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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름 Feb 11. 2018

해외취업에 성공한 후, 무엇을 하면 좋을까?

일만 하면 일개미가 되지만, 본인의 세상을 구축하면 여왕개미가 된다

해외 취업이 확정이 났다고, 이제 적법하게 해외에서 체류할 수 있는 신분이 되었고 합법적인 비자를 소지한 채 근로가 가능하다고 당신의 그다음 스텝이, 삶이 완벽해지는 건 아니다. 왜냐고? 다 알면서……. 일이 당신에게 전부인가? 물론 사적인 활동, 인간관계보다 일이 재미있어서 일이 인생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람도 많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 자체에 매료되지는 않는다. 시작하고 한 달 정도만 지나면, 대기업이든 신의 직장이든 중소기업이든 간에 ‘일’이라는 그 자체의 무게에질식되는 경우가 많다. 어렵게 취업한 것은 분명 축복받을 일이다. 국내취업도 좌절과 고난의 연속인데. 잘 해내었다. 자랑스럽고. 그러나 해외에서 본인이 원하는 직무와 급여를 쟁취해내었다 해도 그 ‘타이틀’의 기쁨은 오래가지 않는다. 아무리 멋져 보일지라도, 노동은 당신의 삶 그 자체가 아니므로.


 요지는 이렇다. 먼저 해외에서 커리어를 이어가며 먼저 길을 걸어간 선배들의 이야기, 나의 타지살이 경험들과 타향살이를 성공적으로 해나가고 있는 친구들의 충고들을 모두 합해보니, 해외에서 ‘근무하는 것’이 전부가 되면 안 되는 것 같다. 해외는 한국이 아니다. 일본이건,미국이건, 유럽 어느 나라건, 싱가포르이건 간에타국은 내 나라 내 집이 아니다. 그래서 더더욱 일이 전부가 되면 위험하다. 본인만의 휴식처, 돌파구, 새로운기회들을 만들어놓아야 향수병이라는 녀석이 갑작스럽게 방문을 할 때 타일러 돌려보낼 수 있다. 그렇지않으면 금방 해외 살이의 의미를 잃고 다시 한국으로 떠난다고……………

 상식적으로 맞는 말이다. 한국에서 직장 생활한 사람들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강도는 다르겠지만 평일에 힘겹게 일하고, 주말에 친구들이나 연인, 가족과 만나 맛있는 것 먹고 데이트도 하고 수다도 떨고 쇼핑도 하고. 책도 읽고 영화관도 가고 문화생활도 즐기다가 가끔 돈 모아 여행도 다녀오고. 그런 게 보통 사람들의 ‘살 맛 나는’ 평범한 일상인데, 해외에서는 그게 안 된다. 일단 언제나 기댈 가족이 없다. 연인도 (대체적으로는) 곁에 없다. 죽마고우 친구들도 없다. 친척? 당연히 없다. 돈? 내 나이 또래 20대 중반에는 급여가 높지 않다. 일하다 받는 스트레스를 예전처럼 풀 방법이 없는, 완벽히새로운 환경에 혼자 달랑 놓여진 셈이다. 아무리 멋진 일이라 해도 근로하다 보면 지치거나 의미가 퇴색되기마련이고, 타향살이 하다 보면 부모님도 오랜 친구들도 없는 상황에서 우울해지거나 다 포기하고 싶어지기쉽다. 그렇기 때문에 일은 열심히 ‘잘’ ^^ 하는 게 맞지만, 동시에 주말이나 퇴근 후 온전한 내 시간을쏟아 부을 뭔가를 만들어 그 속에서 재미와 의미를 꾸준히 얻는 것도 중요한 듯 하다.


 그래서 나는 지금 해외 취업을 했다, 는 반 쪽짜리 성공 자체에 도취되는 것보다, 오히려 진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짧으면 1년, 길면 아주 오랜 기간 동안 싱가포르에서 있으면서 어떤 것을 하고 싶은지. 그보다 더 중요하게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내가 생각해낸 것은 이렇다. 그냥 함께 공유해보고 싶었다.

