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와 같은 날이었어
언제나 그랬듯 너는 집에 오자마자 침대에 누웠지.
옷부터 갈아입어라, 숙제부터 해라, 폰 좀 그만 봐라
내 입에서 흘러나온 자음과 모음은 너에게 닿지를 않았어
한쪽 귀에라도 들어갔으면 반대쪽 귀로 흘러나왔을 텐데
내 말은 허공을 맴돌다 그렇게 사라져 버렸지
낮 시간을 그렇게 허비했으니 당연한 결과였을 거야
늦은 시간 학원 끝나고 집에 온 너는
부랴부랴 내일을 준비했어
동생과 아빠가 이미 잠들어버린 후였지만
너는 할 일을 끝내지 못했어
“이번 주에도 그러면, 엄마가 내 폰 잠가.”
호기롭게 외쳤던 너의 약속은
역시나 공수표가 되었지
그것은 더 이상 약속도 목표도 계획도 아닌
어제와 같은, 지난주와 같은, 그냥 너였어
마주하고 있으면 화를 낼 것 같았어
이미 다 타버린 성냥처럼 오늘의 체력이 바닥난 후였지만
까짓거 내일의 체력을 끌어다 쓸 수도 있었지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어
어두운 침대 위에 앉아 책을 읽으려 애썼어
너에게 화를 내지 않기 위해서
너희 고단함은 네 선택의 결과라는 걸
느끼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어쩐 일인지 심장이 말을 듣지 않았어
당장이라도 목구멍 밖으로 뛰쳐나올 것처럼 빠르게 뛰었어
참으려 애쓸수록 그 속도가 더 빨라졌어
화가 나서 심장이 빨리 뛰는 건지
가슴이 진정되지 않아 화가 나는 건지
기어이 나는 한바탕 쏟아내고 말았어
십 년 전의 너였다면 당장 울음을 터뜨렸겠지
하지만 너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눈동자만 데구르르 굴리느라 바빴어
좀처럼 가라앉지 않은 가슴을 부여잡고 있었어
째깍째깍 시곗바늘이 한참을 움직이고 난 후였어
어둠 속에 들려오는 너의 규칙적인 숨소리에도
내 심장 속도는 여전히 빠르게 뛰고 있더라
그건 참지 못한 분노에 대한 후회였을까
덜 퍼부은 아쉬움이었을까
#부정맥인줄알았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