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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준탁 Chris Yoon Jul 14. 2017

진짜 전문가와 가짜 전문가

당신이 아는 전문가는 진짜 전문가가 아닐 수 있다

가짜 전문가가 너무 많다. 이곳저곳에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많은데 진짜 전문가인지 모르겠다. OO분야의 전문가입니다. XX업계에서 오래 몸 담으신 분입니다. 이런 말을 들으면 진짜 전문가를 만난 것 같다. 그런데 이야기를 나눌수록, 들을수록 이상하다. 강연은 1시간째 이어지는데 도대체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모르겠다. 들어본 이야기고, 어디선가 읽은 이야기 같다. 이 사람이 이 분야의 전문가라던데, TV에도 나오고 책도 많이 썼던데... 왠지 스멀스멀 의심이 피어오른다. 많은 사람이 '그분은 전문가'라고 할지라도 진짜 전문가가 아닌 가짜 전문가에게 모두가 속고 있을 수도 있다. 이 글을 쓰는 나도 경험과 지식이 짧아 감히 전문가를 구분 짓고 평가할 깜냥은 없다. 다만, '전문가'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절대 가볍지 않기 때문에 조금이나마 진짜 전문가를 만나고 구별할 방법을 생각해 봤다.


전문가의 정의

'전문가' 국어사전에 따르면 어떤 분야를 연구하거나 그 일에 종사하여 그 분야에 상당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을 뜻한다. 사실 전문가라는 기준은 모호하다. 상당한 지식과 경험이 어느 정도인지 정량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단 2가지 방식으로 전문가를 구분할 수 있다. 지식 측면에서 봤을 때 지식이 많이 쌓이면 학문적으로 정리하려는 경향이 있다. 자신의 머릿속에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논문, 칼럼, 책 등으로 학문적 정리를 한다. 박사학위 소지자, 교수, 전문 연구위원은 전문성을 학문적 성취를 통해 나타낸다.


경험 측면에서 보면 전문가가 반드시 학문적 성취가 뛰어난 사람만을 가리키지는 않는다. 현장에서 오랜 기간 숙련된 기술이나 축적된 경험이 지식보다 더 빛을 발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요리연구가, 특수장비를 다루는 직업, 스턴트맨, 자동차 정비 장인 등 다양한 분야에 전문가가 존재한다. 이런 경우 실력이 탁월해서 누가 봐도 인정할 수밖에 없거나, 다른 전문가들의 평가, 평판 때문에 전문가로 인정받는다. 전문직 종사자들 역시 특정 자격을 취득해야 하고 한 분야에 오래 종사하기 때문에 변호사, 의사 등의 직업군도 전문가로 인정받는다고 볼 수 있다.


진짜 전문가와 가짜 전문가

사전적인 의미의 전문가는 위와 같은 범주에서 구분할 수 있지만, 우리가 직접 마주하는 전문가는 위의 기준이 아닌 다른 잣대로 바라봐야 한다. 작년 8월 비즈니스인사이더(Business Insider)의 과학 리포터 라피 레츠터(Rafi Letzter)가 진짜 전문가와 가짜 전문가를 구별하는 법에 대해 칼럼을 썼다 (링크:http://www.businessinsider.com/how-to-tell-experts-from-fakers-2016-8). 칼럼에서 밝힌 진짜 전문가와 가짜 전문가의 가장 큰 차이점은 진짜 전문가는 생각보다 그렇게 많이 알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가짜 전문가들은 자신이 모든 것을 알거나 자신이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다. 진짜 전문가들은 지식의 꼭대기에 올라서서 저 멀리 지평선을 바라보며 아직도 내가 발견하지 못하고 알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고 외치고 있다. 가짜 전문가들은 어떤 말을 하면서 100% 확신할 수 있다고 말한다. 반면 진짜 전문가는 자신의 지식을 바탕으로 이야기하지만, 결코 어떤 것에도 확언하는 경우가 없다.


가짜 전문가의 문제점

가짜 전문가는 '좋은 강연이었습니다.' '역시 뛰어나시네요'와 같이 절반은 공치사인 남의 말을 듣고 자신의 권위와 명성이 올라간다고 생각하기 시작한다. 가짜 전문가는 자신의 행동과 발언에 문제가 있는지 판단하기 힘들다. 자신을 주위 모두가 추켜올려주고 인정해 주니 점점 더 확신에 찬 발언을 한다. 자신의 권위를 내세워 타인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자기 할 말만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본인의 경험과 실력보다는 시류와 운이 맞아 전문가로 뜨게 된 경우가 있다. 이런 가짜 전문가는 자신의 연구 분야에 몰두하지 않고 이곳저곳에 모습을 나타내면서 강연료를 받는다. 덤으로 알맹이가 없는 글을 기고하며 자신의 지식을 뽐낸다. 물론 좋은 강연을 통해 지식과 경험을 전파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가짜 전문가는 비슷한 자료 혹은 주제와 관련 없는 홍보성 내용으로 강연 시간을 보낸다. 더불어 자기 자랑을 일삼는 자칭 타칭 전문가들을 보면 시간과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가짜 전문가를 유명세만 믿고 전문가라고 초청한 주최 측도 반성해야 한다.


