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흐름 속에서 새롭게 보는 가족 관계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족이라는 단어를 듣기만 해도 미소를 절로 떠올립니다. 더구나 추석과 같은 명절에 가족을 만나지 않고 따로 지내는 것은 생각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이는 우리나라나 동양에 국한되지 않고 서양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연어가 회귀하듯이 중요한 명절에는 가족들이 서로를 찾아 모입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위협하는 상황에서는 가족의 만남도 여의치 않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모 은행의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코로나19 감염 우려와 사회적 거리두기로 올해도 고향집 방문을 자제하는 대신 고향에 계신 부모님에게 용돈을 송금하는 사례가 늘어났다고 합니다.
베이비붐 세대는 대개는 4~5명의 형제자매와 함께 성장하였습니다. 물론 7~8명의 형제자매가 있는 집도 드물지 않았고 10명이 넘는 집도 있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성장하면서 많은 에피소드를 공유하고 있고, 그것이 가족 간 유대를 강화하는 원천이 되었습니다. 중고등학교까지는 같이 살았지만 대학을 가거나 직장을 다니게 되면서 집을 떠났습니다. 특히 상대적으로 기회가 많이 있는 서울, 부산 등 대도시로 많이 몰렸습니다. 이렇게 독립적인 생활을 하게 되자 형제자매간의 물리적 거리도 그만큼 생겨났습니다. 물론 물리적 거리가 생겼다 하여 마음의 거리가 생겼다는 것은 아닙니다.
성인이 되어 각자 사회생활을 하며 경제적 독립을 하고 가정을 꾸리면서 형제자매는 완전히 독립된 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자신과 함께 살아갈 배우자가 생겼고 둘 사이에서 자녀도 생기면서 가정은 새로운 우주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생긴 새로운 우주는 다른 형제자매가 만든 우주와 잘 결합되어 더 큰 우주를 만들기도 하지만, 일부는 갈등이 커져 더 멀어지는 결과가 초래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 보니 이웃사촌이 더 낫다는 얘기까지 나오기도 합니다.
농경사회에서 벗어나 산업사회를 거쳐 후기 산업사회를 살아가는 지금은 부모와 자녀 간에 또는 형제자매 간에 과거와 같은 경제적 공동체를 이루기는 쉽지 않습니다. 가족기업 또는 가족사업을 하는 경우는 예외라 할 수 있습니다. 어찌 보면 큰 바다에 나간 연어가 각자도생해야 하는 것처럼 베이비붐 세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서로 마음으로 응원하지만 일정 정도 거리를 두면서 독립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정서적으로는 농경사회적 공동체 의식이 남아 있으나 현실은 그렇지 못한 내적 충돌이 있습니다. 그리고 시대가 변화한 만큼 가족관계도 변화하여 여성의 권리가 신장되고 자녀 등 가족 구성원 하나하나의 독립성도 존중해야 하는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베이비붐 세대에게 인생에서 마지막 고비가 하나 있다면 그것은 증여와 상속입니다. 재산이 크든 작든 증여와 상속의 절차가 공정하지 못하다 생각되면 가족 간에 분란이 생깁니다. 가족 간 분란을 보노라면 재산이 차라리 없는 편이 낫다는 생각조차 듭니다. 이는 상속이 법적 절차만으로 마무리될 수 없으며 가족사를 총체적으로 반영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가족 내에서 평소 표현하기 어려운 서운함이 편중되어 있다면 그 연장선에서 증여와 상속을 둘러싼 파열음이 생깁니다. 물론 대부분의 가족은 평상시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고 기쁜 일을 함께 나누는 경험을 통해 갈등을 극복할 방법을 갖고 있어 증여와 상속으로 인해 큰 문제가 생기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여와 상속의 문제는 지혜를 갖고 대화를 통해 잘 해결해야 할 일입니다. 또한 본인이 증여와 상속을 받을 입장에 있지만, 자신은 자녀에게 증여와 상속을 어떻게 할지도 신중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이는 부모세대처럼 자녀에게 의존해서 노년을 보낼 수 없기 때문에 더욱 그러합니다.
가족이라는 동일한 단어를 써서 얘기하지만 현재의 가족은 과거의 가족과 다릅니다. 베이비붐 세대는 이제 자녀로서의 역할보다 부모로서 가족을 리드할 역할이 더 큽니다. 또한 수명이 길어져 백세시대를 살아갈 자기책임도 크게 다가옵니다. 가족 내에서 개인의 독립성이 더 존중되는 시대이기에 가족 구성원 하나하나에 대해 이해와 배려를 해야 합니다. 가족 구성원들이 이해와 배려를 바탕으로 서로 소통할 때만 가족은 유대를 굳건히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나무 한 그루 한 그루가 독립적으로 살지만 서로 간에는 쉼없는 소통을 통해 숲을 이루고 지켜가는 것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워야 합니다. 아무리 바쁘고 힘들더라도 전화나 문자 한 통이라도 먼저 하면 그만큼 가까이 다가서는 것이 됩니다. 서로 접촉할 수 있는 물리적 수단이 좋아진 만큼 자주 연락하고 만나며 화목한 가족을 만드는 것이 백세시대를 살아가는 힘의 원천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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