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스레터 #29
- 유럽 암장 후기 (2) Boulderbar
각 도시를 방문하며 클라이밍 센터를 찾을 때, 다른 지역에 있지만 같은 상호여서 눈에 띈 암장이 있었다. 바로 볼더바(Boulderbar)였다. 우리나라의 더클라임, 서울숲클라이밍, 피커스 등과 같은 곳인가? 생각하며 정보를 찾아보니 역시나 체인점이었다. 린츠 1곳, 잘츠부르크 1곳, 비엔나 4곳. 총 7곳을 운영하는 암장이었다. 그중에서 나는 잘츠부르크 지점과 비엔나 지점 1곳을 다녀왔다.
오스트리아의 더클라임 제가 한 번 가보겠습니다
여기서도 먼저 회원가입을 진행한 후, 일일 이용료를 지불했다. 이후 직원에게 간단한 암장 이용 방법을 들었다. 입장하기 전에 모든 지점과 정보가 연동되는지 물었는데, 그건 아니라는 답이 돌아왔다. 비엔나 - 린츠 - 잘츠부르크 간 정보를 주고받는 건 아니어서 도시마다 각각 회원 정보를 등록해야 했다. (비엔나 지점끼리는 연동이 되어 한번 가입하면 다른 곳에서도 쓸 수 있다고 한다.)
전반적인 특징부터 말하자면, 두 곳 모두 규모가 정말 컸다. 하루 종일 있어야 모든 문제를 풀 수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슬랩, 오버 행, 탑아웃 등 다양한 벽과 문제를 경험할 수 있었다. 볼더바 또한 퐁텐블로 볼더링 등급으로 문제 난이도를 표기했다. 하지만 난이도 세팅은 (어디든 그렇겠지만) 암장마다 편차가 있는 듯했다. 잘츠부르크에선 6b+ 문제까지 풀었는데, 비엔나에선 6a 단계에 그쳤기 때문이었다.
어려워 보이는 문제를 발견하면 ‘프로 불만러’인 나는 리치를 타네, 힘이 너무 드네, 길이 이상하네 등 잔뜩 툴툴거리곤 하는데 이곳에선 그럴 수 없었다. 너무나도 귀여운 특징을 발견했기 때문. 잘츠부르크 지점에서 문제를 풀기 위해 스타트 홀드에 다가갔을 때, 바로 옆에 무어라 적힌 딱지가 있었다.
"welcome to climbing / 5A"
알고 보니 모든 문제에 명칭을 부여하고 있었다. 이러한 특징 덕분에 난이도에 집중하기보다 과연 이름대로의 루트인지 동작을 상상하고 만들어 가는 재미를 느꼈다. 내 수준에선 할 수 없는 문제여도 마냥 즐겁게 붙었다. (후기를 작성하며 찾아보니 이제는 난이도만 표기하는 방향으로 변경했다고 한다. 제목을 짓는 창의력에 한계가 찾아와서일까? 아쉬울 따름이다.)
특이하게도 방문한 암장 모두 대부분의 바닥이 매트로 이뤄져 있었다. 문제가 있는 벽 주위를 전부 매트로 깔아뒀다. 지나다니는 길목이 따로 없어 푹신한 매트 위로 이동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 탓에 막 오르다가 발이 터져 떨어진 클라이머를 정면으로 마주하거나 위에서 떨어지는 사람을 재빠르게 피하는 걸 목격한 위험천만한 순간이 몇 있었다. 방문 계획이 있다면 오갈 때 등반자가 있진 않은지 꼭 확인할 것!
또한, 현관이 따로 없는 구조여서 탈의실에서 신발을 벗는다. 매트가 깔리지 않은 바닥은 이렇다 할 처리가 되어 있지 않아 미끄럽고, 무엇보다 위생적으로 깨끗한 느낌이 없다. 맨발로 바닥을 딛기엔 찝찝해 슬리퍼나 덧신을 따로 챙기는 것을 추천한다.
참, 루트가 재밌었냐고는 묻지 말아달라. 백문이 불여일견. 다들 잘츠부르크, 비엔나에서 모차르트, 클림트, 에곤 실레만 찾지 말고 이곳 암장도 직접 경험해 보았으면 한다.
암장인지, 맥줏집인지? 짠-이 절로 나오네
운동을 마무리한 후, 입장할 때부터 시선이 가던 '바(Bar)'로 곧장 향했다. 암장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겠다. 이름에서부터 엿볼 수 있듯이 우리가 흔히 연상하는 펍의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바 테이블과 안락한 소파로 둘러싸인 테이블이 여러 개 있고, 그곳에 앉아 맥주를 들이켜며 대화를 나누는 클라이머로 가득했다.
메뉴판을 들여다보니 생맥주 목록에 오스트리아의 대표 맥주 브랜드 중 하나, '오타크링거'가 가장 상단에 있었다. 그것도 여러 종류의. 어쩐지 제휴를 맺었는지 오크통 모양의 홀드, 기업 로고가 박힌 홀드가 있더라. 마침 한국에선 수입되지 않아 궁금한 터였다. 오리지널 라거, 쯔비켈(Zwickel, 효모를 걸러내지 않는 전통 방식으로 만든 맥주)을 맛봤고, 정신을 차리니 한 잔을 더 주문하고 있었다. 이것 참, 운동하러 온 건지, 맥주 마시러 온 건지. 무엇이 됐든 행복하면 됐다.
이외에도 지퍼(Zipfer), 괴써(Gösser) 등 다양한 브랜드의 병맥주와 콜라, 에이드 등의 다양한 음료도 판매 중이었다. 간단한 안주로 감자칩, 토스트, 소시지도 있어 운동 후 요깃거리와 한 잔의 낙으로 살아가는 나, 함박웃음을 지을 수밖에.
문득 주위를 둘러보니 혼자 책을 읽으며 맥주를 마시고, 헤드폰으로 음악을 듣고, 운동하는 사람을 바라보며 맥주를 마시는 등 저마다 이 순간을 한껏 느끼는 듯했다. 맥주가 맛있어서였는지, 암장의 분위기가 좋아서였는지 혹은 둘 다인지 모르겠지만, 오늘의 장면은 오래도록 잊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총평
비엔나 암장은 비엔나 중앙역에서 도보로 10분 거리로, 접근성이 매우 좋았다.
잘츠부르크 암장은 중앙역에서 도보로 25분, 트램으로는 15분 정도 소요된다.
이외의 다른 지점도 역이나 버스 정류장 인근에 있어 접근성을 상당히 신경 쓰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Boulderbar 암장 정보
주소 | 잘츠부르크 Richard-Kürth-Straße 9, 5020 Salzburg, Austria
비엔나 Maria-Lassnig-Straße 18/Tür 2, 1100 Wien, Austria
운영 시간 | 지점별로 조금씩 다르니, 구글맵을 통해 꼭 시간을 확인할 것!
가격 | 일일 이용료 12유로 (회원가입비 없음), 대여화 4유로, 초크 대여 2유로
홈페이지 | https://boulderbar.net/
인스타그램 | @boulderbarsalzburg @boulderbar
협업 문의 : slowstarter@slowstarte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