1. 나만의 커뮤니티 만들기.

2. 작게나마 사업 시작하기.

3. 책을 집필하는 준비를 다지기.

4. 대외활동을 하며 로컬과 한국을 잇는 다리가 되기.


(1)  거창하지 않다. 커뮤니티라는 건. 그냥 예전부터 했던 대로 나와 친한 사람들을 모아서 나만의 사람들, 그룹을 만들고 그 속에서 편안함과 안정을 취하는 것. 내가 사랑하는 내 사람들을 소개하여 서로가 서로를 좋아하게만드는 것. 지금 나는 한국인 친구 반, 외국인 친구 반이렇게 어울려 다니지만, 내 생일인 가을쯤엔 모두가 함께 어우러져서 홈파티를 하는 게 일단 목표다. 그 전까지 좋은 사람들을 곁에 둘 수 있는 자격을 가진, ‘진한’ 사람이 되어야지. 해외 생활하며 새로운 사람들과 건강한 관계를 쌓아가는것도 중요한 파트다. 싱가포르에서 한인 사회 내 인간관계 및 평판 등등이 너무 안 좋아져서 한국에 어쩔수 없이 돌아간 사람의 이야기도 들은 적 있다. 동시에 따뜻하고 도움이 되는 인간관계를 잘 구축하여이직할 때마다 추천을 받고 좋은 기업으로 옮겨간 분의 경험담도 실재한다. 인간관계는 사람을 천국으로끌어올려줄, 그런 구원이 될 수 있지만 동시에 생 지옥으로 밀어 넣어 버릴 수도 있다. 어렵다. 오랜 시간을 함께 부대끼고 지지고 볶을, 내 사람들을 솎아내는 과정이 될 테니.

(2)  한국에서 오기 전부터 계속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지혜언니와 시작할 것 같은데, 아직 사업 자체를 거창하게 스타트하기에는 내 깜냥과 시간,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깊이가 부족하다. 지속적으로 깊이 고민해야한다. 그래도 한번 해보고는 싶은데. 사실 원래는 싱가포르자체가 사시사철 더운 나라이고 구매력이 충분한 나라이기 때문에 뷰티 프로덕트(화장품 아님)를 수입해 와서 온라인 상에서 판매하는 그런 비즈니스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런데지하철에서 타겟 군을 관찰해보고, 내 친구들을 유심히 살펴보고, 온라인상에서 추이를 지켜보고 마켓 리서치를 내 나름대로 해도 답이 안 나오더라. 생각보다 사람들이 뷰티에 관심이 크지 않은 것 같았다. 사실 나는 남 눈치에, 유행과트렌드와 패션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 이 나라 문화가 편하긴 하다. 내 친구들만 해도 화장을 아예 안하고 다니는 로컬들이 대다수다. 태국, 필리핀에서 온 친구나 잘 꾸미고 그런 데에 흥미를 많이 느끼는 듯 했다. 로컬들이라도, 한국에 관심 많고 K-beauty를 좋아하는 친구면몰라도 내 비즈니스 모델이 그리 매력적이지 않을 거라는 판단이 들었다. 그래서 일단 고이 접어 두었다. 다른 건 뭐가 있을까? 하, 원래는에어비앤비를 멋지게 다시 여기서 해보려고 했는데. 우버랑 그랩은 합법이면서 또 에어비앤비는 불법이다. 택시계가 가만히 있었나, 우리나라처럼 대규모 시위나 파업하지는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여기는 우버나 그랩이 대중화 되어있다. 나도 택시보다그랩을 더 많이 이용한다. 그래서 에어비앤비도 당연히 괜찮을 줄 알았는데, 천만의 말씀. 외국인 노동자 신분으로 에어비앤비 했다가 잘 못 걸리면바로 강제출국일 것 같아 무서워서 그것도 바로 접어버렸다. 이런.

