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만들어주는 음료
로봇이 음료를 판다는 소문을 듣고
근처를 지나던 길에 한 번 찾아가 봤다.
생각보다 아담한 공간 안에서
네모난 모니터 얼굴을 가진 로봇이
좌우로 꾸벅꾸벅 인사하며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무엇을 주문할까 메뉴를 봤더니
품절인 것이 많았다.
(로봇님 재고 관리는 허술하시군요.)
따뜻한 것으로 한 잔 주문했더니
하나뿐인 팔로
컵을 집어 들어 이리저리 옮기며
음료를 만들어준다.
제 나름 신중하고 정확한 움직임으로
따뜻한 물을 받고, 음료 원액을 담아
손님이 가져갈 수 있도록 옮겨주는데,
너무 느린 것 아닌가 싶으면서도
한치의 오차 없이 척척 움직이는 것을 보면
희한하게 대견한 마음이 생긴다.
로봇이니 당연하게 오차 없이 움직이는 것을!
또 한편으로는
이것이 고급 자판기와 다를 바가 뭔가 싶기도 한데,
눈과 팔을 가진 로봇의 형상 때문에
그냥 자판기라고 생각하기엔 미안해진다.
음료를 마시면서 관찰해 본 결과
이 곳은 특히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있었는데,
로봇이 음료를 만들기 시작하면
어린이뿐만 아니라
함께 온 어른도 그 광경에 눈을 떼지 못한다.
나 역시 이미 본 모습임에도
로봇이 다시 움직일 때마다 눈을 떼지 못했다.
2020년 다운 체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