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이직을 앞둔 이가 던져야 할 질문 (2)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읽어주신 지난번 글에 이어서 2부다. 바로 이어 썼어야 했는데, 타이밍을 놓치는 바람에 엄청나게 미뤄졌다. 취업과 이직을 앞둔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자 하는 바람이다. 3부까지 이어질 듯하다.
당신은 주로 어떤 기준으로 물건을 구매하는가? 사람마다 그 기준은 다양하겠지만, 내게 중요한 것은 ‘귀찮음’이다. 샤오미 미밴드가 좋은 사례인데, 처음 구입한 이유는 손목 진동 때문이다. 알람 때문에 온 가족이 모두 깨는 걸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진짜 감동한 건 괴물 같은 배터리다. 1번 충전하면 한 달 가까이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물론 배터리가 뛰어난 게 아니라 기능이 단순한 탓이겠지만, 그게 대수랴. 내 문제가 해결되는 게 중요할 뿐. 그렇기 때문에, 애플 워치와 같은 최신형 기기가 매일같이 쏟아지고 있지만 나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아무리 기능이 좋아도, 배터리를 매일같이 신경 써야 한다면 의미 없는 일이다. 사람은 저마다 다르기에, '일반적으로 좋은’ 제품이라는 건 없다. 아니, 드물다고 해두자.
회사와 구직자의 관계도 본질적으로 위와 같다. '일반적으로 뛰어난 인재’라는 건 없다. (사실, 종종 있다. 드물다고 해두자.) 왜냐하면 조직의 규모, 비즈니스의 성숙도, 조직 문화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서 원하는 인재의 형태는 달라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스타트업 초기에 어떤 인재가 필요할까? 한 가지 직무에 뛰어난 스페셜리스트보다 다양한 직무를 빠르게 배워서 수행하는 제네럴 리스트가 각광받기 마련이다. 하지만, 사업 규모가 커지고 경쟁자가 출현하는 시기에는 반대로 상품과 서비스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한 스페셜리스트가 중요해진다. 이처럼, 조직의 상황에 따라서 ‘니즈’은 계속해서 바뀐다. 만약 결혼하기 전, 나름 얼리어답터를 꿈꾸던 20대의 나였다면 미밴드를 구입했을까? 단연코 No다. 맥락이 답을 지배한다.
우린 모두는 기본적으로 공급자 관점을 가진다. 내가 아닌 다른 것에 별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공감 능력을 극대화해야 하는 순간이 있다. 바로 무엇인가를 팔아야 할 때다. 책 <파는 것이 인간이다>에서 다니엘 핑크는 타인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려면 다른 사람과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는데, 스스로를 팔아야 하는 구직자에겐 이 관점이 더더욱 필요하다. 내가 아무리 ‘애플 워치’라고 하더라도 상대방이 ‘미밴드’를 원한다면 거래는 끝이다. 그렇기에 회사가 해결하려는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고 솔루션을 제시해야 한다. 예를 들어, "당신은 귀찮은 걸 싫어하지! 그래서 내가 필요해!”라고. 그것이 바로 ‘지원 동기’다.
최근 이직했을 때의 사례다. 마음이 분명해지자, 지원할 기업을 추렸다. 첫 번째는 스타트업. 두 번째는 ‘조직 문화’에 관심이 많은 조직. 마지막으로 아주 크지도 작지도 않은 규모. 그래야만 ‘조직 문화’를 깊이 있게 경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예전 회사는 스타트업 치고 비교적 큰 조직(1,200명)이라 나의 한계를 절감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나름 기준을 정하고, 엄선하여 회사를 찾았다. 이력서뿐만 아니라, 자기소개서도 충실히 작성했다. 무엇보다 상대를 이해하고자 애썼다. 면접 때도 조직 문화와 관련한 어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지, 아쉬운 점은 무엇인지, 내가 기여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어필했다. 돌이켜 보면 회사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점이 다른 이들과의 차이점이 아니었을까 싶다. 당신이 ‘모든 사람이 탐내는 인재’가 아니라면 더욱 그래야 한다. 설득은 깊은 공감에서 온다.
