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그냥 결혼이나 할까?

by 소융이

내가 상담쪽에서 일하고 있을때 나는 회사에서 가장 ‘쎈 팀’에 소속되어 있었다. 클라이언트들이 주로 약물중독, 마약중독, 섹스중독, L.A 교도소에서 출소되어 홈리쓰로 전락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내가 약물을 처방하거나 환자를 병원에서 돌보는 의료 계통에 종사하는 것도 아니고, 상담을 중심으로 지역사회 자원을 연결해주는 사회복지사인데, 내가 가지고 있는 타고난 성격이 그들을 상대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생각으로 점점 지쳐가고 있었다. 반면에 나와 데이트하는 이는 (지금의 남편) 회사에서 상대적으로 일이 없는 시즌에 속해있었다. 그렇게 지쳐가는 나와 할일이 없어 편안하게 지내는 남친은, 5월 따스한 봄날 어느 날, 동네 공원에 돗자리를 깔고 누워서 하늘을 바라보며 이야기 하고 있었다.


“아. 자기야 나 회사 때문에 힘들어.”

“나는 요즘 일이 없어서 좀 편안하지. 좋아. 편해.”

“자기야 나 그냥 회사 때려칠까봐”

“자기가 맞지 않다고 느끼면 그렇게 하는게 맞는거지. 그래 그만해 그럼.”

“그럼 자기야, 나 회사도 때려칠꺼고 자기는 시간도 많은데 우리 그냥 결혼이나 할까?”

“그럴까?”

“그래. 우리 그냥 결혼이나 하자”

“ 그러자 결혼하자!.”

“그럼 우리 결혼하는데, 나한테 다이아몬드 반지같은것좀 보여줘봐봐?”

“(잠시 폭풍 검색 후), 그럼 우리 여기가보자”


남친은 갑자기 Yelp (미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주변 상점찾기 앱)에서 다이아몬드 반지를 전문으로 하는 보석가계를 폭풍 검색했고, 우리는 그 보석 가계로 향했다. (나는 다이아몬드가 비싸봤자 금보다 4-5배 비쌀꺼라고 생각하고 보석가계로 향했다. 나는 다이아몬드의 투명도에 따라, 빛깔에 따라, 깍인 단면의 섬세함과 굴절도에 따라 그렇게 가격대가 천차만별일 수 있다는 사실을 정말이지 전혀 몰랐다. 그래서 결국에는 구경만하고 가계를 나왔다).


그렇게 우리는 누가 먼저 프로포즈라고 할것도 없이 너무 자연스럽게 결혼이야기가 나왔고, 너무도 편안하게 마치 예정된 순서인것 마냥 결혼준비를 해나갔다. 한국말만 서툴게 할 줄 알 뿐 한국에 관해 많이 모르는 그가, 나를 위해 한국에서 결혼식을 올리겠다고 했다. 고마운 마음에 내가 한국에 먼저 가서 알아서 결혼식과 신혼여행 준비를 한다고 했고, 그가 한국의 사정을 전혀 모르는 덕분에(?) 우리는 한번도 싸우지 않고 성당에서 부부의 연을 맺었다. 누군가의 말처럼 결혼은 누군가에게 너무 어렵고 결정해야할 사항이 많은 힘든 과정이지만, 우리는 결혼의 모든 과정을 뭔가 수월하고 편한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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