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칭 타칭 비혼 1세대 홍재희 작가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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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은 그저 라이프스타일’이란 말을 몸소 실천하는 비혼인을 만나 비혼에 대한 인사이트를 구했다. 자칭 타칭 비혼 1세대 홍재희 작가를 만났다.
자칭 타칭 비혼 1세대가 되어, <비혼 1세대의 탄생>을 출간했다. 50대 비혼인으로서 프로 N잡러가 되어 스스로의 보호자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번 특집을 준비하면서 <비혼 1세대의 탄생>의 저자 홍재희 작가와 꼭 대화를 나누고 싶었어요. 다양한 비혼인의 이야기를 다루고 싶었거든요.
처음에 섭외 메일을 받았을 때 ‘결혼하든 안 하든, 하고 싶지 않든 그저 Unmarried 상태인 건데 결혼을 아직 안 한 거야? 못한 거야? 아니면 안 할 거야?’라는 질문들이 차별적이라고 생각한다’는 기획 의도가 마음에 콕 들어왔어요. 결혼 유무와 상관없이 온전히 자신의 삶을 살아갈 뿐인데 왜 저런 질문을 받아야 하는지 의문을 가지고 살고 있는 사람이거든요. 내가 불편하게 생각하고 있던 그 질문들에 대해 <싱글즈>에서도 똑같이 고민하고 있구나 하고요.
그런데 섭외 메일에 응하면서 돌아온 답장 속 ‘나는 비혼주의자 선언을 한 적이 없다’는 문장이 인상적이었어요. 비혼주의자 선언을 한 적이 없는데도 유명한 비혼인이라는 점 때문에요.
요즘 저는 ‘결혼을 했는지, 미혼인지, 비혼인지 질문을 하는 게 적절한가?’에 관한 생각을 많이 해요. 비혼인 중에는 오롯이 혼자인 충만함이 좋은 사람도 있고 우리 사회의 결혼제도에 편입되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거거든요. 결혼 외에 다른 다양한 관계를 맺는 것에 대해 열려 있는 사람도 많을 거고요. 그런 다양함을 포용하지 않은 채 ‘너 미혼이야? 비혼이야?’라는 투박한 질문들을 이제는 넘어서서 새로운 형태의 가족 관계나 결합 관계를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결혼이냐 비혼이냐라는 것도 결국 결혼을 전제로 한 질문 아닌가요?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삶을 선택하든 그 사람이 선택한 삶의 방식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또 요즘은 ‘나는 비혼주의자입니다’라고 얘기하면 앞으로도 결혼하지 않겠다는 선언으로 받아들이잖아요. 그런데 이제는 그걸 좀 다르게 봐야 하지 않을까요? 비혼인 중에는 그냥 지금 혼자인 비혼 상태를 유지하고 싶은 걸 수도 있고, 결혼 제도에 편입되고 싶지는 않지만 같이 사는 걸 원하는 비혼인도 있을 거거든요. 그 모든 다름의 상태에 있는 비혼인들을 어떻게 ‘비혼주의자’냐 아니냐로 이분법적으로 구분할 수 있겠냔 말이에요. 저 역시 스스로 비혼주의자 선언을 한 적이 없어요. 비혼주의자라는 틀에 저를 가두며 비혼주의자라는 말을 긍정하고 싶지 않았고요. 그냥 비혼 상태인 거죠.
요즘도‘비혼’인지 ‘미혼’인지 물어보나요?
40대가 지나가면 다짜고짜 애가 있냐고 물어봐요.(웃음) 최근에 이런 질문을 받은 곳은 병원이에요. 비혼이 다른 유의미한 관계없이 ‘혼자’ 사는 것만 의미하지는 않겠지만, 저처럼 혼자 사는 사람이라면 건강은 항상 체크해야 하거든요. 꽤 중요한 부분이죠. 얼마 전 산부인과 검진을 하러 갔는데 결혼 유무를 물어보는 체크란은 대부분 미혼이거나 기혼밖에 없잖아요. 그러면 제가 일부러 사각형을 만들어놓고 비혼을 써서 체크하고 그랬어요. 책 쓰기 전부터요. ‘기분 나빠 일단은 표현은 해야겠어’ 하면서. 그러면 한 5~6년 전만 해도 ‘이게 뭐냐’ ‘이런 칸 만들지 마세요’라는 병원 관계자도 많았어요. 그런데 요즘엔 확실히 상황이 달라지고 있단 걸 느껴요. 어떤 개인 병원 갔는데 비혼 칸을 봤어요.
