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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야사 Jun 02. 2024

하루 기록_671

2024.06.01(토)


사촌동생의 생일이다. 아침에 용돈을 계좌로 보내고 카톡을 남겨두었더니 고맙다는 답장이 왔다. 태어났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내년에 고등학생이 된다니. 시간이 참 빠르다.


아침 7시에 눈을 떴고 계속 말짱한 정신으로 하루를 보냈다. 오전 10시에 외출했고 10시 30분에 근처에 있는 음악도서관에 도착했다.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사람은 별로 없었다. 노래를 들을 수 있는 시디와 엘피판이 있는 공간으로 올라가 난생처음 엘피판을 턴테이블에 돌려서 헤드폰으로 음악을 들었다. 신선한 경험이었다. 김광석 4집 앨범에 수록된 노래들이 참 좋다고 생각했다.


도서관을 나오니 딱 점심시간이었다. 배가 고파서 근처에 있는 분식집에 들어가 치즈 떡볶이를 주문하고 기다리는데, 한창 주말에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배달 주문부터 매장 손님까지 끊이질 않았고 그 때문인지 사장님의 심기가 상당히 예민해 보였다. 카운터에서 계속 직원들에게 소리 지르며 화를 내는데 듣고 있으려니 내가 혼나는 기분이라 몹시 불편해서 이어폰을 끼고 음식을 먹었다. 마음 같아서는 "한창 바쁜 시간인 건 맞지만, 빠릿빠릿하게 굴지 않는다고 그렇게 화를 내시면 직원들도 더 정신없고 매장에 있는 손님들도 불편하다"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얼른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이렇게 불편한 분위기에서 식사한 건 처음이었다.


중랑천에 가서는 책을 읽었다. 정현우 시인의 시집 <소멸하는 밤>을 가지고 갔는데, 어려운 시집이었지만 무사히 완독을 마쳤다. 날씨가 참 맑고 화창했다. 뜨거운 햇빛을 피해 나무 그늘 아래에서 시를 읽었는데, 바람이 불면서 무성한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가 좋았고 그 사이에 비친 볕뉘와 그림자가 책에 떨어진 모습도 예뻤다. 아직 완전히 달구어지지 않은 초여름 바람이 온화하고 포근했다. 나중에는 자리를 옮겨 탁 트인 곳에서 책을 읽었는데 고개를 들면 파란 하늘과 새하얀 구름들이 보여서 좋았다. 산책하기 딱 좋은 날씨였다.


집에 돌아와서는 독후감을 썼다. 어머니와 형제가 강화도에 내려가서 홀로 집을 지켰다. 저녁으로는 라면을 먹었고 운동을 했다. 마음의 여유가 있었다. 항상 오늘 같은 날이면 좋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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