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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의 사계절

by 은빛영글

봄, 가을은 사라지고

여름과 가을만 남을 거래

분명 가을인데, 겨울 같은 요즘이야


"따뜻하게 입고 나가!"

나의 잔소리는 너에게 닿지 않지

"그러다 감기 걸려도 학원 보낼 거야!"

그제야 주섬주섬 겉옷을 챙겨 입더라

꼭 큰 소리가 들려야 말 듣지


날 선 바람에 웅크린 내 눈에

너희들이 들어왔어

요즘 보기 드물게 교복 재킷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아이

편한 게 최고겠지, 생활복만 덜렁덜렁 입은 아이

할머니 손에 자란 걸까, 숏패딩을 벌써 꺼내 입은 아이

바람막이 하나 툭 걸쳐 입은 아이

그리고 덜렁덜렁 반바지만 입은 놈


사계절이 공존하는 너희의 세상


그 언젠가 나의 엄마도 내 등짝을 때렸었지

교복 치마 속에 스타킹 좀 신으라고

춥지 않았다면 당연히 거짓말이지

그런데, 그게 그렇게 싫더라.

고분고분 엄마 말 듣는 모습은 보이기 싫더라

하나도 안 추우니까 잔소리 그만하라고

소리 빽 지르고 문 쾅 닫고 나왔어

그래도 되는 줄 알았어

사춘기니까

사춘기는 그래도 되는 거니까


이제야 알겠어

그때 엄마 손이 얼마나 아팠을지



#감기걸려도학원보낼거라는건진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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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