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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싱지원 Jun 09. 2021

꼰머가 되지 않으려면

2019년, <90년생이 온다>의 열풍을 기억한다. 간단함, 병맛, 솔직함으로 기업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90년대생의 특징을 유쾌하게 풀어낸 책이다. 지난해 여름 광화문 교보문고에 들렀다가 내 앞에 이 책을 들고 계산하려는 (부장님 뻘의) 중년 남성들의 긴 줄이 인상적이었다. 베스트셀러여서? 내 세대를 이해하고자 하는 시도? 꼰대가 되기 싫어서?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으나 MZ세대를 이해하고 싶었던 것은 분명하다.    


MZ세대. 2021년 현재 10대 후반에서 30대 청년층을 뜻한다. 휴대폰, 인터넷 등 디지털 환경에 친숙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쓰는 돈이나 시간을 아끼지 않는 특징이 있다. [네이버 시사상식 사전]    


MZ세대의 한가운데 놓여있는 스물아홉의 나로서는,  세대를 관찰하고 분석한 시도가  재미있었다. 그러나 의외로  책에서 접하는 새로운 사실들이  많았다.  이야기여야 하는데,  역시 다른 세대와 다를  없이 공부하듯 읽었다. (트렌드에 민감하지 않은 90년생도 있으니, 세대론 같은 일반론은   같은 반례를 낳는다.)    


MZ세대를 조금 더 세분화하면 M세대, Z세대로 나뉜다. Z세대는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걸쳐 태어난 젊은 세대로, 2021년을 기준으로 취업준비생이거나 신입사원쯤 되겠다.    


얼마 전 한 친구의 생일파티 겸 친구들을 만났다. 친구들은 벌서 입사 4,5년 차에 후배 두세 명쯤 두었다. 그래서인지 대화 소재도 달라졌다. 몇 년 전만 해도 우리는 신입사원으로서 조직에 녹아들기 어렵다는 식의 고충을 털어놓았다면 이제는 되바라진 후배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를 고민하기 시작한 것.     


무언갈 가르쳐 주면 천진난만한 얼굴로 "몰라요"를 시전하는 후배, 지시하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제가요? 왜요?" 반문하는 후배. 각자의 빌런 후배 얘기만 해도 몇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우리는 'Z세대는 우리와 확실히 다르다'며 혀를 차고 통쾌해했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고 하던가. 2년 전 광화문 교보문고의 긴 줄이 보여주듯,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이해받아야 할 MZ세대였다. 그런데 이제는 MZ에서 Z를 분리해 세대의 특징을 잡아내고 분노를 표출하고 있었다. 역시 꼰대는 되기 싫어 어떻게 하면 거슬리는 후배의 행동을 바로잡고 꼰대 소리도 듣지 않을까, 그걸 고민했다.    


인정하기 싫지만 아마 내 위의 선배들이 겪은 충격, 거기에서 오는 분노도 적지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 새롭거나 고리타분하다는 개념은 늘 상대적인지라, 지금 용인되는 행동일지라도 시계를 조금만 과거로 돌리면 아주 부적절한 언행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늘 새로운 세대는 되바라지고, 당돌하다. 그보다 앞선 세대는 보수적이고 예의 바르다.     


우리끼리 하는 얘기지만, MZ세대는 절망의 세대다. (이럴 때는 또 세대를 통합한다) 인류 역사상 부모님 세대보다 못 사는 첫 세대가 될 거란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취업은 하늘에 별따기에, 어렵게 별을 땄다고 해도 월급으로 서울에 내 집 마련은 이번 생에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결혼을 미룬다. 그 결과 부모님 세대, 베이비붐 세대는 억울하다. 나는 부모를 봉양했는데, 자식에게는 기대하기 어렵다. 모든 걸 투자해서 아이를 키워놨더니 본인 살기 바빠 얼굴도 보기 어렵다. 결혼도 안 하고 손주도 안겨주지 않는다.


어느 세대도 쉽게 살았던 때가 없다. 늘 본인이 살고 있는 시대가, 내 삶이 가장 힘들고 불행하다. 고통은 늘 개인적이고, 내 아픔은 내가 제일 잘 알기 때문이다. ‘라떼는 말이야’ 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세대 간 갈등이 불가피한 이유도 같다.    


나도 올해 안에 세 명의 후배를 맞이한다. 시간이 더 지나면 선배보다 후배가 더 많아질 때가 온다. 고까운 태도를 힐난하고 싶을 때가 오겠지. 요즘 애들을 이해하기 힘들다고 털어놓는 때가 오겠지. 그러나 그때마다 나를 이해하고 넘어간 수많은 선배들을 떠올려야 한다. 내가 겪은 만큼, 아니 그보다 더 힘들었을 다른 세대를 생각해야 한다. 나에게도 우당탕탕 좌충우돌이었던 신입사원 시기가 있었고, 머지않아 몸이 내 마음처럼 따라주지 않는 정년 시기가 올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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