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명소인 피사의 사탑은 중심이 기울어진 상태로 수백년 이상을 유지되어 세계 불가사의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도 몇 년 전 피사의 사탑보다도 훨씬 기울어진 건물이 모습을 드러내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아산에 위치한 이 오피스텔은 무려 30도 가까이 기울어져 보기만 해도 아찔한 모습이었는데, 7년 뒤인 현재 상태는 어떠할까? 이에 대해 함께 알아보도록 하자.
서유럽 국가인 이탈리아의 피사라는 도시에는 원통형 대리석 탑이 있다. 8층으로 이뤄진 이 건축물은 우측으로 5.5도가량 살짝 기울어진 상태인데, 보는 사람을 불안불안하게 하지만 현재까지 무려 600년이나 무너지지 않고 버텨 전설로 여겨지고 있다.
그런데 이탈리아가 아닌 우리나라에도 피사의 사탑으로 불린 곳이 있었다. 이는 바로 충청남도 아산에 위치했던 쌍둥이 빌딩 중 한 건물인데, 육안으로 봐도 심각해 보일 정도로 심히 기울어져있다. 기울기는 무려 30도에 달한다. 피사의 사탑 보다 5배나 기울어진 것이다.
총 2개의 동으로 이뤄진 이 쌍둥이 오피스텔 중 하나는 종현 오피스텔, 또 다른 하나는 은서 오피스텔이다. 그중 심하게 기울어진 종현 오피스텔의 사진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순식간에 퍼지면서 누리꾼들로부터 '정말 한국 맞냐'는 의심까지 불러일으켰다.
건물이 기울어질 당시의 상황을 살펴보면 문제가 매우 심각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으로부터 7년 전인 2014년 당시, 충남 아산 둔포면 석곡리에 조성된 아산 테크노밸리에는 신축 7층짜리 오피스텔의 내부 공사가 진행되던 중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쌍둥이 빌딩 중 하나인 종현 오피스텔이 살짝 흔들리더니 1층 기둥이 침하되면서 건물에 균열까지 발생해버렸다. 당시 상태는 매우 심각해 붕괴 직전 수준이었는데, 다행히 건물 내부에는 인부가 없어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바로 옆 건물인 은서 오피스텔에는 공사 작업 중이던 사람들이 있었는데, 하마터면 이는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건물이 기울어지면서 엄청난 데시벨의 굉음까지 만들어냈는데, 인근 주민들과 인부들은 겨우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렇다면 피사의 사탑으로 불리는 이 오피스텔은 대체 어떤 이유로 이처럼 심각하게 기울어져 버린 것일까? 오피스텔 신축 공사가 진행 중이던 부지는 사실 과거 저수지가 있던 곳으로, 현지 주민들은 "그 땅은 예전부터 지반이 너무 약해 농기계도 못 쓰고 소를 이용해서만 농사가 가능했다"라고 말했다.
저수지였던 곳을 땅으로 만든 뒤에도 지반이 여전히 약해 건물을 세우기에는 위험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해당 토지에 신축 공사를 진행할 경우 지반 공사에 더욱 신경을 써야 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지반공사를 진행한 (주)한화도시개발측에서는 "지반공사는 정상적으로 실시되었고 문제가 없었다"라며 책임을 외면했다.
뿐만 아니라 이후 해당 건물의 공사에 대한 감사를 실시해 보니, 건물에 들어가는 철골까지 기준치 미달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결국 주민들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30도나 기울어져 버린 오피스텔을 신고했고, 경찰과 소방당국은 건물의 붕괴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인근 도로와 보행자 진입을 통제했다.
결국 한쪽으로 기우뚱하게 세워져있던 이 오피스텔은 철거 결정이 내려졌다. 이에 철거를 담당한 업체에서는 5월 16일과 17일 준비작업을 끝내고 18일 오전 본격적인 철거 작업에 들어갔다. 그런데 철거작업이 실시되던 중, 오피스텔은 갑자기 붕괴되어버리고 말았다.
당시 철거업체 관계자는 건물을 주저앉히는 데 2~3일이 걸릴 것으로 예측했지만, 작업이 시작된 지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굉장한 소음을 내며 무너져버린 것이다. 다행히 작업에 투입된 인부 7~8명의 부상은 없었지만, 이 소식이 알려지며 사람들은 "조금만 늦었어도 큰일 날 뻔했다", "공사를 얼마나 날림으로 했으면…"이라며 다양한 비판을 제기했다.
해당 오피스텔은 한동안 폐건물로 남아있다가 2015년 12월 결국 모두 철거되었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난 지금, 과거 피사의 사탑이라 불리던 오피스텔이 있던 자리는 빈 공터로 남아있다. 건물 기울어짐과 붕괴로 이름이 알려진 탓에 새롭게 건물을 올릴 엄두를 누구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