비혼칸이 있다는 것을 처음 들어보는 것 같아요.
그렇죠. 저는 눈을 부릅뜨고 보거든요. 미혼과 기혼만이 굳건하게 자리했던 그 자리에 ‘비혼’칸이 만들어진 병원을 봤어요. 정말 괜찮은 병원이죠. 또 한번은 동네 한의원에 갔는데 또 “결혼하셨어요?”라는 질문이 나오더라고요. 짜증이 나서 저 “비혼입니다.” 그랬더니 “저도요”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웃음)
얼마 전 <싱글즈> 독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무려 81%가 넘은 인원들이 평생 혼자 사는 것을 고민해본 적이 있다고 답했어요. 그중 혼자 사는 삶이 편하다는 이유가 가장 많았고요.
감히 추측해보자면 아마도 20~30대의 답변자가 많았을 것 같아요.(웃음) 40~50대로 접어들면 아주 현실적인 부분들을 맞닥뜨리기도 하거든요. 비혼이라면 내 눈앞에 닥친 1년 뒤가 아니라 적어도 마흔 이후의 삶을 어떻게 살 건지를 아주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아야 해요. 제가 책에서 쓴 내용이기도 한데, 마흔이 넘으면 다양한 관계를 맺을 가능성도 낮아지고 회사에서의 입지도 좁아지는 등 사회적으로 전과는 다른 위치에 자리할 변곡점이거든요. 여러 제약을 새로이 경험하는 게 현실이다 보니 혼자의 즐거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어요.
그런데도 혼자 사는 게 충만하고, 정신적으로 여유롭고, 만족하냐는 질문에 주저 없이 ‘YES’가 나와야 만족스러운 비혼의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결혼하기 싫다는 마음으로 비혼을 선택한 사람이라면 그때부터 위기가 찾아올 가능성이 높아요. 그래서 지금 비혼을 고민하는 친구들을 보면 본인에게 결혼이라는 제도가 맞는지 아닌지 그것을 먼저 판단하는 것, 즉 스스로를 아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이야기해줘요.
비혼인이 스스로의 정체성을 잘 아는 게 중요한 이유는요?
제가 스스로 ‘비혼이에요’라고 얘기한 게 아마도 2015년 이후예요. 사람들이 마흔 넘은 여자한테도 결혼 얘기를 묻는 것, 기혼을 전제하고 심지어 당연히 아이를 가정한 질문을 건네는 게 너무 불편하고 그걸 일일이 해명하고 있는 내 현실이 짜증이 났거든요. 그러니까 그냥 내가 선택한 상태고 일상일 뿐인데 왜 나는 만나는 사람마다 설명해야 하지? 사실 마흔이 되면 그런 질문은 더 이상 안 받을 줄 알았어요. 근데 끝이 안 나더라고요.(웃음) 그래서 스스로 같은 질문을 던지며 좀더 현명하게 내가 서 있는 자리를 가늠해볼 필요가 있다는 고민을 했어요. 저는 결혼이라는 제도가 맞지 않는 사람인 거지 혼자서 평생을 살아가고 싶은 건 아니었거든요.
또 제 주변에는 아직 결혼이라든가 어떤 다양한 결합 형태에 대한 고민이 부재했기 때문에 비혼인 사람도 많아요. 반대로 비혼 선언했다가도 아이를 낳고 싶은데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법적 결혼 외에는 답이 없고, 그렇다고 싱글맘으로 살 자신은 더욱 없으니 정말 애 낳고 싶어서 결혼하는 사람도 있거든요. 비혼은 내가 선택한 내 상태고 매일매일 살아나가는 과정이지 그 과정을 목숨 걸고 지켜야 될 어떠한 신념과 종교처럼 생각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요즘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비혼주의자’ 선언을 하며 스스로를 섣불리 규정하고 다른 가능성을 닫아버리기보다 자신을 잘 알고 그 라이프스타일을 지켜가면 된다고 생각해요. 비혼은 그냥 라이프스타일인 거니까요.
