질 존재들은 누구일까요? 바로 'AI-Wrapper(랩퍼)' 기업들입니다. 자체적인 고유 모델이나 독보적인 데이터 없이 거대 기업의 API에 겉포장(UI/UX)만 예쁘게 씌워서 팔던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그 대상입니다.
최근 2026년 2월 비즈니스 인사이더(Business Insider) 보도에 따르면, 시트리니 리서치의 리포트가 촉발한 '화이트칼라 대량 해고 및 AI 발 경제 침체(Recession)' 우려는 단순한 이벤트성이나 기우를 넘어 실제 주식 시장의 연쇄 폭락(Stock Market Crash)을 야기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며칠정도의 이벤트가 아니라 산업 전방위적으로 확대되면서 악순환이 당분간 속될거 같다는 점입니다. (법률, 회계, 컨설팅, 게임산업 그리고 사이버보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시장이 이토록 극심한 공포에 빠진 결정적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글로벌 AI 패권을 쥐고 있는 앤트로픽과 오픈AI라는 두 거인의 행보가 이 파괴적 시나리오의 '실체적 증거'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흥미롭게도 두 기업은 AI-Wrapper와 단순 SaaS의 종말을 앞당기고 있지만, 그 방식은 완전히 대척점에 있습니다.
클로드(Claude)의 개발사인 앤트로픽은 완전히 새로운 각도에서 SaaS의 명줄을 끊으며 이 거대한 위기의 첫 번째 방아쇠를 당겼습니다. 바로 혁신적인 에이전틱 코딩 툴 '클로드 코드(Claude Code)'가 그 주인공입니다. 클로드 코드는 단순히 코드를 짜주는 것을 넘어, 사용자의 명령 한 줄이면 스스로 아키텍처를 설계하고, 디버깅을 수행하며, 완벽하게 구동되는 맞춤형 애플리케이션을 눈앞에서 뚝딱 만들어냅니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비싼 월 구독료를 내고 남들이 다 쓰는 범용 SaaS를 계속 쓸 이유가 단숨에 사라진 것입니다. 앤트로픽은 누구나 자신만의 소프트웨어를 창조할 수 있는 '만능 설계도'를 쥐여주며 기존 SaaS 비즈니스 모델의 근간을 가장 먼저 흔들어버렸습니다.
그렇게 4차산업혁명은 시작되었다.
vs
이것이 디스토피아의 시작일줄은 아무도 몰랐습니다.
훗날 클로드 코드에 대해 역사는 어떻게 평가할지 궁금하기만 합니다.
앤트로픽이 만능 설계도로 시장에 충격을 주었다면, 오픈AI는 막강한 인프라 자본력으로 시장을 짓누르며 공포에 쐐기를 박았습니다. 최근 CNBC는 오픈AI가 2030년까지 AI 인프라 확장에 무려 6,000억 달러(약 800조 원)를 쏟아붓겠다고 선언했음을 보도했습니다. 이 엄청난 자본의 목표는 명확합니다. 오픈AI는 스스로 세상의 모든 소프트웨어 구동 환경을 삼켜버릴 '거대한 단일 운영체제(OS)'가 되고자 합니다. 막강한 컴퓨팅 파워를 바탕으로 "이제 다른 툴 필요 없이 우리 안에서 코딩, 회계, 마케팅 다 해"라고 묶어버리면(Bundling), 그 아래 생태계에 기생하던 서비스들은 그날로 증발해 버립니다. 시장은 이 거대한 '포식자'의 등장에 주식 폭락(Crash)으로 응답한 것입니다.
시장의 폭락과 해고 공포는 바로 이 두 가지 팽팽한 힘—기업이 SaaS를 쓸 필요를 없애버린 앤트로픽의 실질적 코딩 에이전트와, 모든 것을 다 먹어 치우려는 오픈AI의 거대한 자본력—이 순차적으로 시장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멈출수 없습니다.
클로드 코드로 SaaS 생태계에 치명상을 입힌 앤트로픽이지만, 역설적으로 그들은 기존 B2B 기업들에게 가장 강력한 '구명줄'을 동시에 던지고 있습니다.
