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라와 아이, 그리고 두 마을을 잇는 해얀 산책로...성수기에 가면 최고
아테네 피레우스 항구에서 아침 7시25분 출발하는 산토리니행 페리를 탔다. 길이 100m, 높이 5층 건물 크기 크루즈선에 올라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창밖에는 에게해 물결이 넘실거린다. 산토리니를 배로 오면 좋은 게하나 있다. 중간에 파고스, 나소스, 이오스 섬에 정박하기 때문이다. 내려서 섬 안을 둘러볼 순 없지만 배 위에서 한참동안 섬을 구경할 수 있다. 8시간만에 산토리니에 도착했다. 숙소가 있는 피라 마을까지 거리는 6km지만 우뚝 솟은 절벽을 지그재그로 걸어야 하는 탓에 가파른 비탈길을 오르는 산행에 가깝다. 하루 한차례 운 행하는 피라마을행 버스를 타야 한다. 그 버스를 놓치면 택시를 타거나 차를 렌트해야 한다.
산토리니는 긴 강낭콩처럼 생겼다. 그 안쪽으로 들어간 서쪽 해안을 따라 호텔, 카페, 스튜디오, 상점 등이밀집해 하얀색 장관을 이룬다. 산토리니에서는 피라와 이아 마을이 가장 크다. 피라가 섬의 중심에 있다면 이아는 북쪽에서 산토리니 앞의 화산섬 쪽으로 촉수처럼 나와 있는 곶 끝 절벽에 있다. 낭떠러지 위에는 집들이 하얗게 빛나고 있다. 맑은 날에는 햇빛을 받아 더욱 빛나고, 흐린 날에는 어두워진 하늘이나 바다의 색과 대비되어 하얀색이 한층 도드라진다. 바다와 하늘과 만나는 선은 흐릿해 어디서부터 바다이고 어디서부터 하늘인지 구분하기 쉽지 않을 정도다.
해안 절벽을 따라 피라에서 이아까지 이어진 길은 화산섬 산토리니가 간직한 비경을 품고있다. 총 길이12km 길을 걷는 내내 왼쪽으로 에게해의 쪽빛 바다와 그 위에 흩뿌려진 섬들이 따라 온다. 발아래로는 아찔한 낭떠러지가 펼쳐져 있다. 마그마가 굳어서 만들어진 해안 절벽은 까만빛을 띤다. 그 해안 절벽 정상마다 검은 해안절벽과 대조를 이루며 빛나는 하얀 마을이 자리해 있다.
피라를 벗어나자마자 영화 세트 같은 하얀 마을이 나온다. 피라나 이아보다 고요하고 깨끗한 절벽 위 하얀 마을은 현재 비수기다 보니 공사 인부 외에는 아무도 살지 않는다. 아마도 5월에 접어들면 리조트 주인들이 다 시 들어와 영업을 시작할 것이다. 산토리니는 시즌 개막에 앞서 스토브리그 기간 몸을 만드는 프로야구 선수같다. 낡은 곳은 보수하고 지난 시즌 관광객에게 인기를 끌지 못한 카페나 호스텔은 개조를 한다. 마을에 자리 한 하얀 집들은 혼잡스러운 도심보다 호젓하다. 분주한 곳을 피하고 싶은 이들은 피라나 이아에서 차로 5~10 분 가면 닿을 수있는 숨은 리조트를 권한다.
해안 절벽에서 북쪽 끝을 보면 하얀 소금밭 같은 이아 마을이 보인다. 이아는 산토리니섬 북쪽 끝에 있는 작은마을이다. 이아는 북쪽 끝에 촉수처럼 눈앞 화산섬 쪽으로 뻗은 곶 끝에 있다. 피라에서 이아로 가는 길은 줄곧 이아가 자리한 곶을 향한다. 푸른 에게해, 검고 붉은 절벽, 에게해 위에 떠있는 섬들, 그 위에 자리한 하얀마을을 보면서 2시간가량 도보여행을 즐길 수 있다. 길을 다 걸어도 좋고 중간에 동화처럼 나타나는 하얀 집에 머물러도 좋다. 그 어디라도 에게해는 빛나고 하늘은 눈부시다. 천길 낭떠러지 위에 펼쳐진 동화 같은 풍경 안에서 지중해의 햇빛과 에게해로 지는 석양, 푸른 하늘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 산토리니다.
명심해야할 것 하나. 산토리니는 반드시 성수기에 가라. 비수기에 가면 전성기 지나 버림 받은 여배우마냥 비극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