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다이소에서 산 파리채가 냉장고 위에서 신음하네.
전기 모기채와 퇴치기가 모기와 초파리를 맡고,
가끔 나타나는 파리는 대충 창문 열고 쫓아버리니
때려 잡을 게 아무것도 없다고.
나 어릴 적 우리집 파리채는 파리도 잡고 바퀴벌레도 잡았네.
연년생 오빠와 주먹다짐하며 한바탕 싸우고 나면
그 다음은 파리채가 우리 손바닥과 궁둥이를 내리쳤지.
장농과 냉장고 밑으로 굴러 들어간 백 원짜리 동전을 찾는 것도
파리채의 몫이었지.
다양한 곳에서 열 일 하던 파리채는 항상 갈대 마냥 흐느적댔지.
아파트 사는 우리 집에 이제 파리채 따윈 필요없다고 했지만
엄마는 하나쯤 있으면 쓸 일이 있을 거라 했지.
여전히 빳빳하고 쌔끈한 빠알간 파리채는
그 모습과는 반대로, 그 마음은 처량하네.
오늘도 저를 한 번만 잡아 달라고 신음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