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J에게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월 Jun 27. 2021

너의 허무도 우울도 비틀림도

03


J는 중립을 지키는 이성적인 사람은 아니었다.

보편적 도덕의 잣대를 넘어선

자신만의 아슬한 ‘선’이 있었다.



그 '선'이 이해되지 않을 때면

캐어도 물었지만,

J는 가끔 ‘그냥’ 하고서는

방싯 웃었다.



맹랑한 대답에도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J의 말에는 그런 힘이 있었지



J는 무언갈 판단하는데

감정을 배제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속엔 켜켜이 쌓인 감정의 층위가 있었다.



J는

감정을 책임지는 사람만의 생기와 당당함을 누릴 줄 알던 사람.

그러니 네게 감정적인 사람이라는 평가는 무서운 게 아니었어.



하긴

뜨겁거나, 차갑거나, 미지근하거나

온도에나 차이가 있지,

감정에 사로잡히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바래지 않은 꿈을 꾸며

위태로운 젊음을 유영하던 J는

따지자면 뜨거웠던 쪽이었고.



하지만 J야,

난 실은

너의 허무도

우울도

비틀림도

모두 사랑해

매거진의 이전글 홀씨의 안간힘에 마음 쓰던 사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