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타 항공
심은 2019년 5월 말 졸업을 했다. 사업하던 사장에서 늦깎이 학생으로 신분변경된 아들을 2년 반 가까이 믿고 지지해 준 가족들과의 하와이 여행을 졸업 시기에 맞추어 계획했다. 얼마뒤 바로 일을 시작해야 했던 터라 미국을 나갈 수는 없고 부모님께서 오시기 가장 짧은 미국인 하와이로 여행지를 정했다.
약 6일간의 하와이 여행을 마치고 부모님은 한국으로 돌아가셨고 우리는 다시 Savannh로 오는 비행기에 올랐다. 하와이에서 동부로 오는 비행여정은 디트로이트에 2시간 정도 경유를 해야 하는 일정이었다. 호놀룰루에서 출발한 비행기는 경유지 디트로이트 공항에 도착했고 우리는 다음 게이트를 찾아 급히 움직였다. 게이트 앞에 의자들은 빈 곳 없이 사람들이 가득 차 있었다. '보딩 시간이 넉넉히 남았는데 왜 이렇게 사람이 많지?' 의아해하며 자리를 잡고 앉았다. 얼마 후 게이트에서 직원이 방송을 하기 시작했다.
"ooo 편 비행기가 만석이라 일정 변경이 가능한 승객, 다른 비행기로 배정을 원하는 승객을 모집합니다. 가능한 승객은 카운터로 와주세요."
“심, 비행기 만석인가 보다. 우리는 일정 바꿔도 상관없는데... 그런데 오늘은 집에서 자고 싶은데 내일 출발 비행기로 해주면 어떡하지? 가서 물어볼까?”
그렇게 심과 게이트 앞 카운터로 가서 물어보기 위해 줄을 섰다. 앞에 있던 외국인의 일처리가 끝날 무렵 밝게 웃는 그분의 미소를 보며 저분은 일이 잘 풀렸나 보다 짐작했다. 그리고 드디어 우리 차례,
“안녕, 우리 이 비행기 타는 심부부야. 여기 여권. 우리 비행기가 만석이라는 방송을 들었어. 다른 비행시간으로 바꾸면 몇 시 비행기야? 우리는 바꿀 의향이 있어.”
“고려해 줘서 고마워! 내일 출발하는 비행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원래 비행기보다 1시간 반 후에 출발하는 비행기가 있어. 만약 내일 출발하는 비행기가 괜찮다면 호텔을 우리가 제공해 줄 거고, 너희가 1시간 반 후에 출발하는 비행기로 바꿔준다면 우리가 900$ 해당하는 기프트 카드를 줄 거야.”
900$ 이라니. 우리 귀를 의심했다. 분명 900$을 준다 하는데 잘못 들은 건가?
“우리는 일정 변경되도 여유가 있어. 1시간 반 후 출발하는 비행기로 바꿀게. 그런데 1인당 900$ 바우처를 준다고?”
“응. 1인당 900$. 상황을 이해해 줘서 고마워!! 내가 지금 비행 일정 변경이랑 기프트 바우처까지 처리해 줄게. 엇! 잠깐만, 너희 비행기 안 바꿔도 되겠다. 자리가 났어! 원래 비행기 그대로 타면 되고 바우처는 그대로 처리해 줄게”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탐욕에 눈이 멀어 내 귀가 잘못된 것인가 재차 확인이 필요했다.
“와우! 원래 우리 비행기 타도 되고 바우처도 준다고? 고마워!”
친절한 델타 직원은 그게 맞다고 하며 찡긋 윙크를 해 보였다.
“처리 다 됐어. 며칠 안으로 이메일이 갈 거야.”
“처리해 줘서 고마워! 좋은 하루 보내!”
해맑게 인사하고 의자에 자리 잡고 앉아 대체 우리가 들은 이 내용이 맞는지 현실적으로 이게 가능한 일인지 잘못 이해한 건 아닌지 서로 재차 의구심을 가지며 묻고 또 물었다. 그러던 중 ‘띠링’ 델타 고객센터에서 기프트 바우처 컨펌 이메일이 왔다.
‘오늘 비행기 좌석에 자원해 주신 당신의 관대함에 감사합니다. 우리는 당신의 융통성에 감사드립니다! 오늘 비행기에 자원을 해준 대가로 아래 선택지 중에서 원하는 제안을 선택해 주세요.’
스팸인가.. 하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지금 딱 이메일이 오지 않았나… 조심스럽게 이메일에 있던 Select item 버튼을 클릭하니 델타 바우처 관련 페이지로 연결이 되었고 선택지가 아마존 키프트 카드 또는 델타 항공 전자크레디트 이렇게 2가지 정도가 있었다. 우리는 곧 Florida로 이사 예정이었기에 사야 할 물품들이 제법 있었던 터라, 나는 아마존 900$ 기프트 카드로 선택했고, 심은 추 후 한국 갈 비행기를 사야 할 일이 많기에 델타 900$ 기프트 카드 선택.
“심, 우리 매트리스 살 수 있겠다! 나 침대 틀도 사고 싶어 ^^ 로또 당첨 된 거 같다!”
우리는 플로리다까지 중소형 차로 이사해야 할 상황이라 쓰던 토퍼 (매트리스 위에 까는 도톰한 요)랑 박스형 매트리스 틀을 Savannah에서 팔고 가야 했다. 즉 이사 가서 다시 사야 했다. 하지만 매트리스와 틀을 함께 사려니 금액이 상당히 높아서 마음이 무거웠었는데, 델타 덕분에 매트리스 없이 스티로폼 위에 토퍼 깔고 자던 생활을 끝낼 수 있겠구나! 감사합니다!
그렇게 델타항공의 서비스에 감탄하며 원래 예정되었던 비행기를 탔다. 심지어 비상구 열로 배정받아 186 cm 장신 심의 다리도 편안하게 뻗고 비행하여 Savannah에 도착했다. 그리고 다음 날, 전자기프트 카드가 이메일로 도착했다. 진짜로. 900$ 아마존 카드, 900$ 델타 카드.
이 일이 있고 우리는 델타 항공의 충성 고객이 되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어 우리를 충성 고객으로 만들어 버리다니. 물론 이런 일이 평생 한번 일어날까 말까 하고 같은 일이 또 있었어도 그때그때 항공사의 대처는 다를 수 있지만 일단 승객이 보인 관대함, 융통성에 감사할 줄 아는 항공사라면 충성할 가치가 있다는 결론.
900$ 아마존 카드로 살림살이 유용하게 다 사고 900$ 델타 카드로 한국 잘 다녀왔습니다. 고마워 델타! 이후 벌레아파트 맞닥뜨리기 전 아주 큰 힘이 되었어요. 아니 미국서 긴장 빡! 하고 지내던 벌이 없던 30대 유학생 부부에게 큰 응원이 되었어요.
빠르지 않다고 실수가 있다고 화낼 필요가 없는 미국 생활의 굵직한 에피소드였다. 내가 잊지만 않고 챙기면 시간이 걸려도 결국 해결을 해준다. 어딜 가도 청명한 하늘과 푸른 나무 보면서 좀 멍 때리다 보면 잊을 때쯤 해결이 된다. 덕분에 빨리빨리 나라에서 온 토종 한국인 심부부에게도 여유라는 것이 생겼다. 이렇게 또 한 번 더 적응해 가며 그 해 여름이 지나갔다.
달콤 살벌 심부부 미국 유학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