진짜 전문가의 특성 다섯 가지

특정 분야에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은 진짜 전문가인지, 아니면 언론과 미디어에서 만들어낸 가짜 전문가인지 구별해야 한다. TV나 인터넷에 자주 등장하는 명망 높은 지식인들, 전문가들이 과연 진짜 전문가일까. 모두가 봤을 때 전문가겠구나 할 수는 있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특성이 있지 않다면 껍데기만 전문가인 가짜 전문가라고 불러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말한다. 전문분야의 지식과 경험을 누가 들어도 쉽고 명료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철저히 듣는 사람의 입장을 고려해 이야기한다. 요즘 tvN의 인기 프로그램인 '알뜰신잡'을 한 번이라도 본 적 있다면 공감할 것이다. 각 전문 분야의 전문가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중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없다. 어려운 뇌과학 이야기라 할지라도 적절한 예를 들어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두 번째,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뚜렷하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쉽게 이야기를 풀어나가지만, 그 안에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이미 설명할 분야에 대해 전문가의 지식과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내 생각을 남의 머리에 집어넣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다. 전문가는 쉬운 언어로 메시지를 정확하게 전달한다. 전문가의 이야기가 이해하기 쉽지 않고 주제에 어긋난 이야기를 한다면 (물론 내가 머리가 나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 자질이 부족한 사람이 불필요한 수식어와 장황한 설명을 곁들여 이야기하는 것뿐이다.


세 번째, 자기 자신이 아니라 자신의 분야에 집중한다. 진짜 전문가는 성취감과 기쁨을 자신의 분야에 집중하고 소비하는 시간을 통해서 느낀다. 자신이 얻게 된 지식과 정보가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도움이 될지를 생각한다. 하지만, 가짜 전문가들은 그들이 말하는 모습이 어떻게 멋지게 보이는지가 중요하다. 자신감이 아닌 자만감이 가득하다. 마치 선생님이 이 부분은 시험에 나오니까 별표 땡, 돼지 꼬리 땡 하면서 공부하라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물론 진짜 전문가라면 가르치는 역량은 충분할 것이고 주옥같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하지만, 가짜 전문가는 내가 전문가로서 지식을 너희에게 주니 고마운 줄 알아라 라는 식의 자세가 보인다. 한마디로 겸손하지 못하다. 남에게 보이는 모습에 중점을 두는 전문가는 기본적인 자질 부족이다.


네 번째, 끊임없이 호기심을 갖는다. 자신의 분야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를 통해서도 배울 점을 찾는다. 스스로 학습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고자 하는 의지를 항상 갖고 있다. 자료 하나, 논문 하나 만들어서 사골곰탕 우려먹듯이 계속 우려먹는 방식은 가짜 전문가가 주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진정한 전문가는 계속해서 배우고, 공부하고 궁금해한다.


다섯 번째, 진짜 전문가는 정직하다. 모르면 모른다고 말하는데 아무 거리낌이 없다. 모르는 부분이 있다고 해서 그 전문가가 쌓아온 지식과 경험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리거나 하지 않는다. 오히려 부족한 부분에 대해 인정하고 남의 이야기를 경청할 줄 안다. 모르는 부분을 채우기 위 해당 내용의 전문가에게 묻거나 책, 자료를 찾아보며 자신의 전문성을 강화할 기회로 삼는다. 라피 레츠터가 말한 것처럼 마치 자신은 100%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이야기하는 자들은 가짜 전문가일 가능성이 높다. 아니, 그들은 자신들이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가짜 전문가다. 덧붙여 가짜 전문가들은 자신이 모르는 부분을 누군가 알려주거나 설명해주려고 하면 마치 어린아이가 귀를 막고 "아아아" "나는 아무것도 안 들린다" 하는 것처럼 행동한다. 자신의 부족함을 정직하게 인정하지 않고 듣고 싶은 것만 듣것은 가짜 전문가들의 특성이다.


전문가와 전문가가 될 자질이 있는 사람들은 항상 자신의 무지(無知)를 생각한다. 부족한 부분은 찾아서 채우고 더 배우고자 열망한다. 배운 것은 다른 사람들에게 쉽고 명쾌하게 설명한다. 진짜 전문가는 모두가 공통된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어떻게 하면 그 공통된 생각에 구멍 하나 뚫을 수 있을지 고민한다. 그래서 그들은 항상 더 나은 질문을 한다. 지식, 학위, 경력을 떠나 자신의 무지를 깨닫고 수용하며, 남의 말을 귀 기울여 듣는 자세를 가진 사람이 진정한 전문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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