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의 언어들
"좋은 화장실 하나가 여행의 만족도를 좌우한다."
여행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이야기입니다. 같은 공공시설이지만 공항과 기차역의 화장실은 왜 이렇게 다를까요? 그 차이 속에는 공간 UX 설계의 핵심 철학이 숨어 있습니다.
인천공항 화장실에 들어가면 마치 호텔 로비 같은 넓은 공간, 간접조명, 음악, 심지어 아로마까지 경험할 수 있습니다. 개별 부스는 넓고 프라이버시가 철저히 보장되며, 기저귀 교환대, 유아용 의자, 장애인 편의시설이 표준으로 갖춰져 있습니다. 공항 화장실은 '프리미엄 휴식 공간'의 개념으로 설계됩니다.
싱가포르 창이공항 역시 화장실을 '경험 공간'으로 재정의했습니다. 일부 화장실에는 수족관이나 정원이 설치되어 있어 이용객들이 SNS 인증샷을 올릴 정도입니다.
반면 서울역 화장실은 '빠른 회전율'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짧은 시간에 이용할 수 있도록 부스 수를 최대화하고, 동선을 단순화했습니다. 실용적이고 청결하지만, 공항만큼의 편의시설이나 공간감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차이는 사용자의 맥락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공항 이용객은 장거리 여행으로 인한 피로와 스트레스로 휴식과 재충전이 필요하지만, 기차역 이용객은 빠른 이동이 목적이므로 효율성이 우선입니다.
화장실 UX는 '사용자 중심 설계'의 완벽한 교과서입니다. 같은 기능을 하는 공간이지만 사용자의 맥락(여행 목적, 시간, 스트레스 수준)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공항 화장실의 프리미엄 경험과 기차역 화장실의 효율성 추구는 모두 각각의 맥락에서는 최적의 해답입니다.
여러분이 설계하는 디지털 제품이나 서비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용자가 누구인지, 어떤 상황에서 사용하는지에 따라 UX 전략이 달라져야 합니다. 화장실 하나에도 숨어있는 UX 철학을 기억하며, 더 세심하고 맥락적인 사용자 경험을 설계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