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정욱 Jul 23. 2018

나는 남들과 무엇이 다른가?

취업, 이직을 앞둔 이가 던져야 할 질문 (1)

최근에 이직을 준비하며, 이런저런 질문과 생각이 많았다. 그 과정 자체가 나에게 큰 공부가 되었다. 그때 끄적거린 글을 정리하고자 한다. 취업과 이직을 앞둔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자 하는 바람이다. 총 2부작이다. 




1부. 나는 남들과 무엇이 다른가?


가치보다 중요한, 희소성 원칙


세상에서 무엇이 가장 가치 있을까?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만, 그중 하나가 '물’이다. 우리에게 물은 너무나 중요하다. 조금만 부족해도 금방 죽을 정도로. 하지만, 그토록 가치가 뛰어난 물은 왜 500ml에 800원인가? 경제학 시간에 다들 배웠겠지만, 비교적 흔하기 때문이다. 이를 기업이나 이직으로 바꿔봐도 마찬가지다. 많은 기업이나 후보자가 ‘가치 제공’의 입장에서 접근한다. “내가 얼마나 멋진 제품을 만들었는데!” “내가 얼마나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데!" 열심히 일한 만큼, 고객이 알아주기를 혹은 회사에서 알아주고 그만큼 보상해주기를 바란다. 





하지만, 채용하는 회사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어쩌면 아주 단순하다. 그 사람이 이탈했을 때, 그를 대체하기 위해서 '시장에서 얼마나 많은 비용을 들여야 하는지'가 훨씬 중요한 쟁점이다. 예를 들어 연봉 4,000만원의 개발자가 있는데, 그 정도의 개발자를 다시 채용하려면 6,000만원이 필요하다고 가정하자. 그 개발자가 이직 혹은 퇴사 의사를 밝혔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말리지 않을 도리가 없다. 파격적으로 5,000만원까지 올려주더라도, 더 남는 장사를 하는 것이다. 별도의 채용 비용을 빼고서라도 말이다. 앗, 가만히 생각해보자. 나와 회사의 관계에 관계가 더 추가되었다. 바로 ‘남 Others’이다. 




흔해진 변호사, 그 냉엄한 현실  


어제 ‘흔해진 변호사’에 대한 기사를 읽었다. 작년 말 기준으로 국내 변호사는 2만 4천여 명이다. 2050년이 되면 7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어떤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고, 얼마나 똑똑한지는 중요치 않다. ‘희소성’이 사라지는 순간 그 직업은 레드오션으로 치달린다. 이미 5명 중 1명은 한 달에 200만원을 못 번다고 한다. 고로, 취업이나 이직을 준비하는 사람이 바라봐야 하는 것은 ‘나’, ‘회사’ 그리고 ‘남’이다. 이것은 마치 게임이론과 같다.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선택은 거의 없다. 내가 아무리 무언가를 선택하고 싶어도, 그 선택은 타인의 선택에 의해서 영향받는다. 쉽게 말해, 아무리 열심히 하더라도, 그 일을 더 적은 연봉에 해낼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내 연봉은 거기서 결정된다. 이것은 물론 자본주의의 안타까운 일면이지만, 세상은 그렇게 움직인다. 새우깡의 가격은 새우깡과 동일한 가치를 주는 다른 과자의 가격에 의해서 결정되기 마련이다.


한 가지 더 덧붙인다면, 많은 기업은 이미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수많은 햄버거 프랜차이즈에서 점원들이 사라지고 화면이 주문을 받고 있으며, 은행 점포 수도 해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HR 분야도 마찬가지다. 최근에는 AI를 통해 인터뷰를 하는 곳도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가장 대체되기 어려울 것 같던 서비스 분야도 이럴 진데, 다른 영역은 오죽할까? 내가 제공하는 가치가 ‘사람’이 아니라 ‘기계’와 차이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그 또한 쉽게 대체될 수 있다는 뜻이다. "나는 남과 무엇이 다른가?"라는 질문은 앞으로 "나는 기계와 무엇이 다른가?"로 바뀌어야 할 수도 있다. 


