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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심해의 취미생활 Mar 16. 2022

인간 따위가 할 일은 더 이상 없다

경제학자의 AI와 노동 전망 - <노동의 시대는 끝났다>,대니얼 서스킨드

# 모두가 로봇을 말한다


모두가 로봇을 말한다. 로봇이 인간을 지배한다. 로봇이 일자리를 없앤다. 말은 많은데, 정확히 잘 모르겠다. 내가 그랬다.


그러다 로봇과 일자리를 다룬 책 한권을 만났다. 굉장히 잘 쓰여진 책이다. 책을 읽고나니, 어느정도 생각 정리가 됐다. <노동의 시대는 끝났다>라는 책이다.



영국 경제학자 대니얼 서스킨드가 쓴 책이다. 저자는 영국 정부에서 경제관료로 일했고, 옥스더프 대학교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저자는 그간 4차 산업혁명, 노동에 관한 다양한 책을 저술했다.


샛길로 잠시 샌다. 저자는 어렸을 적부터 아버지와 '인공지능'을 이야기했다고 한다. 저자의 아버지는 1980년대에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인공지능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리고 1988년에 세계 최초로 상용 AI 법률 시스템을 개발했다. 유전과 환경의 힘을 강하게 느꼈다. 


어쨌든, 저자는 로봇이 대부분의 일자리를 차지하게 될 거라고 말한다. 다만 그 사회는 디스토피아적일수도, 유토피아적일수도 있다.


저자는 어떤 근거로 그렇게 말할까? 




# 로봇이 지배하는 행복한 사회


* 박스 안은 인용구


기술 진보는 일자리를 통째로 없애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모든 일자리는 여러 업무로 구성되고, 이 가운데 어떤 업무가 다른 업무보다 자동화되기가 훨씬 쉬울 뿐이다.

전문직으로 손꼽히는 직업을 구성 업무에 따라 나눠 보면, 업무 대다수가 '틀에 박힌', 그래서 벌써 자동화될 수 있는 업무다. 많은 교육을 받은 전문직들이 손보다는 머리를 써서 업무를 수행한다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

훨씬 중요한 사실은 그 업무가 얼마나 '틀에 박혔느냐' 여부다.


저자에 따르면 로봇은 '자동화되기 쉬운 업무'부터 잠식한다. 전문직의 업무도 예외는 아니다.


과거에는 비행기 조종석에는 항로를 봐주는 '전문가'도 있었다. 하지만 GPS의 발명에 따라, 사라졌다. 요즘 의료 현장에서는 AI 기반의 질병 판독 체계가 도입되기 시작했다. 이러면 내과의사 수요는 감소할 수 있다.


전문직보다 진입장벽이 낮다고 평가받는 일자리들, 가령 청소, 화물, 운송 영역도 위기에 처했다. 자동 청소기, 자율주행차, 자율항만 시스템이 점차 확산되면, 인간의 자리는 사라진다. 과거의 '항로 전문가'처럼.


이에 대한 반론이 물론 존재한다. 인공지능과 기계의 역할이 커지는 만큼, 인간은 다른 일자리에서 역할을 찾을 거라는 거다. 가령 이런거다.


과거 20세기말, ATM이 도입됐다. 은행 직원은 감소한다는 우려가 있었다. 그렇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었다. 창구 수납 업무는 기계가 담당하는 대신, 인간은 다른 인간에게 금융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맡았다. 


아무리 기계의 역할이 커져도, 인간은 역할을 결국에는 찾아내고야 마는 거 아닌가? 과거에는 늘 그래왔다. 


저자는 이에 대해 꽤나 소름끼치는 전망을 토대로 반박한다.


흔히들 범용 인공지능이 인류 역사의 전환점 가운데 하나가 되리라고, 어쩌면 독보적인 전환점이 될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기계가 '범용' 능력을 지닌다면, 그래서 다양한 과제를 인간보다 뛰어나게 수행한다면, 더 뛰어난 기계를 설계하는 과제에까지 기계의 능력이 미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바로 이때 '지능 폭발'이 일어날 것으로 본다. 즉, 기계가 기존 기계를 끝없이 개선하고 몰아치 듯 한없이 빨라지는 속도로 자가발전을 거듭한 끝에 기계의 능력이 솟구친다.

