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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보언니 Jan 30. 2021

미라클 모닝에 실패한 건 다 미국 주식 때문이다

나도 아침형 인간이 될 수 있었는데...



나는 주린이, 아니 주생아다. 주식을 잘 모르는 어린이 수준이 아니라 아직 신생아라는 말이다. 작년에 테슬라붐이 불었을 때 주식을 시작한 서학 개미이기도 하다. 미국 주식을 시작하게 된 것은 무엇보다 시차 영향이 컸다.


우리나라 주식을 할 때는 주식 개장시간부터 폐장시간까지 온종일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주가가 몇 백 원씩 오르락내리락할 때마다 일희일비했다.


• 한국 주식 거래 시간 - 09:00~15:30
• 미국 주식 거래 시간 - 09:30~16:30 ( 한국시간 23:30~06:00 , 서머타임 적용 시 1시간씩 당겨짐)


단타 치기로 이익이 나긴 했지만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정신이 피폐해지고 있었다. 친구를 만나도 계속 주식창만 보고 있는 내가 한심했다. 반면 미국 주식은 우리가 잠자고 있을 때 거래가 이루어진다. '설마 내가 미국 주식 때문에 밤새겠어?'라는 생각으로 미국 주식을 하기로 한 것이다. 미국 주식을 시작할 무렵 김승호 회장의 저서인 '돈의 속성'을 완독 했다.


김승호 회장의 투자 원칙과 기준


1. 빨리 돈을 버는 모든 일을 멀리한다.
2. 생명에 해를 입히는 모든 일에 투자하지 않는다.
3. 투자를 하지 않는 일을 하지 않는다.
4. 시간으로 돈을 벌고 돈을 벌어 시간을 산다.
5. 쫓아가지 않는다.
6. 위험에 투자하고 가치를 따라가고 탐욕에서 나온다.
7. 주식은 5년 부동산은 10년.
8. 1등 아니면 2등, 하지만 3등은 버린다.

-돈의 속성, 김승호 저


김승호 회장의 투자 원칙에 따라 나도 우량주를 매수해서 장기투자를 해보자는 심산이었다. 심사숙고 끝에 내가 매수한 종목은 총 3개였다. 처음에는 밥값이라도 벌면 감지덕지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사람 욕심이 어디 그런가. 내 주식 잔고를 볼 때마다 빨간불을 보면 어찌나 기분이 좋던지. 그렇게 내가 매수한 종목의 주가가 하락할 때마다 분할 매수하기 시작했다. 결국 처음 생각했던 금액의 2배로 투자를 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미국 주식에 집착 아닌 집착을 하게 되었고, 미국 주식 개장시간인 밤 11시 30분만 기다리게 되었다.




6개월을 미국 주식 개장시간만을 기다리던 내가 미국 주식을 잠시 놓게 되었다. 올해 초, "나의 하루는 4시 30분에 시작된다."라는 책을 읽은 직후였다.

이 책은 일찍 자고 새벽 4시 30분에 하루를 시작하는 일상에 대한 책이다.



눈을 뜨자마자 허겁지겁 출근할 준비를 하지 말고 좋아하는 일로 하루를 시작해보자. 주말 같은 아침을 보내는 것이다. 나는 새벽에 음악을 듣고 차를 마실 뿐만 아니라 좋아하는 영화나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기도 한다. 그러다 어떤 목표가 생기면 그 목표를 달성하는데 시간을 투자한다. 회사 일과 별개로 내가 하고 싶은 일과 계획을 우선순위에 두는 것이다.

-나의 하루는 4시 30분에 시작된다, 김유진 저


미라클 모닝 챌린지란?

마침 SNS에서 '미라클 모닝 챌린지'가 유행하고 있었다. 미라클 모닝은 2016년 미국인 할 엘로드가 쓴 책 제목에서 따온 개념으로 오전 6시 이전에 일어나 운동이나 독서 등의 활동을 하는 것을 말한다.


하루에 6시간 이상 자도 늘 피곤했던 나는 미라클 모닝 챌린지를 해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차를 마시고, 책을 읽고, 요가를 하기 시작했다.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새벽시간의 고요함이 마음에 들었다.

물론 새로운 루틴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필요했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 하지 않았던가. 낮잠을 조금씩 자면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에 습관을 들이고 있었다.


모든 일과를 끝내고 잠자리에 눕는 시간은 밤 10시 정도였다. 미국 주식 시장이 개장하기 전이다. 밤 10시가 되면 그날의 주식시장 추이가 궁금했지만 자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하릴없이 '인베스팅 닷컴'이라는 어플을 통해 개장 전 시간 외 거래 시세를 확인하고 잠들곤 했다.


전세계 거래소 250곳의 실시간 데이터를 무료로 볼 수 있는 금융 플랫폼. 시세, 차트, 기술적 분석과 최신 뉴스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주식이 급등하기 시작하다

미라클 모닝을 시작하고 일주일이 지난 어느 날 밤이었다.

어김없이 잘 준비를 마치고 인베스팅 닷컴을 보고 있는데 내가 보유한 주식이 급등하기 시작했다. 보통 주식장의 추세가 시간 외 거래시세의 흐름을 따라가기 때문에 개장 후에도 주식이 오를 것이 분명해 보였다. 큰돈은 아니지만 하루아침에 10%나 급등한 것을 보고 심장이 쿵쾅거려서 잠이 오지 않았다. 이미 잠은 달아나버렸고, 주식 개장 시간까지 기다려보기로 했다. 밤 11시 30분이 되고 주식이 계속 상승세인 것을 보고 나서야 흥분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


앞서 말했듯이 나는 주생아다. 주식의 등락에 일희일비하기 싫지만,  '돈을 더 넣을까. 오르면 뭘 사지?' 생각하느라 잠이 오지 않았다. 시간은 어느덧 새벽 1시가 훌쩍 지났고 주식 생각을 떨치고 나서야 겨우 잠에 들 수 있었다.


다음날은 미라클 모닝에 성공했을까? 물론, 실패했다. 새벽 5시는커녕 아침 8시에 알람 소리를 듣고 겨우 일어났다. 평소보다 늦게 일어나니, 그날 밤도 10시에 누웠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역시나 늦게 잠들었고 다음날 아침 늦게 일어났다. 악순환의 반복이었다. 원래의 내 수면 패턴으로 돌아간 것이다.


미라클 모닝, 다시 할 수 있을까

호기롭게 미라클 모닝을 시작한 지 일주일 만에 나는 미라클 모닝 챌린지에 실패했다. 주식이 급등한 날, 나대는 내 심장을 진정시키고 잠에 들었다면 지금까지 고요한 새벽시간을 즐길 수 있었을까?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다시 들이고 싶다. 하지만 미국 주식이 자꾸만 밤잠을 설치게 해서 일찍 잘 자신이 없다.


아마 내가 미라클 모닝에 성공하는 날은, 미국 주식을 모두 매도한 날일 것이다.

내가 미라클 모닝에 실패한 건 다 미국 주식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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