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隐入尘烟 2022

다 순응해도 끝내 거부해야 하는 것은....

by 정성기



영제 _ Return To Dust
감독 : 리루이쥔(李睿珺, 1983∼)


세상 억울해하지도 않고, 성내기 커녕 생색조차 내지 않으며 그저 담담하게 써내려놓은 한 편의 서사시. 허나, 보고 나면 그 먹먹함에 밤새 뒤척이게 되는 그런 영화이다.


지주에게 동네 소작인들이 소출에 대한 대금을 받는 장면이 있다. 촌장 쯤 되는 노인 하나가 시세보다 턱없이 적게 쳐주는 값에 투덜댄다. 이에 돌아오는 지주의 대답, “ 싫음 말고.” 같은 장면에서 주인공 유철은 군소리 하나 없다. 외려 일전에 지주에게서 받은(부탁하지도 않은, 하지만 받게되었던) 아내의 옷값을 제하고 달라 한다. 이게 웬 횡재냐 싶어 반색을 금하지 못하는 땅주인보다 빚지지 않겠단 무지렁이 유철이 도리어 주인처럼 보이는 건 내가 과민해서인가?


적나라한 사회비판, 농민(약자)에 대한 구조적 착취, 그걸 바라보는 우리의 분노. 이런 관찰자로서의 책임없는, 그리고 자기도취적인 정의감과 세상에 대한 집합주의적 시각으로 주인공 부부를 바라보는 것은 외려 그들 부부의 ‘진짜 주인’으로서의 삶에 대한 모독이 아닐까. 가을 타나? 이 또한 너무 과민한 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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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우주를 구한 아이언맨의 핑거스냅에도 끄떡없었는데 아…. 저 비루먹은 당나귀의 멍에를 풀던 유철의 손길에 그만 무너지고 말았다.



신경림의 시구 하나 떠오른다.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