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이야기
“앍…!”
예상치 못한 약간의 통증은 짜증 섞인 외마디가 흘러나올만 했다. 고갠 그대로 두고 눈만 치켜떠 본 거울 속 내 모습은 미간이 찌푸려져 있었다. 칫솔을 빼서 퉤하고 뱉어내자 투둑하고 세면대로 떨어진 치약 거품 섞인 양칫물에 붉은 빛이 감도는 게 눈에 들어왔다.
입가를 닦아내며 칫솔질을 너무 세게 했나 싶었다. 그러나 문득 일상적인 통증이 아니란 생각이 들어 손가락으로 입가를 걸어 올리곤 거울로 자세히 들여다봤다. 안쪽의 어금니 부근 잇몸이 벌겋게 부어오른 모양새였다. 한데 중요한 건 고작 피 좀 났다는 게 아니라, 그 위치가 불과 작년에 신경 치료를 했던 곳 언저리라는 것이었다.
사나흘에 한 번씩 귀찮게 아침 출근 시간을 할애해 치과를 들락날락하면서 다시는 이 고통 섞인 귀찮음을 겪지 않으리라 다짐했던 게 불과 1년 남짓 되었나. 아마 재작년 초여름 즈음이었으리라.
연말이 다가오며 술에 절여져 집에 기어들어가길 수 주에 걸쳐 반복하는 새에 그저 귀소 본능에 따른 무사 귀가에만 의의를 두었을 뿐, 양치질하고 드러눕는 새나라의 제정신 박힌 어른이는 죽어버린 것이 이 사태를 불러온 게 분명했다.
이마를 몇 차례 쓸어 넘기다가 이것도 곧 잦아들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두고 그대로 버텨보기로 했다. 다행히도, 곧 잇몸은 언제 그랬냐는 듯 온전한 제 몸을 찾았다. 역시 치과는 일 년에 두 번 정기검진이면 족하지. 그러나 조금 이르게 11월 말부터 연말을 맞이했던 나에게 아직 연말은 끝나지 않았고, 잇몸의 붓기도 다시금 올라오고야 말았다.
무릇 삼십 대의 인간이라면 잔병치레 한 둘쯤은 내장해야 미덕인 법. 밥 먹는데 불편하거나 아픈 것도 아니요, 그저 양치할 때만 가끔 아프고 말 뿐이니 잇몸도 이제 그 반열에 올라섰을 뿐이라 여기기로 했다. 하지만 한 가지 거슬리는 점이 있었는데,
평소라면 양치 후에 치약의 민트향이 입안 가득 상쾌함을 줄 터였건만, 뭔가의 악취가 남아 불쾌감을 가시려 한 번씩 더 양치질을 하게 만드는 점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시간은 흘러 지난주에 이르기까지 붓고 낫기를 대여섯 차례 반복할 즈음, 유튜브 쇼츠나 슥슥 넘기며 낄낄대고 있던 내게 치과 의사의 영상이 추천되는데.
내용인 즉, 잇몸 붓기를 그대로 방치하면 잇몸이 녹아서 더 큰 병으로 커진단 것이었다. 유려한 영상에 더해진 의사의 권위는 눈과 귀 모두 설득당하기 충분했지만, 아직 한 달 좀 넘은 정도라 괜찮지 않을까 하는 마음 한 숟깔, 가기 귀찮은 마음 한 대접 정도로 주저하기를 하루 더.
그러다 마침내 오고야 만 것이다.
정기 검진하러 오라는 치과의 자동 발송 문자가.
대체로 예약이란 것은 전화를 걸든 앱을 통하든 귀찮기 마련이건만 이미 잡힌 예약, 가기만 하면 되는 건 거리낄 게 무어냐. 마침 한 달 묵은 근심거리도 있고 말이다.
그렇게 치과를 다녀왔다.
재신경 치료가 결정됐고, 치료해 둔 지 얼마 안 됐으니 반 값에 할인해 준다는 친절은 덤으로 따라왔다.
그리고 이번주부터 다시 사나흘에 한 번 치과를 가는 일정을 시작했다. 마취 주사가 입 안을 꼭 세 번 찌를 때마다 다시금 양치를 잘 하자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는 한편, 아직 내겐 신년회들이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