다리오 아모데이 CEO는 "우리의 목적은 기존 산업을 대체(Replace)하는 것이 아니라, 위대한 기업들과 파트너십(Partnership)을 맺는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 앤트로픽은 글로벌 IT 컨설팅 거인인 인포시스(Infosys) 등과 제휴를 맺으며 자신들이 직접 껍데기(UI)를 만드는 대신, 기존 기업들이 쓰던 복잡한 업무망 깊숙한 곳에 '지능(Brain)'으로서 스며들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 Wrapper 기업들에게는 사형 선고일수 있겠지만, 고유의 데이터를 가진 실력있는 DeepSaaS 기업들에게는 살아남을 수 있는 '동아줄'이 될 수 있습니다.
아무리 똑똑한 에이전틱 AI라도 '데이터'가 없으면 빈 깡통에 불과합니다. 기업의 핵심 자산(고객 정보, 결제 내역, 인사 평가, 수십 년간 쌓인 법무 자료 등)은 이미 기존 SaaS 기업들의 시스템 깊숙한 곳에 암호화되어 저장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업계에서는 '기록의 시스템(System of Record)'이라고 부릅니다.
오픈AI가 800조 원을 쓴다고 해도, 각 산업에 특화된 이 방대한 보안 인프라와 규제 시스템(군사, 의료, 금융 등)을 송두리채 갈취하지 않는 이상은 밑바닥부터 다시 구축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역설적으로 말해 (그 무엇이 되었던 간에) 자신만의 도메인 지식을 철저히 확보하고 지켜야 살아남을수 있다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도메인 지식(Domain Knowledge)의 극대화: 범용 AI가 800조 원을 쏟아부어도 단기간에 대체할 수 없는 것은 '특정 산업에 대한 깊은 이해도와 폐쇄적인 현장 데이터'입니다. AI-Wrapper는 죽겠지만, 자신만의 뾰족한 산업 지식과 데이터를 쥐고 AI 에이전트와 결합하는 기업은 빅테크조차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는 막강한 해자를 구축하게 됩니다.
'소프트웨어'에서 '솔루션'으로의 진화: 이제 "우리 소프트웨어의 기능이 더 많아요"라고 자랑하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진정한 가치를 창출하는 SaaS는 AI를 내재화하여 사용자의 개입 없이도 '최종적인 결과물(Outcome)'을 가져다주는 솔루션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단순히 회계 장부를 보여주는 툴이 아니라, 세금 계산부터 신고까지 알아서 끝내고 리포트까지 던져줄 수 있는 툴만이 살아남을 것입니다.
개인의 경쟁력: '질문하는 자'에서 '지휘하는 자'로: 우리 개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제 대량 해고(Layoffs)의 공포를 극복하려면 AI에게 코딩을 시키고 글을 쓰게 하는 것을 넘어, 여러 AI 에이전트들이 유기적으로 일하도록 시스템을 설계하고 관리하는 'AI 오케스트레이션(Orchestration)' 능력을 반드시 갖춰야 합니다. 미래의 가장 비싼 스킬은 AI를 지휘하는 능력입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보도한 주식 시장의 폭락과 시트리니 리서치가 경고한 대규모 실업의 공포는 분명 피부로 느껴지는 현실입니다. 변화의 속도는 멀미가 날 정도로 빠르고, 거대한 자본 앞에 도태될 것이라는 두려움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다리오 아모데이의 에세이처럼 AI는 기술의 청소년기(Adolescence of Technology)를 지나고 있습니다. 무작정 두려워하기보다는 시장의 흐름을 읽는 것이 중요합니다. 앤트로픽이 증명하듯, 고유의 가치(데이터와 도메인 지식)를 가진 자에게 AI는 파괴자가 아니라 먼저 협상을 제의받는 든든한 파트너가 되어줄 것입니다.
여러분의 회사, 그리고 여러분의 커리어는 지금 어떤 데이터를 쥐고, 어떤 AI 에이전트와 파트너십을 맺을 준비를 하고 계신가요? 오늘 하루, 그 질문을 던져보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