이처럼 중요한 지원 동기가 우리에게는 왜 이렇게 어렵게 느껴질까? 실제로 취업 준비생의 70% 이상이 가장 어려운 Part로 지원동기를 꼽는다고 한다. 이유는 ‘없던 사실’을 지어내기 때문이다.
회사와 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더더욱 그럴 수 밖에 없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나는 작지만 솔직한 ‘자신만의 서사(Narrative)’를 만들어가길 권한다. 아리스토텔레스도 설득의 3요소 중에서 에토스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는데, 이는 말하는 사람의 진실성과 이야기를 의미한다. 예전 유재석이 무한도전에서 ‘말하는 대로’라는 노래로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는데, 에토스의 힘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말하는 대로 꿈은 이뤄진다"는 익숙한 내용도, 그걸 전달하는 화자의 진심과 실제 이야기가 결합되면 강력한 메시지로 변모하게 된다. 이보다 강력한 설득은 없다.
그러므로, 우린 질문해야 한다. “나는 이 회사에 왜 지원하는가?”라고 묻는 동시에, “나는 왜 일하는가?”라고 물어야 한다. 예를 들어 나는 사회생활 초반 2년 간 세일즈를 했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인생 전체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무언가를 팔아본 경험은 중요할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때의 경험은 이후 3년 간의 프리에이전트 생활과 지금의 HR 업무에 큰 영향을 미친다. 면접에서도 그랬다. 조직문화를 발전시키는 과정 역시 누군가를 설득하는 과정이기에, 그때의 경험을 활용하겠다고. 결국 지금의 내가 누구인지 그리고 나는 왜 일하는지, 지금까지의 선택과 행동으로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일관성을 가질 때, 당신은 하나의 메시지가 된다.
만약, 거듭해 질문하더라도 답이 떠오르지 않고, 이직에 대한 충분한 명분이 없다면 지금 주어진 자리에 집중하는 것도 방법이다. 정답은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책 <왜 일하는가>에서 이나모리 가즈오 본인의 사례다.
회사를 그만두려면 명분이 확실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패배자가 될 뿐이다. 불만이 있다고 회사를 그만둔다면 아무리 좋은 회사에 들어가도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그 명분을 찾지 못한 나는, 우선 지금 하는 일에 모든 힘을 쏟기로 스스로 약속했다. 그러자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도전의식이 우러났고, 치열히 싸우고 싶은 욕구가 솟았다. 그때부터 밤낮 구분 없이 내 모든 에너지를 제품 개발에 쏟아부었다. 일을 마치고 쉬는 동안에는 세라믹 관련 논문을 밤새워 번역하기도 했다. 전문서를 읽다가 성에 안 차 아예 통째 외워버리기까지 했다.
그러면서 정말 거짓말처럼 일이 너무너무 재미있어졌다. '내 앞날은 어떻게 될까?'라는 의구심과 방황도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처음에 내가 적자투성이 회사에 남았을 때 사람들은 동정과 야유 섞인 말로 나를 폄하했지만, 날이 갈수록 주위 사람들의 평가도 좋아졌다. 추운 겨울을 보낸 나무들이 더 아름다운 꽃을 피우듯 고난과 시련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크게 성장할 수 없고, 행운이 와도 잡지 못한다. 내가 살면서 겪은 고난과 좌절도 내 인생의 전환점이었고, 가장 큰 행운이었다. 그렇게 내 인생 최초의 성공이 다가왔다.
결국, 자기 자신이 스스로를 어떻게 느끼는지가 내러티브 구축에서 중요하다. 내가 어떤 선택을 거듭하는지, 어떤 문제가 반복적으로 드러나는지를 이해하자. 그래야 보다 더 후회없는 결정을 할 수 있다. 회사를 옮기더라도 아니더라도 말이다. 쓰고 나서 보니, 지난 번과 결론이 비슷하다. 경험하고, 성찰하고, 배우자. 그것이 나를 써내려나가는 유일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