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투자’의 위력
미국이나 한국에서 하버드나 예일 같은 아이비리그(Ivy League) 대학은 늘 선망의 대상이다. 많은 부모가 자녀를 이런 명문대에 보내기를 꿈꾼다. 동시에 이 대학들이 운용하는 막대한 대학 기금(Endowment Fund)에 대해서도 막연한 기대를 갖기 쉽다. 세계 최고의 두뇌들이 모여 천문학적인 자금을 운용하니, 당연히 높은 수익을 낼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투자 성적표를 들여다보면 흥미로운 사실이 드러난다. 세계 최고 수준의 투자 전문가들이 운용하는 대학 기금조차 단순한 시장 투자보다 못한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던 사모펀드의 흔들림
그동안 아이비리그 대학들은 일반 투자자가 접근하기 어려운 사모펀드(Private Equity), 벤처캐피털(VC), 헤지펀드 등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왔다. 특히 사모펀드는 지난 수십 년 동안 대학 기금의 수익률을 끌어올린 대표적인 투자 수단이었다. 많은 대학이 자산의 40% 이상을 사모펀드에 투자할 정도였다.
그러나 최근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프린스턴 대학은 대학 기금의 장기 예상 수익률을 10.2%에서 8%로 낮췄다. 프린스턴 총장은 그 이유로 사모펀드 수익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던 투자 방식이 더 이상 과거만큼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지난 3년 동안 사모펀드의 연평균 수익률은 약 7.4%에 그쳤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 주식시장을 대표하는 S&P 500 지수는 연평균 약 19.7% 상승했다.
세계 최고의 투자 전문가들이 복잡한 전략으로 기업을 고르고 투자했지만, 단순히 시장 전체에 투자한 투자자보다 수익률이 훨씬 낮았던 셈이다.
숫자가 보여주는 더 분명한 현실
첨부된 그래프를 보면 더 놀라운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2022년부터 2025년까지 3년간 주요 대학 기금의 연평균 수익률은 대략 다음과 같다.
· 코넬, 하버드, 스탠퍼드: 약 5%대
· 예일, 컬럼비아: 약 4%대
· MIT, 프린스턴: 3% 이하
반면 같은 기간
주식 70%, 채권 30%의 단순 포트폴리오는 약 10.5~11.2%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즉, 복잡한 전략과 막대한 비용을 들인 투자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단순한 분산 투자 성과가 2배 가까이 높았던 것이다.
하버드와 예일도 고민하기 시작했다
하버드와 예일 역시 변화의 흐름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이 대학들은 그동안 사모펀드 투자에 적극적이었지만 최근에는 일부 투자 지분을 중간 시장에서 매각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하버드는 최근 몇 년 사이 약 10억 달러 규모의 사모펀드 지분을 매각하기도 했다.
사모펀드 투자는 보통 투자 기간이 길고 자금을 묶어 두어야 하는 구조다. 하지만 금리가 상승하고 기업 인수 환경이 어려워지면서 투자 회수 속도가 늦어지고 수익률도 기대만큼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아졌다. 결국 세계 최고의 대학들도 과거처럼 사모펀드 투자만으로 높은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환경이 된 것이다.
전문가도 시장을 이기기 어렵다
이런 사례는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준다.
하버드나 예일의 대학 기금은 수십억 달러의 자금을 운용한다. 세계 최고의 투자 전문가가 모여 있고 정보력이나 분석 능력에서도 일반 투자자보다 훨씬 유리한 조건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시장 평균 수익률을 꾸준히 이기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많은 투자자가 ‘대박 종목’이나 ‘투자 고수’를 찾으려 애쓴다. 그러나 실제 투자 결과를 보면 복잡한 전략이나 특별한 정보가 항상 높은 수익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다.
투자에는 ‘도사’가 없다
투자를 오래 하다 보면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을 깨닫게 된다.
투자에는 ‘도사’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투자자는 여전히 ‘종목을 찍어준다’는 유튜버, 투자 교실, 각종 투자 세미나를 찾아다닌다. 그러나 냉정하게 생각해 보자. 정말로 시장을 정확히 예측하는 ‘족집게 도사’가 존재한다면, 그 사람은 이미 막대한 부를 이루었을 것이고 굳이 그 비법을 남들과 나눌 이유도 없을 것이다.
이른바 ‘족집게 도사’들은 시장에서 돈을 버는 사람이 아니라, 투자자를 상대로 돈을 버는 사람들인 경우가 많다.
물론 어떤 투자자가 특정 시점에 높은 수익을 낼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대부분은 운이 따랐던 결과일 뿐이다. 문제는 많은 사람이 이런 결과를 ‘운’이 아니라 ‘실력’으로 착각한다는 데 있다. 이러한 착각은 지나친 자신감으로 이어지고, 결국 무리한 투자 판단을 낳아 실패로 이어지기 쉽다.
평범한 투자자의 가장 강한 무기
아이러니하게도 일반 투자자의 가장 큰 장점은 단순하게 투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복잡한 전략이나 고액 수수료를 지불할 필요도 없다. 시장 전체에 투자하고, 꾸준히 장기 투자하면 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시장은 여러 번의 위기를 겪는다. 금융위기, 팬데믹, 금리 상승 등 수많은 사건이 반복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경제는 계속 성장해 왔고 기업들도 함께 성장해 왔다.
결국 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특별한 재능이 아니라 시간과 인내심이다.
세계 최고의 대학 기금조차 시장을 이기기 어려운 현실을 보면, 우리에게 필요한 전략은 오히려 더 단순해진다. 복잡한 투자 전략을 찾기보다 비용이 낮은 인덱스 펀드나 ETF에 꾸준히 투자하는 것.
어쩌면 바로 그 ‘평범한 투자’가 장기적으로 가장 강력한 투자 방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