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티칭은 어디나 어렵다!
어느 조직이나 혼자서 일할 수는 없다. 누군가와 협업은 필수이며 공유해야 할 정보가 많은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강사의 경우는 학과 사무실 이외에는 필요한 서류나 협조가 필요하지 않고 내 일만 잘하면 되는 걸로 알고 있다. 그런데 한국어 강사는 좀 독특한 포지션을 지니고 있다.
한국어 강사는 국제 교류원 소속인데 사무실에 보고하거나 제출할 서류가 많다. 그래서 단톡방에 늘 공지가 올라오고 이 공지에 따른 행정적 절차를 강사들이 하는 식이다. 또한 담임제도가 있어 3일 근무하는 강사가 담임 강사로 전체적 행정과 반의 일을 책임 있게 처리하고 부담임이 보조하는 식이다.
이 담임과 부담임의 제도가 바로 팀티칭이다. 팀티칭 강사 간의 호흡이 중요해서 어떤 강사와 한 팀이 되는 가는 중요하다. 일을 모두 자기 일처럼 하는 분을 만나면 서로 좋은 관계로 유지가 되지만 일을 미루거나 안 하는 경우 그 일들을 도맡아 처리하다 보면 감정이 쌓일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내가 한국어 강사를 하면서 항상 되뇌는 말이 있는데 "나만 잘하면 된다. 민폐 끼치지 말자!"이다. 본의 아니게 어떤 일을 놓쳐 보고를 못하게 되거나 진도를 못 끝내 다음날 강사에게 진도를 넘기는 경우를 종종 본다.
물론 일부러 그러신 거 아닌 건 알지만 준비하지 못한 수업을 해야 하는 다음 날 강사에게는 날벼락이며 간혹 그 사실조차 공유해주지 않아 학생들이 진도가 아니라고 하는 날에는 학생들 앞에서 당혹스러운 얼굴을 감추기 힘들다. 학생들도 안다. 강사들끼리 정보 공유도 안 된 걸. 이 얼마나 우스운 상황인가!
그렇게 진도를 항상 못 마치는 강사들이 있다. 습관인 것 같다. 나도 한번 그런 강사와 팀티칭을 한 경우가 있었는데 정말 답이 없다. 그래놓고 하시는 말씀이 "학생들이 이해를 잘 못해서 반복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어요." 매번 같은 변명을......
총 200시간 안에 한 단계의 두 교재를 끝내는 것은 쉽지 않다. 진도가 좀 빠듯해야 학생들이 예습도 복습도 하면서 따라오기에 진도가 느슨한 것보다는 이게 낫다고 생각한다. 가끔 활동을 늘리고 싶지만 활동을 늘리는 것도 학생들의 일정정도의 학습량이 기본적으로 뒷받침되어야 가능하기에 실행하기 쉽지는 않다.
이번 학기에 여러 강사들을 만나고 있는데 일을 말로만 하시고 실제 일은 안 하셔서 같은 반 팀티칭 강사들 여러 번 곤혹스럽게 하시는 분도 봤고 자꾸 진도를 놓쳐 개인 카톡으로 자신의 진도를 다음 날 강사에게 습관적으로 넘기는 분도 봤다.
이런 경우를 보면서 우리 반 팀티칭 강사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늘 진도도 행정일도 다 깔끔하게 처리해 주셔서 서로 얼마나 편한지 모른다. 모든 일을 정확하게 나눌 수는 없다. 더 할 수도 있고 덜 할 수도 있게 되는 애매한 경계가 항상 있는 것이 일이 우리 일이다.
그래서 내가 더 한다는 마음으로 그게 더 마음이 편하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런데 이러한 마음도 상대방이 무례하거나 너무 당연하게 여기면 그때는 다시 확실하게 선을 긋는다. 사람의 관계는 어디에서나 상대적인 것이다. 아주 가끔 내가 가진 상식과 상대가 가진 상식이 다르다고 느낄 때가 있는데 그때는 진짜 선을 명확하게 긋는 편이다.
물론 본인의 노력에도 일을 처리하기 힘든 상황이거나 할 수 없는 경우에는 나서서 도와드리는 편이다. 서로 도와야 살 수 있기에. 나도 언젠가 다른 강사의 도움이 필요하고 받을 수도 있기에. 우리는 '을'이다. 행정에게도 '을'이며 학생에게도 '을'이다.
다행히 이번 학기는 다니는 학교 모두 좋은 팀티칭 강사들을 만나 편안하게 학기를 보내고 있는 중이다. 단지 학생들의 학습 의욕이 점점 없어지는 것만 빼고는 힘들지 않다. 말간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마음도 즐겁고 그들의 애교에 스르르 녹지만 나의 의무는 학생들의 학업 성취와 결부되어 있기에 조금은 아쉬울 때가 있다.
지난주는 조금 그랬다. 해가 지날수록 학생들의 공부에 대한 열의가 줄어들고 통제하기가 힘들어져서 이걸 어떻게 해야지 하는 생각들로 힘들었다. 그리고 이번 주에는 다시 힘을 내어 강의 준비를 열심히 해서 강의 안에서 최대한 연습을 시키려 하고 있다.
나도 인간이기에 마음이 널을 뛰고 힘을 내다가도 지치고 그렇다. 이 일을 늦게 알게 된 것을 후회하고 있기에 지금 일자리가 있다는 것에 만족하려 한다. 몇 번의 면접에서 탈락한 것도 그렇고 노력하면서 살지만 늘 내 마음 같지 않은 요즘이라 글이 뜸했다.
영어 면접까지 준비했지만 탈락했다. 못하는 영어 대본을 외우고 또 외우고 정말 이럴 거면 영어 공부도 좀 하고 영어 교육도 전공할까 하는 생각도 온갖 잡다한 생각에 좌절에 다시 불타오르길 여러 번... 결국은 또르르 또 떨어졌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젠 어려운 면접에서도 떨지 않고 나의 이야기를 한다는 사실이 처음과 비교했을 때 놀라운 성장이다. 진짜 심장이 터질 것 같았는데 이제는 그냥 조용히 나의 이야기를 하는 나를 보고 조금은 대견스러워졌지만 그래도 결과는 또르르... 하하!!!
다시 달린다. 노력하다 안 되면 그것도 받아들여야겠지만 일단은 또 달려볼까 한다. 지금 나처럼 좌절하는 모든 이들에게도 위로를 건넨다.
파이팅 하세요~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