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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스타트업은 '브랜드'를 어떻게 정의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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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스타트업들이 브랜딩 하면 떠올리는 게 뭘까요? 아마 로고, 색깔, 캐릭터 같은 것들일 겁니다. 하지만 미국 스타트업들의 브랜드 정의는 완전히 다릅니다. 이들에게 브랜드는 단순한 디자인이 아니라 회사의 정체성과 약속 그 자체입니다.



미국 스타트업들은 "우리 회사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에 대한 철학이 곧 브랜드의 핵심이라고 여깁니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을 보면, 제품을 소개하기에 앞서 미션을 명확히 제시하고, 그 미션을 일관된 메시지와 시각언어로 표현합니다.


왜 이렇게 할까요? 브랜딩은 곧 고객과 맺는 감정적 연결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사용자들에게 어떤 가치를 약속하고 전달할 것인지가 브랜드 정의의 출발점이죠. 그래서 미국 스타트업들은 초기부터 브랜드 아이덴티티 작업에 신경을 많이 씁니다. 네이밍부터 톤앤매너, 컬러팔레트까지 일관되게 설정하여 작은 스타트업이라도 프로페셔널하고 신뢰감 있는 인상을 주려 노력합니다.


"브랜드 = 스토리"라는 인식도 큽니다. 미국 투자자와 소비자들은 이 회사가 해결하려는 문제와 창업자의 스토리에 관심이 많습니다. 자연히 브랜드도 "우리가 왜 이 일을 하는지"를 담는 그릇이 됩니다.



미국 스타트업 피치덱을 보면 숫자나 기능 소개보다 비전과 브랜드 슬로건을 앞세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브랜드를 통해 사람들의 공감을 얻고 움직이겠다는 전략입니다. 예컨대 "세상의 정보를 모두 조직화한다"는 구글의 비전처럼, 단순 검색엔진 이상의 브랜드 사명감을 부여하는 식입니다.


스타트업 문화 자체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신념을 중시하기 때문에, 브랜드에도 이념적 메시지가 많이 투영됩니다.


브랜드 디자인 측면에서도 흥미로운 차이가 있습니다. 한국이 섬세하고 감성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즐긴다면, 미국은 쿨하고 직관적이며 프로페셔널한 브랜드 톤을 많이 채택합니다. 한국 서비스들은 파스텔톤, 귀여운 캐릭터 활용이 흔하지만, 미국 서비스들은 선명한 원색과 심플한 그래픽으로 차가울 만큼 이성적인 느낌을 주곤 합니다.


이는 브랜드를 통해 신뢰와 전문성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습니다. "귀엽고 친근한"보다 "믿음직하고 수준 높은" 이미지를 선호하는 차이인 것이죠.


무엇보다 미국 스타트업들은 브랜드를 하나의 경험(Experience)으로 봅니다. 고객이 우리 서비스를 접할 때 느끼는 모든 것이 브랜드라고 생각하기에, UX 디자인, 고객 지원, 콘텐츠 어조까지 브랜드의 일부로 여깁니다.



일관된 브랜딩을 위해 브랜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폰트 크기부터 고객 응대 멘트까지 관리하는 스타트업도 있습니다. 이렇게 브랜드를 총체적으로 관리한 덕분에, 성공한 스타트업들은 작은 단계에서도 대기업 못지않은 브랜드 파워를 발휘합니다.


결과적으로 미국 시장에서 브랜드에 실패하면 아무도 제품을 신뢰하지 않아 팔리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기에, 초기 스타트업일수록 브랜드 설계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현지 전문가들은 조언합니다.


브랜드란 우리가 누구이고, 무엇을 약속하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미국 스타트업들은 이 이야기를 명확히 정의하고, 모든 접점에서 그 약속을 일관되게 지켜나가는 것을 브랜드의 핵심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런 접근법이야말로 한국 스타트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배워야 할 중요한 관점이 아닐까요?



다음 포스팅에서는 "한국 SaaS의 미국 진출 실패 원인 분석"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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