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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란 남자에게

디자인 에세이

by 스페이스댕



3살이 넘어가는 아이들을 관찰해 보자.


아이들은 자신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이 그냥 어떤 물체로서 형태나 빛깔에만 매료되는 단계를 넘어선다.

실제였다면 움직일 수 있는 것들의 모형을 가지고 놀기 시작한다. 이것은 남자아이나 여자아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이때부터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의 차이가 난다.


남자아이는 공룡이나 자동차와 같은 사람모양이 아닌 것에 더 매료된다. 반면 여자아이는 사람모양의 것들에 매료된다. 또는 적어도 사람모형이 함께 있어야 완성되는 것들을 가지고 논다. (일반화시켜서 그렇다는 거지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니 우리 아이가 그렇지 않다고 해서 걱정할 필요는 없다.)


신기하게도 이런 현상은 특별히 가르치지 않았지만 발현되는 것이다.

어른들이 선물하는 장난감 선물들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다고는 하지만, 집안에는 다양한 장난감이 있고 언제든지 두 가지 다른 부류의 장난감에 접근가능함에도 그렇게 행동이 달라지는 이유는 미스터리가 아닐 수 없다.


남자아이들은 힘에 관한 욕망을 가지고 자신을 장난감에 투영한다. 빠른 자동차, 힘센 공룡이다. 그리고 그것들을 여러 개 모아서 지배를 하고 싶어 한다. 이들을 이끌고 싶어 하고 잉여자원을 끌어모으고 싶어 한다.


여자아이들은 관계에 대한 욕망을 자신이 가진 장난감에 투영한다. 집, 파티, 패션, 액세서리, 쇼핑 등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스마트폰 장난감이 여자아이들에게 더 인기 있는 것 같다. 스마트폰으로 가족과 대화하고 쇼핑을 할 수 있으며, 보석장식을 할 수 있으니.


자동차는 이런 남녀의 완전히 다른 정체성이 뚜렷하게 투영된다.


남자는 아이일 때나 어른일 때나 여전히 성능과 스타일이 중요하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환경을 개척하고 자신의 영역을 확장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자동차의 비율과 파워가 중요하며 근육질이든 미래지향적이든 남과 달라야 한다. 영토를 확장하기 위해 멀리 갈 수 있어야 함은 당연하고, 캠핑카를 가지고 어딘가를 가면 가족의 영역구분을 확실하게 하고 싶어 하며, 그 영역을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 본능이다.


여자들이 생각하는 자동차는 약간 다르다. 가족과 대화하고, 쇼핑을 통해 자원을 채집하고, 아이들을 보호하면서, 쉬워야 하며 가계 운영면에서 효율적이어야 한다.


남자에게는 자동차는 자신의 일부이다. 단지 정신적 일부가 아니다. 신체의 일부이다. 땅을 지배함으로써 자원을 확보하고 힘을 과시함으로써 생물학적 경쟁자들을 주눅 들게 해야 한다. 또한 남과 달라서 눈에 띄어야 하며 지적으로 보여서 잠재적 경쟁자를 미리 물리쳐야 한다.


실제로 남자들은 말하지 않지만, 자신의 것 보다 큰 차, 멋진 차, 힘센 차를 보면 부러워하며, '저런 유지비 많이 드는 차를 왜 끌고 다니지'하며 애써 그것을 감춘다. 사실 그게 맞다. 왜냐하면 우리는 정글에 살고 있는 게 아니라 고도로 복잡한 가상 경제사회에 살고 있으니 자신의 사회적, 경제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네트워크 관리과 효율성을 찾는 게 중요하지, 내 차에 몇 명을 얼마나 빨리 실어 나르느냐가 중요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의 남자들은 여전히 원시적 욕망을 가지고 있고 실제로 아직 그 효과가 있다.


영화 백투더퓨처에서 마티는 Toyota SR5 Xtra Cab 4x4를 욕망하고 결국 그것을 얻는다. 성인이 되는 남자아이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순간이다. 그것은 아버지의 영역에 지배를 받던 자식이 드디어 독립을 얻는 것과 다름이 없으며, 그토록 욕망하던 힘과 지배영역을 가지게 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라이온 킹 심바가 아버지 무파사와 같은 갈기를 가지게 되는 시점과 같다. 그리고 아바타에서 제이크가 이크란을 처음 길들여 날아오르게 되면서 나비족과 동등한 자격을 얻게는 순간과 같다.


남자아이가 아버지에게서 받는 최고의 선물은 자유와 영역이다. 영역은 자원이기도 하지만 책임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독립하며 스스로에게 책임을 지기 시작한다. 그것이 아이들이 두려워하면서도 가장 원하는 아버지의 선물인 것이다. 아들은 자동차를 얻게 되면서 스스로 아버지가 되는 것이다.


자동차는 정체성의 표현이라고도 한다. 내가 어린 디자이너였을 때는 이것을 그냥 상징적인 이론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알겠다. 남자아이가 자동차를 통해 가지고 싶었던 정체성은 어릴 때 자신이 바라보던 아버지가 누리던 자유와 가족에 대한 책임이라는 것을. 그래서 나는 다시 젊은 디자이너로 돌아가 정체성을 제대로 표현하는 디자인을 해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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