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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언니네마당 Jan 11. 2019

씩씩한 싱글 대디

김동영 님 인터뷰 by 언니네 마당 ( Vol.09 "하자보수" 일부)

가정이란 일반적인 틀에 대한 고정된 시선이 있습니다. 한부모 가정 역시 또 하나의 가정 형태인데 다른 가정이라고 보는 시선은 없을까요? 한부모 가정의 부모와 아이는 어떤 시선으로 살아갈까요? 만 6년째 아이를 혼자 키우는 싱글 대디, 김동영 님을 만났습니다. 


싱글 대디로서의 어려움 

이혼 후 아이를 혼자 키우기 시작한 건 2010년, 아이가 다섯 살 때부터입니다. 처음에 아이랑 단둘이 살면서 제 생활도 문제가 많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아이와 보낼 시간이 없다는 거였습니다. 출근하면서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퇴근하면서 집에 데려와서 밥 해먹이고 치우고 하다 보면 피곤해서 그냥 잠이 들고 아이랑 놀아줄 수가 없었어요. 때로는 사서 먹이기도 했지만 사서 먹는 것도 한계가 있고요. 그러다 보니 가정이라는 울타리보다는 그저 둘이 동거하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어요. 아이도 불안증을 보이기 시작했어요. 아이의 불안증을 보면서 아이한테 가장 필요한 건 아이와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라는 판단이 들어서 부모님께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그래서 부모님 댁으로 들어가게 되었고 어머님의 도움으로 저녁에 퇴근하면 아이와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생겼습니다. 아이도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지내면서 정서적으로 안정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여전히 부모님이 양육을 도와주시고는 있지만 훈육은 거의 제가 하고 있습니다. 저는 한부모 가정의 부모가 주변의 시선 때문에 혼자 끙끙대지 말고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는 게 아이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부모가정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기 위한 정면 돌파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고민이 많았습니다. 학기 초에 아빠인 제가 상담을 가면 아이가 엄마와 살지 않는 걸 다 알게 됩니다. 엄마와 함께 사는 아이는 아빠의 부재가 드러나지 않는데 말이죠. 게다가 초등학교는 아이와 엄마의 생활이 밀착되어 있어서 제 아이가 친구를 못 사귀는 건 아닌지 걱정도 됐습니다. 그래서 아이가 한부모가정이란 걸 알릴지 말지 고민 많이 했습니다. 이런 고민을 하던 중에 입학하고 몇 달 안 있어 학교에서 ‘아버지회’를 만든다는 가정 통신문을 받았고 ‘아버지회’ 활동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버지가 아이의 성장 과정을 함께 할 수 있는 학교 프로그램인데 당시 인기 있었던 텔레비전 프로그램 ‘아빠 어디 가’의 영향이 있긴 합니다.

 

아버지회 활동으로 아이가 아빠와 사는 걸 학교에 공식적으로 알리게 되었습니다. 제가 다른 학부모와 선생님과 관계를 쌓아가면서 저와 친한 다른 어른들이 한부모가정에 대한 편견을 조금씩 깨기를 바랐습니다. 실제로 효과가 있고요. 저와 친분이 있는 같은 학교 아버지들이 집에 돌아가 저와 제 아이에 대해 긍정적으로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한부모가정의 아이가 다른 아이와 다른 게 아니고요. 제 아이는 덕분에 친구들을 사귈 수 있었습니다. 적어도 ‘아버지회’ 활동을 하는 회원 가족들은 제 아이를 다른 시선으로 보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욱 애착을 가지고 ‘아버지회’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다른 형태의 가정에 대한 편견은 어른의 시선에서 출발 

아이가 어릴 때부터 엄마와 따로 살아서 낳아준 엄마와 길러준 엄마가 꼭 같은 것만은 아니라고 교육시켜왔습니다. 낳아준 엄마와 길러준 엄마가 다를 수도 있고, 두 사람 모두 같은 엄마라는 가치관을 심어줬습니다. 아이도 어느 순간에는 다른 가정과는 다르지만 자신의 상황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따금씩 아이는 “엄마가 없다”는 놀림을 받으면 화가 나서 싸움을 하는데 마음이 찢어지곤 해요. 싸운 이유를 물으면 엄마 있는데 없다고 해서 그랬다고 합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은 “엄마가 없다”는 말을 혼자 생각해낼 수 없어요. “엄마가 없다”는 말을 하는 아이는 자신의 부모님이 하는 말을 듣고 그대로 따라한 것입니다. 결국 또래의 시각이 아니라 한부모가정을 보는 왜곡된 어른의 시각이 아이한테 상처를 주는 거죠. 


저는 아이를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에 일부러 그런 부분에 대해 의연하게 대처하도록 모른 척하기도 합니다. 엄마, 아빠랑 함께 사는데 그 친구는 ‘아버지회’에 안 나오잖아, 하기도 하고요. 아이가 아직 어려서 이 런 방식의 설득이 통하기도 하고요.(웃음)


‘아버지회’ 활동과 목적 

양육은 엄마나 아빠의 한 사람의 책임이 아니고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프로그램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1년에 6번의 공식행사가 있습니다. 아빠랑 놀자, 아빠와 함께 하는 한마음 운동회, 아빠, 어디가? 아빠 도 학교가~라는 1박 2일 캠프, 학교 대청소 봉사, 아빠와 함께 하는 야간 산행, 산천어 축제 얼음낚시 등입니다. 행사를 준비하려면 소그룹 회의로 아버지들이 자주 모이게 됩니다. 모이면 행사 준비만이 아니라 아이의 커가는 과정을 공유하기도 하고 살아가는 이야기도 합니다. 저는 혼자 아이를 키우다 보니 아이에 대해 말할 사람이 거의 없는데 다른 아이들 아버지들과 주고받는 이런 대화는 도움이 됩니다. 


아쉬운 점은 저학년일 때는 ‘아버지회’ 행사 참여율이 높은데 고학년이 되면서는 참여율이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아이들이 머리가 굵어지면서 단체 행사에 흥미를 잃기도 하지만 부모들이 과도하게 공부를 강요하는 경향이 있기도 합니다. 그런 것을 보면 너무 일찌감치 아이들을 경쟁 사회에 들여보내는 거 같아 안타깝습니다. 저는 아이가 졸업할 때까지 ‘아버지회’ 활동을 할 거고 행사에 아이와 함께 참여할 겁니다.(웃음)


선배 싱글 대디로서 후배 싱글맘이나 싱글 대디에게 한마디 

자신의 상황을 숨기려 하지 말고 공개할 수 있으면 하고 주변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세요. 저는 부모님, 학교 선생님, 학부모, 친구들한테 알리는데 저와 특히 제 아이가 도움을 받기 위해서예요. 아이한테 한부모가정을 만들어 준 것에 대한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는 거 같아요. 두 사람이 만나서 사랑하고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어떤 이유로 헤어질 수 있는데 그 과정을 아이한테 이해시키는 게 제 역할인 거 같습니다. 그래야 아이도 자존감을 기를 수 있고 제가 앞으로 새로운 가정을 꾸려도 받아들일 수 있을 거고요. 재혼은, 하고 싶습니다. 하하. 




독립잡지 언니네 마당

https://sistersmag.blog.me/


언니네 마당 11호 "일은 합니다만"

https://search.daum.net/search?w=bookpage&bookId=4832769&tab=introduction&DA=LB2&q=%EC%96%B8%EB%8B%88%EB%84%A4%20%EB%A7%88%EB%8B%B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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