비혼 1세대로서 앞으로 더 논의되었으면 하는 비혼과 관련된 제도가 있을지도 궁금해요.
프랑스의 시민연대계약(PACS)과 비슷한 '생활동반자법'이 제정되었으면 해요. 다양한 삶을 법적으로, 사회적으로 품어줄 수 있는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비혼 1세대의 탄생> 책의 맨 마지막에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가족이라는 개념이 과거의 부모와 자식들로 이루어진 가족에서 이제는 좀더 확장돼야 하는 게 아닐까. 저는 단순히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을 넘어서 내 일상과 미래를 같이 나누고 공유할 수 있는 관계, 밥을 함께 먹어도 체하지 않고 즐거운 사람이라는 의미에서 식구라는 말을 더 좋아해요. ‘생활동반자법’도 그 일환에서 상상해보면 어떨까? 그런 생각을 하는 거죠.
50대 비혼 여성으로 삶을 꾸려가고 있는 지금, 작가처럼 비혼의 삶을 계획하고 있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을까요?
사실 저는 견고한 준비를 하고 비혼의 삶을 시작하지 않았어요. 대비를 하지 않았던 비혼 1세대이기 때문이에요. 저는 보험도 안 들었어요. 40대 중반에 사고가 크게 나서 병원에 입원해서 돈이 어마어마하게 깨진 다음에 각성하고 그런 부분에서 준비를 시작했죠. 한 번 더 강조하자면, 보험은 정말 중요합니다. 책에도 얼핏 언급한 내용이기도 한데, 댓글에 어떤 분이 비혼 1세대 선배라고 생각하고, 멘토라고 생각하며 읽었는데 이렇게 경제 관념이 없고 자기 관리 안 할 줄은 몰랐다는 댓글을 남기신 적이 있어요.(웃음) ‘저 같은 실수는 저지르지 마세요’ 하는 마음으로 이야기할게요.
우선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상황에서 ‘나다움을 유지할 수 있는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해요. 그 뒤에 나다움을 유지하기 위한 경제력을 갖춰야 하고, 주거 공간에 대한 안정감과 만족감이 있어야 해요. 여기서도 내가 어떤 상황에서 안정감과 만족감을 느끼는지 알아야 하고요. 또 나를 나로서 인정해주는 교우 관계도 중요해요. 저는 친구를 사귈 때 나이가 중요하지 않거든요. 배울 게 있는 사람이면 내가 먼저 마음을 열곤 해요. 거기에 마지막으로 하나 더 붙인다면 자기를 돌봐야 해요.
운동이요. 건강을 잃으면 정말 1인 가구로서 살아가기 쉽지 않아요. 마흔이 넘어가면서 정말 몸이 아프더라고요. 그래서 건강을 꼭 챙기려고 해요. 제 나이가 되면 부모님의 부고와 더불어 지인들의 부고가 몰려오기 시작해요. 그게 되게 충격으로 다가오거든요. ‘이게 나일 수도 있겠구나’ 하면서. 이젠 가족이 있든 없든 일생에 한 번은 혼자 살게 돼요. 따라서 더 적극적으로 자기돌봄이 필요합니다.
비혼의 삶은 현실이지 선언이 아니거든요. 내가 나를 돌볼 수 없음 어떡하지, 지금은 생각하고 싶지 않아, 먼 미래에 어떻게 되겠지. 이렇게 미뤄놓을 문제가 아니라는 거죠. 그리고 앞으론 가족이 부양을 대신해주지 않아요. 그런 가족은 드라마에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런 부분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결국 비혼의 삶에서 핵심은 '나다움'과 '자기돌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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