내가 AI보다 면접을 더 잘 볼 수 있을까? 


“나는 남들과 무엇이 다른가?” 이 질문은 그래서 중요하다. 피터 드러커는 그 기업이 ‘가격 결정력’을 갖고 있는지를 중요하게 여겼다. 이는 남들로부터 대체되지 않는 ‘강력한 경쟁력’을 의미한다. 마찬가지로 인재 채용의 핵심 변수 역시 역량이 아니라 ‘희소성'이다. 다시 말해, 나는 무엇이 남과 다른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성찰하고 공부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나는 지금 이렇게 열심히 그리고 척박하게 일하는데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은, (물론 그러한 표현은 얼마든지 할 수 있고 합당하지만) 근본적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물론 '최저 임금'이나 '기본 소득' 등 더 나은 사회를 위해서 힘써 투표하고 자신이 가진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작금의 현실도 직시해야 한다는 뜻이다.

Q. 나는 남들과 무엇이 다른가?



3C 분석, 자기 객관화의 시작  


앞서 관계도를 회사로 바꾸면 바로 Kenichi Ohmae의 ‘3C 분석’이 된다. 간단한 그림이지만, 한 번쯤 새겨볼 만하다. 결국 우리 모두는 고객에게 비슷한 가치를 더욱 저렴하게 제공하려는 경쟁을 하고 있기에. 우리가 바라봐야 하는 건 ‘고객’과 ‘동일한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외부’ 양쪽이다. 특히, 혁신은 늘 외부에서 온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디지털카메라, 내비게이션, MP3 플레이어, 전자사전은 모두 고객을 위해 최고의 가치를 제공하고자 애를 썼지만, ‘스마트폰’이라는 하나의 경쟁자로 인해 모두 처참하게 물러났다. 



경영뿐만 아니라, 취업도 마찬가지다. 고객은 ‘회사’가 된다. 자신에게 물어보자. “나는 회사에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는가?”, “그 가치를 줄 수 있는 경쟁자들은 얼마만큼의 비용이 드는가?” 이러한 질문을 던지며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는 과정은 어렵고 힘들지만, 의미 있다. 얼마나 어렵냐고? ‘알쓸신잡'으로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뇌과학자 정재승 작가는 인간으로서, 가장 높은 수준의 사고가 ‘자기 객관화’라고 말한다. 


“가장 중요한 건 자기 객관화다. 인간이 성취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하고 고등한 사고의 방식이다. 자신의 관점이 아니라 상대방의 관점이 어떨지를 생각하고 상대에게 공감한다. 나아가서는 자신과 상대 모두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일종의 전지적 작가 시점을 갖추는 게 필요하다. 자기 객관화를 할 수 있는 사람과 연애를 하면 연애하고 싸우더라도 개선의 여지가 있다.”


자기 객관화는 이처럼 어렵다. 하지만, 좋은 소식도 있다. 어려운 만큼 드물다는 것. 자신의 강점과 약점, 제공할 수 있는 가치와 경쟁 관계를 모두 객관적으로 보려는 사람도 막상 별로 없다. 하지만 회사는 그런 사람을 원한다. 자신의 무엇이 ‘특별한지’ 어필할 수 있으면서, 자신이 무엇이 ‘평범한지’도 인정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 그런 사람은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회사 입장에서 나를 바라보고, 경쟁자의 입장에서 나를 보자. 집요하게 묻고, 명명백백하게 자신을 평가하자. 역량을 높이기 위해서 투자하는 시간의 1/10 만이라도 투자해 보자. 그러한 성찰과 학습이 쌓인다면, 분명 남들과 다른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지피지기면 백전불패다. 

매거진의 이전글 딥 워크, 당신의 일상을 재조직하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