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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호찐빵 Sep 16. 2019

하고 싶은 것만 다 하고 살면 이렇게 됩니다.

내 친구 개구리

단짝 친구와는 어떻게 친해졌는지 잘 모르겠다. 성격이 비슷한가 싶으면 다르고, 통하나 싶으면 아닐 때도 있는데 단짝이 됐다. 그런 친구 중 한 명이 개구리인데 중학교 때 우리 학교로 전학 왔다. 개구리를 닮아서 개구리라는 별명이 붙은 건 기억나는데 아직까지 왜 친구로 지내는지는 모른다. 아무튼, 같은 반이어서 주구장창 수다를 떨었다. 개구리는 외교관이 꿈이었고 나는 틈만 나면 꿈이 바뀌었다. 우리는 나중에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일상을 누리고 싶은지에 대해 매일 이야기했고, 우리가 엄청 대단한 사람이 될 줄 알았다. 외국어 교육에 지대한 흥미를 보이던 개구리는 영어교육과로 갔고 사람들의 미묘한 감정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심리학과로 갔다.      


개구리는 자유로운 친구라서 보수적인 집단이 그녀를 감당하기는 어려웠다. 고작 한, 두 살 차이면서 선배라는 이유로 군기를 잡는 게 너무 웃겨서 깔깔깔 웃다가 동아리에서 쫓겨나다시피 나왔다. 영어교육과에 가서 교생실습이 너무 재밌었다면서 ‘선생님 안 할래!’를 선언했다. 그럴 거면 영교과는 왜 간 거니. 선후배와의 관계, 동아리의 질서, 임용고시 등에 무관심한 개구리는 학교 프로그램으로 눈을 돌렸다. 학교 지원으로 필리핀에 다녀오면서 밖으로 나갈 시동을 걸더니 어느 날은 중국어가 영어보다 재미있다고 공부를 시작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찐빵, 나 중국 간다.’라는 한마디를 남기고 중국으로 교환학생을 갔다. 학기를 다 마쳤을 때는 ‘야, 나 미국에 가보려고!’ 하길래 ‘그래라~’ 했더니 WEST 프로그램으로 미국으로 날아갔다.   

   



개구리는 진짜 하고 싶은 건 다 하고 사는 애였다. 아니나 다를까 보고 싶은 사람이 해외에 있다는 이유로 갑자기 승무원을 하겠다고 했다. 화장도 안 하고 다니던 애가 메이크업을 하고 서울을 왔다 갔다 하면서 면접을 보기 시작했다. 결과는 불합격, 불합격, 불합격, 불합격. 개구리는 말했다. 하고 싶은 일이라서 진짜 열심히 했고 안됐지만 후회 없다고.      


새해마다 계획을 세우고 연말에 ‘동그라미 칠 게 없네, 하하하!’가 일상인 나와 달리 개구리는 하고 싶은 걸 하나 정하면 앞뒤를 재는 법이 없었다.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자기 열정을 거기다 와르르 쏟아버렸다.     


학생 때는 얘가 운이 좋은 건가 싶었다. 집에 돈도 없는데 하는 것마다 선발이 돼서 학교 돈, 정부 돈으로 외국도 나가고. 쟤처럼 살면 인생이 즐겁겠다 싶었는데 취업의 문턱에서 번번이 떨어짐만 경험하는 개구리를 보면서 깨달았다. 묵묵히 좋아하는 것에 최선을 다 했던 시간들이, 남의 말에 휘둘리지 않는 강인함이 지금의 그녀를 만든 거라는 걸. 사회에서 정해놓은 길에서 늘 한 발짝 비켜서 더 넓은 곳을 보는 개구리의 시야는 옳았다.   

  

개구리와 같이 간 한강. 갑자기 연 날리고 싶다던 개구리가 생각난다ㅋㅋㅋ


개구리는 승무원 시험을 접고 좋아하는 외국어를 마음껏 쓰는 일을 하겠다고 했다. 나는 이번에도 그래라~라고 대답했다. 그게 나와 개구리가 서로를 응원하는 방식이었다. 어차피 현실적인 걱정과 불안을 겪을 거 아니까 우리는 서로의 꿈에 조언과 충고를 건네는 대신 잘해보라고 응원만 툭 던졌다. 개구리는 얼마 안가 ‘야, 나 취업했다.’라는 소식을 알렸다. 외국계 회사에서 좋아하는 외국어 실컷 쓰는 부서에서 일하고 있다. 


나이가 들어서 이제는 잠잠한가...싶더니 통번역을 하는 전문가가 되고 싶다며 통번역 대학원에 가겠단다. 직장인 개구리의 다음 모습은 통역가 혹은 번역가겠구나. 대학원에 붙으면 개구리는 그 좋은 직장을 때려치우고 다시 학생으로 돌아가야 한다. 아마 쿨하게 사직서를 쓰고 나올 거다. 어떤 대단한 직업을 갖는 것보다 좋아하는 일을 마음껏 해보는 게 후회 없는 인생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친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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