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사랑한 것들을 기억할게

01

by 시월



J는 이 사회의 눅눅한 공기가 기세를 집어삼킬 때도

두 발 꼭 붙이고 서 있던 사람이다.


J는 대단했지.


폭력과 광기의 시대를 버티면서도

구원과 희생의 신성함이 공존할 수 있다고 믿었던 사람이다.



J가 믿던 가치를 전부 이해할 수 없었으면서도

숭고한 말들에 나는 맞장구나 쳤다.

그렇다고 말을 삼키는 겸손한 학생은 아니었는데,

빗나가는 말을 두려워했다.



그냥 J의 목소리가 더 듣고 싶어서

고개를 끄덕였던 거야



나의 욕망은 세상을 구원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고

J는 그런 나를 한 번도 미워한 적이 없었다.

사람이 다 그렇다는 얄팍한 위로를 건네는 대신

사랑할 수밖에 없던 모순들에 관해 이야기했다.



J와 함께 있으면

진부한 것들은 나의 전유였다.



그래도 다행이지

J를 만나지 않았다면

시시한지도 모를 날들을

좋아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