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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opepperzzang Feb 17. 2024

달콤씁쓸 쇼콜라티에의 인생

웡카 / 2024


티모시 샬라메 주연의 <웡카> 를 봤다.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여정 좋은 일은 모두 꿈에서부터 시작된다! 마법사이자 초콜릿 메이커 ‘윌리 웡카’의 꿈은 디저트의 성지, ‘달콤 백화점’에 자신만의 초콜릿 가게를 여는 것. 가진 것이라고는 낡은 모자 가득한 꿈과 단돈 12소버린 뿐이지만 특별한 마법의 초콜릿으로 사람들을 사로잡을 자신이 있다. 하지만 먹을 것도, 잠잘 곳도, 의지할 사람도 없는 상황 속에서 낡은 여인숙에 머물게 된 ‘웡카’는 ‘스크러빗 부인’과 ‘블리처’의 계략에 빠져 눈더미처럼 불어난 숙박비로 인해 순식간에 빚더미에 오른다. 게다가 밤마다 초콜릿을 훔쳐가는 작은 도둑 ‘움파 룸파’의 등장과 ‘달콤 백화점’을 독점한 초콜릿 카르텔의 강력한 견제까지. 세계 최고의 초콜릿 메이커가 되는 길은 험난하기만 한데…




영화는 크게 웡카가 초콜릿을 팔기 위해 벌어지는 에피소드와 웡카와 누들의 성장기를 다루고 있다. 영화에서 웡카는 어른이지만 초콜릿 공부에 매진하느라 아무것도 모르는 어른아이로 묘사된다. 반면, 누들은 아주 어릴 적부터 스크러빗 부인에게 길러지며 세상의 쓴맛에 빠삭한 애늙은이다. 이렇게 비슷한 듯 다른 두 사람이 만나 서로의 세상을 넓혀 가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극 중 기린 우유가 필요해 웡카가 누들과 함께 동물원에 몰래 잠입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동물원 연못에는 플라밍고가 잔뜩 모여 서 있는데, 이 모습을 본 누들이 웡카에게 질문한다. "플라밍고는 원래 날지 못해?" 그 질문을 들은 웡카는 대답한다. "아마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그럴걸. 이끌어 주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야." 이 장면에서의 플라밍고는 누들의 처지와 매우 흡사하다. 희망이라는 걸 알려 주는 이가 없고, 이끌어 주는 이가 없던 누들. 하지만 누들이 웡카를 만나 탈출 계획을 세우고, 제 마음속의 소망을 알게 되면서 누들은 꿈을 꿀 수 있는 아이가 된다. 다음 장면에서 웡카와 누들이 풍선을 타고 하늘을 나는 모습을 보며 플라밍고가 일제히 하늘을 향해 날아오른 것처럼 말이다. 



웡카는 누들을 아이가 아닌 한 명의 동료로 바라보며 대우해 준다. 그렇기에 누들에게 동업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겠노라 약속하고 그 약속을 이행한다. 사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누들에게는 그간 누들을 존중하거나 자신을 신뢰하게끔 만들어 주는 어른이 없었기에 처음에는 웡카의 부탁을 수락하고도 망설이며 경계하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웡카는 자기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맺은 약속은 반드시 지키고야 마는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 준다. 웡카는 철없고 천진난만한 인물로 묘사되지만 그 안에는 순수한 에너지와 넘치는 책임감이 있다. 덕분에 염세적이었던 누들도 웡카를 만나 점점 희망적인 인물로 변해 간다. 욕심쟁이는 가난뱅이를 이길 수밖에 없다고 낙담하듯 말하는 누들에게 웡카는 확신에 차 대답한다. 그렇다면 이제 세상을 바꿀 차례라고. 누들은 환한 표정을 지으며 수긍한다.



이 영화는 어린이 뮤지컬 영화답게 꿈에 대해 동심이 가득한 희망적인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다. 허나, 이야기를 서술하는 시선은 어른의 시니컬함에 가깝다. 호텔 이용약관을 제대로 읽지 않아 곤경에 빠지는 웡카라거나, 부정부패에 연루된 종교 세력과 공권력, 가격 담합을 위해 결성된 초콜릿 카르텔까지. 웡카에게 벌어지는 나쁜 일들은 모두 '나쁜 사람'으로부터 시작된다. 판타지로 가득한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그 무엇보다 현실적이고 냉혹하다. 아마 웡카가 혼자였다면 이 모든 일들을 극복하고 다시 초콜릿 판매상으로 재기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뜻을 함께할 동료들이 있다. 부정 계약으로 세탁소에 묶여 고행을 함께 겪은 동료들. 그들에게는 서로의 힘듦을 이해할 개연성이 존재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나쁜 사람'으로부터 시작된 불행은 '착한 사람'들을 통해 전복된다. 그리고 웡카는 마침내 꿈을 이루며 다음 목표를 향해 새로운 동료와 함께 나아가게 된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 역시 사람을 통해 치유된다. 그리고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을 때 우리는 우리 스스로 더욱 단단해진다. 참으로 간단하고 지겨운 명제다. 이는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며 인생의 고저를 그리는 것은 하나의 요소만이 아님을 단편적으로 표방한다. 나 역시 그랬던 경험이 있어 이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깊이 공감하며 감상했다. 이런 메시지를 내포한 영화가 비단 웡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다른 영화보다 특별하다고 느꼈던 점은 진정한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준 영화라는 점이다. 진정한 어른이란 어떤 것일까. 스스로 골몰하며 가지게 된 나의 확신은 다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까. 정직과 선의 정의가 모호해지고 개인의 이득이 점점 더 중요한 가치로 자리하고 있는 요즈음 시대에 나는 어떤 어른으로 자라며 기억될 수 있을지 다시 한번 재고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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