(3)  브런치가 첫 시작이었다. 감사합니다 브런치 팀. 언젠가 구독자 수가 1000을 넘기면 그 때는 브런치 위클리 매거진에신청을 해볼 계획이고, 위클리 매거진에도 글을 정기적으로 쓸 수 있게 된다면 그땐 출판을 할 예정이다. 무엇에 대해서 쓸지는 잘 모르겠다. 음. 해외취업 도전기와 뿌리내리고 살기, 그런 것을 해야 하나. 지금 붙은 회사는 한국계이기 때문에 1년 정도를 채우고 아예 외국계로가려는 것이 목적이다. 그쯤 되면 브런치 책을 낼 자격은 어느 정도 미약하게나마 충족하겠지.

(4)  20대 초반. 카자흐스탄에서 지냈을 때 2년 가량 했었던 대외활동인 아시아문화중심도시기자단. 이제는 이름을 바꾸어 ACC 기자단이 되었다. 저번 해 개관 10주년을 맞이하여 나를 초대해주셨다. 설레는 마음으로 남자친구를 데리고 광주에 갔었다. 광주는 나도 처음, 남자친구는 외국인이니까 처음인데 정말 놀랐다. 내가 막연히 갖고있었던 광주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예측들이 산산히 조각났던 경험이었다. 그토록 문화와 예술이 살아 숨쉬는역사적인 곳이라니. 오히려 경기도보다도(?) 더 볼 거리가많고 외국인과 함께 놀러 가볼 곳도 많았다. 국내여행에 굉장히 까탈스러운 내가 한국에 다시 돌아가면광주에 또 놀러 가고 싶을 정도. 이번에도 역시, ACC기자단을뽑는다는 공고가 올라왔다. 해외팀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아시아문화전당은 뭐랄까, 내 20대 초반을 굉장히 많이 할애했기 때문에 오히려 더 정감이 가고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는 곳이다. 해외팀으로 근무(?) 대외활동을 하며 카자흐스탄과 한국을 잇는 교두보역할을 했었다. 광주에서 보내 준 소중한 기념품들을 친구들에게 전달하며 광주와 아시아문화전당에 대해소개를 했던 기억들, SNS에 꾸준히 홍보를 하고 매달 마감에 쫓겨가며 컨텐츠 작성을 하고 뿌듯해했던순간들, 광주에 가봤다고 한 친구를 만났을 때의 놀라움과 반가움, 아시아문화전당을어떻게 사람들에게 알리고 홍보할 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짜내고 가끔 구체화될 때의 기쁨과 보람. 그 때당시에는 학생이었고 시험기간이 겹치면 힘들었던 적도 있었지만, 단 한번도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기자단을신청했던 것에 대해 후회했던 적 없었다.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날 수 있었고, 명함이 따로 나왔기 때문에 특별한 활동을 할 때 조금 더 프로페셔널하게 낯선 사람들에게 접근하기가 쉬웠다. 카자흐스탄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그 나라가 어떤 곳인지, 문화와사람들은 어떤지 알리자는 목적도 달성할 수 있어 개인적인 성취감도 상당했다. 

아시아문화 전당이라는 곳이 점차 예술과 문화의 성지로 한 걸음 한 걸음 성장하고 있다는 것에 감개무량했다. 사실 5년 전? 만 해도 사람들이 잘 몰랐지만, 이제 광주시민은 물론이고 다른 지역 사람들도 콘서트나 문화 예술 공연 등을 즐기기 위해 점차 방문하고 있다고하니. 그 이름처럼, 아시아의 문화를 집대성하여 사람들에게친근하게 소개하고 여러 전시 및 아트워크, 퍼포먼스 등을 주최하고 관리하는 곳인데 서울에 위치한 예술의전당 못지 않게 퀄리티가 훌륭했다. 함께 전당을 둘러 본 남자친구도 아시아의 문화나 예술 등에 조예는깊지 않…….지만 (전형적인 미국 공대생) 아시아문화전당만의 뚜렷한 컨셉과 아름다운 건축양식, 여러 깊이 있는전시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한,중,일 동북아 3개 국에 그치는 것이 아닌 동남아와 중앙아시아까지, 말 그대로 아시아의 전방위적인 문화의 흐름을 주도하는 곳이니 내국인인 나 말고 외국인에게도 굉장히 매력적인컨텐츠 요소를 충분히 갖고 있는 곳임은 맞다. 특히 아시아의 문화 자체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외국인들에게더 큰 홍보가 있으면 좋을 정도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아시아 문화에 대한 교류·교육·연구 등을 통한 국가의 문화적 역량 강화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는 대한민국 문화체육관광부의 소속기관이다. 2015년 여름, 공식적으로 발족하였으며, 광주광역시 동구 문화전당로 38에 위치한다. 원래 아시아문화전당이 있던 곳은 사실 슬픈 우리네 역사의 상징물인, 구 도청이 있던 곳이었다. 민주화운동의 성지라고나 할까. 그래서 더 애틋하고 더 눈길이 많이 갔다.

