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평생 교사라는 직업을 유지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들 때
교직 생활 6년차, 담임도 6년차. 나름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담임은 매년 익숙하지가 않다.
무언가 원동력을 잃어가는 느낌이 든다. 처음엔 아이들의 칭찬 한 마디에 보람을 느끼고, 천직이라 여기기도 했었는데, 이제 그렇게 부어넣을 에너지가 없달까.
저연차 땐 무관심한, 연세 있으신 선생님들을 보며 ‘왜 저럴까?’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그렇게 해야 이 직업을 오래 할 수 있는 거구나 싶다.
성격 탓이겠지만 힘들어하는 아이를 보면 나도 그 감정때문에 힘들고, 거리를 두고 비즈니스적으로 아이들을 대하면 그런 내가 싫어진다. 예전엔 학급 관리가 잘 되고 있다는 말이 참 좋았는데 이젠 그게 노력해도 내맘대로 되지 않기에 무력감을 느끼면서 그냥 포기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한편으로는 내가 이미 더 많이 살아보고 경험했기에, 아이들이 같은 힘듦을 겪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잔소리를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에 대한 회의를 느끼고 내가 추구하는 교육이 이게 맞나 싶기도 하다. 이런 생각은 특히 고3 담임을 할 때 크게 느껴지는데 , 아마 당장 눈앞에 닥친 입시가 있고 아이들의 미래가 어느 정도 그려지기 때문일 것이다.
점점 우울증, 공황장애 등과 같은 마음의 병을 얻어가는 아이들이 많아지는 걸 보니, 충분히 이 사회가 아이들을 압박하고 있는데 내가 거기에 동조해서 아이들을 더 힘들게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내가 어쩌면 아이들의 ‘숨 쉴 구멍’이 되어줄 수도 있을 텐데 아이들을 더 벼랑으로 몰고 가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나도 이 사회를 살아가며 길들여진 것 같다. 항상 최선을 다하고 최고의 결과를 내야 하고, 그렇지 못하면 실패한 사람이라고. 그런데 사실 인생은 후회의 연속이고, 나조차도 늘 최고의 결과를 내는 것은 아닌데 아이들에게 너무 강요하고 있었던걸까.
모든 걸 다 잘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너 자신을 소진해가면서까지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나처럼) 널 쥐어짜서 노력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이 되지 못하면 인생 실패한 게 아니라고, 너의 모습 그대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삶이라고, 말해줬어야 했다.
현실적으로 대입에 꼭 성공해야 한다는 생각이 아이들의 노력을 폄하하게 했고, 그 생각이 말과 행동이 되어 ‘넌 할 수 없어. 넌 너무 부족해’라며 폭력을 휘두르고 아이들의 자존감을 갉아먹은 건 아닐까.
그런데 참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고민이 지속될수록 평생 교사를 할 수 있을까 싶다. 자아를 성찰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고통스럽고 힘든 일이기 마련이니까. 나조차도 도망가고 싶은 것이다. 이 고통의 순간순간들로부터. 재밌는 사실은 그 생각을 하면서도 막상 다른 직업을 준비하진 못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분명 어려운 일일테니까.
얼마나 모순적인 인간인가, 내가. 아이들에겐 힘들어도 이 고비를 극복해야 성취의 기쁨과 어려움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얻을 수 있다며 등 떠밀면서, 정작 나는 어려움을 겪기 싫어 회피하려고 한다니. 이렇게 부족한 나라서 교사를 하면 안되겠다 싶다가도, 이런 나라서, 이렇게 부족한 사람도 잘 살아갈 수 있다는 걸 몸소 보여줄 수 있는 교사를 계속 해야겠다 싶기도 하다.
어렸을 적 내 꿈은 많은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이었고, 그리고 그건 사회적 지위가 높아야만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교사가 되고 나서 깨달았다. 어쩌면 ‘교사’가 다른 이들에게 가장 영향을 미치는 존재가 아닐까. 그렇다면 나는 좋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을까?
아마도 교사를 계속 하려는 이상, 끝나지 않는 고민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