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직장인들에게 최고의 재테크는 주식이다. 낮은 금리의 적금 상품은 매력적이지 않으며, 노후를 위해 준비한다는 연금보험도 얻을 수 있는 수익이 제한적이다. 하지만 주식시장은 다르다. 단 몇 개월 만에 재산을 2배 3배 불렸다는 이야기가 들리는가 하면, ‘주식 안 하면 바보’라는 말이 우스갯소리가 아닌 진심이 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노후준비를 주식으로 하는 직장인들 역시 점점 늘어나고 있다. 노후준비를 주식으로 하고 있다는 사례를 함께 살펴보자.
주식 역사상 가장 격렬한 상승장을 경험했던 지난해 많은 개인투자자가 주식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우량주를 매수해 갖고만 있어도 수익률이 높아졌고, 위험성이 높다는 단타 투자를 해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특히 지난해 개인투자자들의 유입이 엄청나게 늘어나면서 단타 투자로 성공적인 투자를 이어갔다는 이야기도 수없이 들려왔다.
주식시장의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비관론이 여기저기서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많은 전문가는 “지난해 주식으로 수익을 본 것을 자신의 실력이라고 믿는 과오를 범하지 말라”라며 개인투자자들에게 찬물을 끼얹기도 했다. 한 전문가는 “올해 주식을 시작한 사람 중, 단타 투자로 큰돈을 번 사람이 있다면, 이 사람이 가장 빨리, 가장 쉽게 주식으로 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렇게 주식시장의 상황이 좋은데 비관론이 왜 자꾸 나오는 것일까? 그 이유는 지난해 주식시장이 1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하는 상승장이었다는 데 있다. “지난해에는 그냥 이름이 예쁘다는 이유로 주식을 사도 수익을 볼 수 있을 만큼 전반적인 주가 상승이 있었지만, 이는 정상적인 주식시장의 모습이 아니다. 주식은 원래 올라간 만큼 떨어질 수도 있다는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다”라며 “결국 주식시장은 곧 하락장이 될 것이고, 하락장이 됐을 때도 상승장 때처럼 주식을 했다간 모든 돈을 다 잃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까지 단타로 돈을 벌었다면 이제는 건실한 종목을 몇 개 골라 장기투자로 전환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하락장이 오더라도 다시 상승할 것이라는 믿음을 주는 우량주나 하락장에도 하락 폭이 크지 않은 고배당주 등으로 전환할 것을 추천했다. 이에 대해 한 개인투자자는 “몇몇 전문가들이 장기투자가 좋다고 노래를 부르지만, 실제로 장기투자해서 돈 번 사람도 그렇게 많지는 않다”라며 “이미 단기 투자로 큰돈을 번 사람들에게 장기투자하라고 해봤자 ‘소귀의 경 읽기’와 다름없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지난해 3월 코스피가 최저점을 기록했던 당시 주식을 시작해 상승장에서 단기 투자로 많은 수익을 올린 개인투자자 A 씨는 최근 고민이 생겼다. A 씨는 “단기 투자 몇 번으로 큰돈을 벌긴 했지만, 이게 내 실력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라며 이제는 안정적인 우량주에 투자해 장기투자로 전환하고 싶은 생각이 가득한데,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기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A 씨는 “장기투자로 전환하기 위해 우량주를 조금씩 매수하고 있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다른 주식은 얼마나 떨어졌는지, 또 얼마나 올랐는지 차트를 살펴본다”라며 “차트를 보고 있으면 ‘아 지금 그 우량주 팔아서 이거 샀으면 얼마를 벌었을 텐데’라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마치 도박에 중독된 것처럼 계속 단기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의 워런 버핏이라 불리는 금융인 존 리 역시 과거 한 강연에서 ‘노후대비하듯 주식을 시작하라’라고 말하기도 했다. 존 리는 “부유한 노후를 보내려면 빨리 주식을 사야 한다”라며 “이슈에 일희일비하는 단기 매매형 주식투자가 아닌 장기보유를 통해 노후자금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특히 존 리는 “노동으로 돈을 버는 데는 한계가 있으니 반드시 투자를 통한 재테크가 필요하다”라며 투자 기간이 길어질수록 수익률이 현저히 뛰는 ‘복리의 마법’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주식은 단기적으로 큰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5년 혹은 10년씩 장기 투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다른 전문가는 “가치 투자만으로 주식에서 성공할 수는 없지만, 주식을 통한 복리의 힘은 굉장히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주식을 사놓고 오랫동안 보유하고 있어야 수익률이 크게 오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지속적으로 사고파는 행위는 잠깐 큰돈을 버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나 주식의 가장 무서운 ‘복리의 힘’이 없기에 언젠간 무너질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실제로 전문가들의 이런 조언을 받아들여 매달 350만 원씩 우량주를 매수하는 부부가 있기도 하다. 지난해 2월부터 시작된 대 폭락장에서 본격적으로 주식을 매수하기 시작한 이 부부는 처음 2~3개월 동안은 다른 개인투자자처럼 대출을 받아 주식을 사는 등의 빚투를 하기도 했다. 대부분 우량주 위주의 투자로 수익을 올렸으며, 대출금을 다 갚고도 노후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을 만큼의 수익을 올린 덕분에 지금은 편한 마음으로 주식을 하고 있다.
현재 급상승한 주식들이 조정을 받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만 매달 우량주 3개에 350만 원씩 진행하는 투자는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특히 그동안 노후대비한다며 가입했던 연금보험이나 다른 자잘한 상품들을 대부분 해지하고 주식 매수에 열을 올리고 있기도 하다.
남편에게 먼저 주식투자를 하자고 말한 아내 B 씨는 “지난 ‘서브 프라임’ 당시 부동산 주식 폭락장을 놓쳤었는데, 다시 그런 기회가 오면 놓치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라며 주식을 시작한 이유를 설명했다. A 씨는 “지난해와 있었던 폭락장과 상승장은 전쟁이 나지 않는 한 오기 힘들 것 같다”라며 “이제는 안정적인 우량주 매수를 통한 장기투자로 자산을 불려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