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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8

by Silverback



가족의 관계를 단단하게 엮어주는 것은

그 가족의 일원으로서

깊숙이 참여하고

관심과 정성을 갖고

쏟아부은 시간이다


그 세 가지가 한꺼번에 서로 스며들고 굳어져서

단단한 하나를 만든다

그렇게 된다면 거기에서 헤어 나올 수도 없이 화석이 된다


좋은 기억도

나쁜 악몽도

슬픈 추억도

기쁜 회상도

모두 하나의 거대한 역사로 얽혀서

날카로운 인식들을 둥글게 만들고

모난 자극들을 잠재운다


그 안에서는 정서의 보호막에 휩싸여

나의 감정이 안전하게 무게를 갖추고

분노보다는 용서를

희열보다는 미소를

그리고

아픔보다는 기쁨이 악수를 청해 온다



네가 네 장미꽃을 위해서 허비한 시간 때문에 장미꽃이 그렇게까지 소중하게 된 거란다



어쩔 수 없이 발을 담근 일,

화나고 슬픈 일이 있어도

오래전 같이 고생하고

같이 기뻐하고

같이 고민하고

같이 행복했던 기억이

감정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온다


내가 산 증인이 된 가족의 역사 속에서는

용서와 화해와

인내와 사랑 밖에는

남는 것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것이

가족이라면 반드시

함께

모든 시간을

보내야 하는 이유이다


230704.jpg Fomapan 400 / Nikon F5 / 45mm 2.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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