인간과 기계의 결합은 기계가 인간 동업자가 기여하는 몫을 수행할 수 없을 때만 힘을 얻는다. 하지만 기계의 능력이 갈수록 향상하므로, 인간이 기여할 몫이 줄어들다가 마침내는 이런 동업자 관계가 끝나고 만다. 즉 '인간과 기계'에서 '인간'이 쓸모없어진다.



저자가 말한다. 기계와 기술은 진화한다. 진화가 지속되면 일정한 한계를 넘어선다. 그렇게 되면 기계는 스스로 모든 분야에서 인간을 대체하는, 지금은 상상하기 어려운 솔루션을 '기계의 방식'으로 만들어낸다. 


좀 더 직설적으로 말하면 이렇다. 지금까지 기계에는 인간보다 부족한 점이 있었다. 그렇지만 미래의 기계는, 인간보다 우월할 거다. 그렇다면 인간은 왜 필요한가?


자율주행차를 보자. 아직 갈 길이 멀어보인다. 그렇지만 기계 주행이 인간 주행보다 어느 순간 사고율도 낮고, 더 효율적이라고 치자. 이게 장기간 유지된다고 치자. 이렇게 되면 기계 주행의 수용도는 급증한다.


이러면 다 바뀐다. 택시, 화물 노동자는 일자리를 잃는다. 기계는 인간에게 자리를 내주지 않는다. 과거 GPS도입 시점에서는 택시, 화물 노동자의 '효율성'은 상승했다. 인간과 기계와 함께 일했다.


그렇지만 기계가 인간보다 우월해진다. 기계가 인간 없이도 '더 저렴하고, 더 오래, 더 안전하게'할 수 있다. 그러면 인간이 왜 필요한가?


저자는 강력하게 주장한다. 수많은 노동 현장은, 이런 변화를 마주하게 될 거라고 말이다. 


나는 가끔 피부로 느끼고 있다. 이 조그마한 세종시에도 무인 커피, 무인 편의점이 있다. (오히려 서울 대비 수요가 낮기 때문에 무인 커피, 무인 편의점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스마트 공장은 모든 국가의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 방향이다. 하다못해 최신 지하철인 신분당선에는 기관사가 없다. 


인간이 할 일이 줄어든다.

일이 없어? 그러면 어떻게 살지? 


내가 제안한 '조건적 기본 소득'이 지원하려는 활동이 바로 이것이다. 이 소득은 보편적 기본 소득이기는 하지만 수급자가 그 대가로 무엇인가를 해야만 한다. 만약 우리가 이 방식을 채택한다면, 앞으로는 일이 없는 사람들의 일상생활이 여가와 유급 노동이 아닌 다른 두 가지로 나뉠 것이다. 자신이 선택하는 활동과 공동체가 이들에게 요구하는 활동으로 말이다.

이런 오락 활동과 정치 활동 말고도 나는 앞으로 우리가 교육 활동, 가사 활동, 돌봄 활동도 중요하게 인식하리라 전망한다. 기계의 능력이 제아무리 커질지라도, 우리는 남들이 의미 있는 삶을 살도록 가르치고 그들이 힘들고 아플 때 지원하는 역할은 인간이 맡기를 바랄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미래에는 실업이 일상이고, 취업이 非일상이다. 기술 기업, 대기업, 자산가에게 높은 세율을 매기자. 이 돈을 토대로 다른 구성원에게 기본소득을 보장하자고 말이다. 지금의 시각으로 볼때, 상당히 '반자본주의적'이다. 


나도 모르게 반감 비스무리한게 들었다. 말이 되나 이게?


근데 한번 다시 생각해봤다. 로봇이 인간보다 우월하면, 자본주의 사회가 돌아갈 수가 없다. 인간이 노동할 수 없다. 소비할 돈이 없다. 소비가 없는데, 무슨 자본주의가 있어? 로봇이 소비하나? 미래 세대의 구성원은, 이 머리 아픈 문제를 풀어야 한다. 


이 사회에서 인간의 존재 의미는 뭘까? 




# 다 좋아, 좋은데..


저자의 미래 전망은, 부정보다는 긍정에 가깝다. 인간은 노동에서 해방된다, 인간은 기본 소득을 누린다. 인간은 자아 실현에 시간을 쓸 수 있다. 다만 살아가는 위치에 따라, 이 전망을 다르게 판단하지 않을까?


