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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이 리더를 보며 성장하는 순간들

by 최안나

정책을 세울 때 대다수 수많은 고민 끝에 결정된다. 도메인의 특성, 고객군의 기대치, 유관부서의 이해관계, 그리고 공통 영역이라면 다른 도메인과의 정합성까지. 어느 하나 막힘없이 지나가는 일은 잘 없다.


그래서 정책을 고민할 때 혼자 오래 붙들어 두기보다는, 주변에 적극적으로 묻는 편이다. 상황과 고민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다 보면 시야가 넓어지고, 느낌보다는 근거 있는 선택지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가장 큰 힘이 되어주는 사람이 바로 내 리더다.



1. “느낌적인 느낌”이 아닌, 맡길 수 있는 선택


화면 정책을 고민하던 날의 대화다.



나: 다른 도메인은 대기예약도 ‘다가오는 예약’에 포함시키고 있어요. 그런데 우리 서비스 특성상 대기예약은 취소 가능성이 커서, 같은 방식으로 보여도 될지 고민이에요.

리더: 디자인에서 예약 상태값을 보여주나요? 없다면, 고객 입장에서는 확정된 예약으로 오해할 가능성이 있어요. 이 경우에는 보여주지 않는 게 맞아 보이네요.



다른 도메인과의 정책 방향으로 고민하던 중, 문득 디자인 시안을 다시 보게 되었고 그 안에서 문제를 풀 수 있는 근거가 보였다. 고객 입장에서는 화면에서 어떤 상태값을 확인할 수 없었고, 이것으로 정책 방향을 선택할 만한 기준이 충분했다.


정책은 결국 “왜 이걸 선택했는지 설명할 수 있는가”의 문제다. 그리고 좋은 리더는 그 기준을 매번 놓치지 않도록 잡아준다.



2. 완전히 새로운 건 없다


가상계좌 결제수단 추가로 정책을 고민하던 시점, 환불계좌 정책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 고민이 깊어졌다.



나: 환불계좌 정책 기준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애매하네요.


하루 이틀 뒤, 리더가 다시 말을 건넸다.


리더: 공통 결제팀에 확인해보니, 다른 도메인 중 하나가 이미 우리가 고민하는 것과 같은 정책으로 운영 중이라고 해요. 향후 공통 결제로 통합돼도 이 정책이 유지될 가능성이 크고, 우리는 그 기준으로 진행해도 무리 없을 것 같아요.



정책에 대한 고민은 도메인 내부에서만 풀 수 있는 게 아니다. 다른 팀들도 같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이미 안정화된 사례가 있는 경우가 많다. 결국 찾아보는 과정에서, 도메인의 정책 성숙도가 쌓여간다.

“전혀 새로운 건 없다”는 말은 부정이 아니라, 축적된 경험을 빠르게 흡수하는 게 곧 성장이라는 의미에 더 가깝다.



마무리


10년차 PM으로 일하면서 리더에게 배운 건 화려한 스킬이 아니다. 대신 아래 기준들이다.


정책은 설명 가능한 이유를 가져야 한다

이미 있는 지혜를 빨리 흡수할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팀원이 막힌 곳을 풀어주는 사람이 리더다


그리고 이런 기준들을 곁에서 계속 보여주는 리더와 일할 수 있다는 건, PM으로 성장하는 가장 현실적인 기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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