 11기를 뽑는다고 하니 지원을 할 예정이다. 이번에는 내 추억이고스란히 서려있는 카자흐스탄이 아닌, 새 출발을 할, 모든게 새로울 싱가포르에서의 도전일 것이다. 모든 것이 낯설고, 아무것도없는 백지 상태에서 다시금. 그렇기에 나 또한 앞서 말했던 ‘해외취업성공 이후의 버킷리스트’에 ACC기자단 대외활동을 넣은 것이다. 싱가포르는 사실 동남아의 맹주이기도 하고, 아시아에서는 굉장히 유명한나라이지만 말레이시아에서 독립한 지 100년도 채 되지 않아 ‘싱가포르만의 전통 문화’를 뽑기에 아쉬운 부분이 많다. 다문화사회라는것이 좋기도 하지만, 동시에 고집스럽게 지켜온 자국만의 문화라고 말하기에는 어렵기도 하다. 워낙 중국계, 말레이계, 인도계, 페라나칸, 일본계, 유럽계등등이 많기 때문에 그들도 본인 나라의 전통 문화와 예술, 식문화에 대해 소개해달라고 하면 당혹스러운내색을 한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 지 모르니. 나 또한싱가포르에 온 지 아직 두 달도 채 되지 않았기 때문에 예술과 문화, 삶의 양식 등을 충분히 파악하고바로 시작하기에는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도 같다. 그렇기 때문에 나 스스로도 싱가포르와 한국을 잇는 ACC 기자단으로 재출발을 하게 된다면 또 나름대로의 전략과 고민을 해야 한다.그 여정이 참, 어떻게 보면 힘들고 머리 아픈 일을 왜 사서 고생하냐고 할 수 있겠지만. 다시금 내 20대 중후반을 국립 아시아문화전당을 위해 봉사하며 싱가포르에 더욱 깊게 뿌리를 내릴 수 있는 기회가 되리라고도 볼 수 있겠다. 

사실우리는 그간 서양의 문화와 예술, 역사를 접할 기회는 너무나도 많았다.학교를 다니면서 교과서에 실려있기 때문에 너무나 당연히, 강제로 배워야 했고 대중문화와미디어를 통해서도 아주 손 쉽게 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아시아 문화라고 한다면 대부분한국이나 일본, 더 나아가 중국 문화 정도만을 받아들이고 배우는 수준에 그친다. 아시아의 나라이면서도. 모든 문화를 다 배우고 습득하기를 강요하는것은 아니지만, 아시아문화전당 같은 집체적인 곳이 있기에 아시아의 작은 나라, 힘없는 나라와 베일에 싸여있는 문화와 낯선 예술 등이 교양 있는 문화시민들에게도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게 아닐까 싶다. 그러한 여러 아시아 나라의 문화 예술 다리의 역할을 아시아문화전당이 해주고 있기도 하고. 동시에 또 문화시민들의 기대를 한껏 받고 있기도 하다! 


글이 너무 길어졌다. 잠깐 남자친구 고향에 들르기 전, 카타르의 공항이라 그렇다. 이게 다 카타르 너 때문이야. 레이오버 8시간의 고통을 잊기 위해 나는 정성껏 타자를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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