저자는 '세금 부과를 통한 기본소득'을 '실업 사회'의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일국 차원에서는 가능할지 몰라도, 글로벌 차원에서 이게 가능할까? 인공지능의 선두주자는 미국 기업, 구글, 애플, 테슬라다. 아, 중국 기업도 있다. 어쨌든 특정 국가에 집중되어 있다.  


미국 정부는 자국 기업에 세금을 부과한다. 이걸 가지고 기본소득 할 수 있다. 그런데, 아프리카의 어떤 나라도 같은 정책을 펼 수 있을까? 


테슬라는 '로보택시' 비즈니스를 계획한다. 미래에 자율주행 기술이 완성되면, 테슬라 소유주는 본인 차를 자율 택시로 활용할 수 있다. 테슬라 본사가 빅데이터를 통해 이 과정을 관리한다. 이걸 아프리카에서도 할 수 있다. 아프리카 택시 노동자는 일자리를 잃는다. 


과연 아프리카의 국가가, 테슬라에 세금을 부과할 수 있을까? 정부 역량이 낮은 저소득 국가가 AI와 기술 역량을 토대로 '실업'을 초래한 글로벌 기업에게, 세금을 충분히 매긴다고? 나는 '못한다'에 걸겠다. 


두 번째로, 저자는 국가의 기업에 대한 규제-조세를 언급한다. 그런데, 나는 정부 간섭이 더 걱정된다. 중국, 러시아, 북한 같은 국가들을 보면 더 그렇다. 기업이 아무리 악랄해도, 사람을 가두고 죽일 수는 없다. 정부는 가능하다. 법이야 만들면 되는거고.


중국 정부는 이미 AI 기반의 사회감시 시스템 구축에 나서고 있다. 공산당이 원하는 방식으로 평가하고, 사람들을 옥죈다. 



전쟁의 참상을 보니까 맞닥뜨리니 경각심을 느끼지만, 얼마전까지만 해도 '스트롱맨'이 '강단 있다고' 전세계의 정치 무대를 휘젓고 다녔다. AI 기술을 갖춘 스트롱맨? 무섭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의 먹거리가 남아 있을까 싶기도 했다. 


내가 바라보는 세계는 이렇다. 미국이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독일, 일본, 한국, 대만이 이 아이디어를 구현할 핵심 기술을 개발하고, 일부는 자국에서 일부는 중국, 베트남에서 생산했다. 그리고 이걸 다시 미국 등 선진국이 소비했다.


테슬라가 전기-자율주행차라는 비전을 제시한다. 우리나라 LG화학이 배터리를 만든다. 삼성전자, TSMC가 반도체 칩을 생산한다. 이걸 다시 미국이 사갔다. 각자의 역할이 있었다. 그 역할을 토대로, 먹고 살았다.


이제는 아니라고 한다. 미국이 본인들이 다 하겠다고 한다. 특히 반도체, 2차전지 등 '미래 핵심 산업'은 자국에서 생산까지 하라고 한다. 중국은 이미 자기들끼리 북치고 장구치고 다 한다. 아 근데, 그거 우리의 미래 먹거린데요?


그런데 스마트 공장이 진화해서, 어디서든 '싼 값에' 생산할 수 있다고 치자. 아, 그러면 미국에 공장이 있든, 베트남에 있든 뭐가 중요해? 혐오 시설이 아니면, 그냥 자국에다가 놓는게 낫지! 스마트 공장을 만들 수 있는 기업을 가진 나라가 최고가 된다.


이쯤되면 자본주의 경제체제도 많이 달라질 거다. 어떤 국가는 할 일이 많다. 어떤 국가는 할 일이 사라진다. 전자는 미국같이 좋은 로봇과 기업을 많이 가졌다. 후자는 없다. 내 상상이긴 하지만. 


좀 빡센데?


다만, 이건 저자의 주장이 실현된다는 전제다. AI 기술이 인간을 월등히 앞선다. AI가 인간이 할 수 있는 대부분의 영역을 더 잘한다는 가정하에서만 성립한다. 


그렇다면, AI 기술은 얼마나 더 발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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