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려 놓은 빵조각을 다시 주우며 진짜 나를 찾기
광고
솔직한 고백으로 나는 연기를 잘하지 못 합니다
소중한 기회를 여러 번 받아 왔지만 늘 서툴렀고
지난 나의 모습은 스스로도 보기가 힘이 듭니다
그럼에도 나는 오래도록 아이들과 늦은 이들에게 연기를 가르쳐 왔고
40년 간을 교사로 지낸 아버지를 닮고 싶지 않다고 늘 생각했음에도
스스로 제 스스로가 좋은 선생님이라는 생각을 하고 쓴웃음을 짓곤 합니다
나는 내가 그러했듯이 아이들에게 좋은 기술을 가르쳐 주지는 못 합니다
그럴 능력이 없을 수도 있고
그럴 마음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아이들과 늦은 이들이 여전히 힘든 돈을 모아 나를 찾아오는 이유를 생각해 보면
그것은 크게 두 가지인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하여 그러한 두 가지를 들어 부끄럽게 나를 광고합니다
우선 한 가지
나는 기준을 하나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쓰렸던 나의 시작에서 기인한 것인데
평범한 외모 덕에 배우라는 일을 마음에 품었을 때
값비싼 장난감을 문구점에서 몰래 들고 나온 아이처럼
주위로부터 어서 제자리로 돌려놓으라는 말들만 들었습니다
확실한 어조와 분명한 표현의 예언들로
네 길이 아니다 너는 할 수 없다는 얘기들을 들었던 것이죠
결과적으로 보면 그러한 말들이 맞은 것 같기도 해서 조금은 우습지만
그러한 나의 소박한 투쟁의 날들 덕에
아이들과 늦은 이들을 대할 때마다 한 가지 다짐을 마음 속으로 되뇌어 봅니다
배우의 외모로 배우의 가능을 얘기하지 말자
아이들과 늦은 이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은 제가 할 수 있을까요 이고
그런 말들이 나의 귀에는
이런 내가 이 일을 꿈꿔도 될까요 로 들립니다
그렇게 들리는 한 내가 과연 무슨 말을 그들에게 할 수 있을까요
그러한 이유로 나는 지금껏 나를 찾아온 그 누구도 그 누구의 외모나 지금 가진 습관 행동의 수준 신체와 지적 능력 등을 이유로 그들에게 안된다고 얘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러한 나의 자세가 선생으로서 부적합하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고
그러한 비판을 스스로 안 해본 것이 아니기에 나는 나대로 나름의 능력을 가꾸어 왔는데
그것이 바로 그 어떤 이에게서도 아름다운 지점을 찾아내는 능력입니다
아무리 평범한 풀이라도 씹다 보면 향도 있고 단맛도 있듯이
막막함을 느낀 적이 없던 것은 아니었지만
보고 또 보면서 그들의 은은한 향기라도 찾아주려고 했고
대부분의 경우에는 그것에 성공했기에
그들이 전문 배우로 성공하느냐에 크게 관계 없이
그들이 나를 좋은 선생님으로 기억해주는 것이겠죠
두 번째
나는 배우라는 직업이 공부를 하거나 연습을 하거나 해서만 만들어지는 일은 아니라는 것을 압니다
배우는 일종의 필터이죠
무엇을 보고 듣고 자신의 내적 공식에 따라 자신만의 색깔을 품은 반응을 내놓아야 하는
그러한 과정 위에
우리가 연습실에서 곱하기를 할 수도 있고
선생님에 따라서 더하고 빼고 할 수도 있긴 하겠지만
저 스스로 미약한 값이라도 내어 놓지 못 한다면
한 장면을 제법 멋지게 ’연기’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사람’ 을 만들어 내는 일은 절대로 불가능합니다
또한 만약 여럿이 모두 같은 값을 낸다면
그 여럿 모두는 대용이 가능한 공산품이 되고 말테고
그렇다면 호가나 외모와 같은 요소들이 그들의 가치를 드러내는 유일한 기준이 될 것입니다
내 개인적인 믿음으로는 예술과 연기는 그러한 가치로 흐르면 안된다고 생각하기에
연기를 하는 이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개인적인 결과값을 내는 일이고
만약 연기가 그러한 방향을 향해 가는 것이라면
나는 아이들과 늦은 이들에게 자신의 상황 안에서도 그들이 걸어 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줄 수 있습니다
삶이라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지 못하고
커피나 술 한잔 대신 꿈이나 마시러 오는 아주 바쁘고 가난한 아이들에게
자신의 잠자리와 먹는 자리
자신이 싫어하는 일과 그로 인해 간신히 유지되는 가느다란 삶
사람들과 사람들의 겹침 그 다가감과 피함들
그리고 사랑하고 또 상처를 주고받는 일들에서
연기라는 것을 보고 느낄 수 있게 하는
가장 싸고 쉬울 그 시선을
버려질 개인의 일들을 오히려 더 바라보게 함으로
가지게 만들어 줄 수 있습니다
그러한 두 가지 능력 덕에
전공과를 진학하지 못하고
20살이라는 아주 이른 나이에도 열외자가 되어 버린 아이들과
언젠가 있을 ‘휴일’을 위해 젊음을 다 내어주고 일해왔던 착한 늦은이들에게
적어도 자신의 내면의 소리를 자신 스스로 못 들은 척하지 않았다는
값진 ‘선택’ 을 도와줄 수 있는 것이고
더러는 지독한 삶으로 다시 돌아가고 말겠지만
더러는 삶 안에서 변색된 꿈이라도 심고 키워 나가는 것을
곁에서 지켜볼 수 있게 되는 것이죠
감사하게도
이러한 능력을 찾아오는 가난한 이들 덕택에
가난한 나도
채 다 가지지 못한 영화감독과 작가 시인이라는 그 자리 그 언저리에서
나를 너무 미워하지 않고서 매일 또 걸어갈 수 있는 것이고요
실은
다 감사합니다
W, P 레오
2019.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