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에서 참여로 (2)

참여가 예술이 되는 순간

by HJ

참여가 예술이 되는 순간


참여는 언제나 예술이 되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 예술 현장에 들어온다고 해서, 혹은 몸을 움직이고 의견을 말한다고 해서 그것이 곧 예술이 되는 것은 아니다. 참여는 예술의 가능성일 뿐, 그 자체로 예술을 보장하지 않는다. 참여가 예술이 되는 순간은 따로 존재한다.


참여가 예술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참여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참여를 많이 이끌어내는 것이 목표가 되는 순간, 참여는 기능이 된다. 기능으로서의 참여는 미리 정해진 결과를 향해 설계되고, 참여자는 그 결과를 완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배치된다. 이때 참여는 예술을 풍부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을 설명하기 위한 장치로 전락한다.


소셜아트에서 말하는 참여는 다른 지점에서 시작된다. 참여는 결과를 완성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예술이 발생하는 조건이다. 참여자는 무엇을 만들어내야 할 책임을 지지 않는다. 대신 그 자리에 머물고, 반응하고, 선택하는 존재로서 예술의 흐름에 영향을 미친다. 이 영향은 크거나 명확할 필요가 없다. 작은 망설임, 예상과 다른 반응, 선택하지 않겠다는 선택 역시 예술의 일부가 된다.


참여가 예술이 되는 순간은 참여자의 행위가 의미로 환원되지 않을 때이다. 참여자가 무엇을 ‘의미했는지’를 해석하는 대신, 그 행위가 어떤 상황을 만들어냈는지가 중요해지는 순간이다. 이때 예술은 메시지가 아니라 사건으로 작동한다. 참여자는 표현하는 존재가 아니라, 예술이 움직이도록 만드는 조건이 된다.


이러한 참여는 통제되지 않는다. 참여가 예술이 되는 순간, 예술은 예측 불가능해진다. 누군가는 예상보다 오래 침묵하고, 누군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반응한다. 이 불확실성은 기획의 실패가 아니라, 예술이 살아 있다는 신호이다. 참여가 예술이 되기 위해서는 이 불확실성을 견딜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참여가 예술이 되는 또 하나의 조건은 참여자가 평가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잘한 참여, 의미 있는 참여, 적극적인 참여라는 기준이 등장하는 순간, 참여는 다시 감상의 구조로 되돌아간다. 누군가는 더 잘 참여하고, 누군가는 덜 참여한 존재로 구분된다. 소셜아트에서 참여는 비교의 대상이 아니다. 참여는 그 자체로 충분하다.


이때 참여는 발언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움직이지 않는 참여, 말하지 않는 참여, 중간에 빠져나가는 참여도 포함된다. 참여자가 자신의 속도로 머무를 수 있을 때, 참여는 강요가 아니라 선택이 된다. 선택 가능한 참여만이 예술이 될 수 있다.


참여가 예술이 되는 순간은 참여자가 예술을 소비하지 않을 때이다. 참여자는 무언가를 받으러 오는 존재가 아니라, 함께 시간을 만들어가는 존재이다. 예술은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 발생한다. 참여자는 관람객도, 체험객도 아니다. 참여자는 그 장면을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이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예술가는 참여를 연출하지 않는다. 예술가는 참여가 발생할 수 있는 조건을 설계한다. 누가 들어올 수 있는지, 어떻게 머물 수 있는지, 언제 나갈 수 있는지를 정한다. 이 설계는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참여가 예술이 될 수 있도록 보호하는 틀이다.


참여가 예술이 되는 순간은 시간의 감각에서도 드러난다. 참여는 즉각적인 반응을 요구하지 않는다. 참여자는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도 들어올 수 있고, 한참 뒤에야 반응할 수도 있다. 이 느린 시간은 효율적이지 않지만, 의미가 생성되는 시간이다. 참여가 예술이 되기 위해서는 이 시간의 낭비를 허용해야 한다.


참여는 또한 예술의 책임을 분산시킨다. 예술의 성공과 실패는 더 이상 예술가에게만 귀속되지 않는다. 참여자 역시 그 장면의 일부이기 때문에, 예술은 공동의 사건이 된다. 그러나 이는 참여자에게 부담을 지우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예술이 특정한 개인의 성취가 아니라, 함께 발생한 일이라는 인식을 만든다.


참여가 예술이 되는 순간은 예술이 설명되지 않아도 괜찮아지는 순간이다. 참여자는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말하지 않아도 된다. 이해했는지 증명하지 않아도 된다. 중요한 것은 그 자리에 있었고, 그 시간에 영향을 주고받았다는 사실이다. 참여는 결과를 요구하지 않는다.


이러한 참여는 예술을 불완전하게 만든다. 그러나 이 불완전함은 결핍이 아니다. 그것은 예술이 닫히지 않았다는 증거이다. 참여가 예술이 되는 순간, 예술은 완성되지 않고 계속해서 진행 중인 상태로 남는다.


결국 참여가 예술이 되는 순간은 예술이 통제에서 벗어나는 순간이다. 예술이 설명과 평가의 대상이 아니라, 관계와 시간의 사건이 되는 순간이다. 참여는 예술을 돕지 않는다. 참여는 예술 그 자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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