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서대문 환경책 독후감 공모전 당선작
기타 소리와 노랫소리 그리고 이름 모를 화가들, 언제나 젊은이들로 넘쳐나던 대학로에, 그날은 길게 늘어선 부스 사이로 그들과 다른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다양한 친환경 제품들을 이것저것 만져보며 써보는 사람들, 에너지 절약 방법을 알려주는 부스에서 설명을 들으며 에너지 절약을 서약하는 사람들, 지구 온난화로 살 곳을 잃어가는 북극곰을 보면서 슬퍼하는 어린이들……. 그날은 내가 처음으로 참여하게 된 ‘지구의 날’이었다.
어느 날,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지인으로부터 지구의 날 행사 참여를 권유받았다. 나는 그 당시도 학생들에게 논술을 가르치고 있어서 지구 환경의 심각성은 알고 있었지만, 순전히 이론적인 인식이었다.
‘나 혼자 행동이 바뀐다고 뭐가 변할까?’
지구 환경 파괴의 심각함 속에서 이런 변명으로 자신을 합리화했던 나는 15여 년 전의 그날, 그 지구의 날에 ‘나 혼자라도 환경을 아끼고 사랑하는 실천이 충분히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이다.’라는 인식의 변화와 함께 삶의 방식도 친환경적으로 달라졌다.
그리고 지금, 시민환경운동의 출발이 된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을 읽으며 오늘날의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와 환경 파괴의 원인이 무엇이고, 인간과 생태계는 어떤 관계를 맺어야 지속 가능한 지구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레이첼 카슨, 그녀가 세상을 변화시켰다!
레이첼 카슨, 그녀의 이름을 떠올릴 때면 언제나 ‘한 사람의 위대한 행동은 인류와 지구의 미래마저도 구한다.’라는 생각이 든다. 레이첼 카슨이 살았던 20세기 초, 비록 자유와 평등이 존중됐던 미국 사회라고는 하지만 여성의 사회적 지위는 낮았고 그녀가 공부했던 해양생물학 역시 과학 분야에서는 비주류였다. 이런 그녀가 정부와 화학산업계의 반발과 비판 그리고 압력에 굴하지 않고 이전까지 그 누구도 하지 못했던 DDT를 비롯한 유독 화학물질이 생태계와 인간에게 얼마나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치는지를 소개한 ‘침묵의 봄’을 펴낸다.
침묵의 봄,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에서는 살충제를 비롯한 각종의 유독 화학물질들이 얼마나 잔인하게 새들을, 물고기들을, 그리고 숲을 사라지게 하는지, 봄이 침묵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나와 있다.
레이첼 카슨은 지구에 사는 생명체가 만들어지는 데는 수억 년이 걸렸고 이 기간 동안 생물들은 계속 진화하고 분화해가면서 주변 환경에 적응하려고 균형을 이루어나갔다고 했다. 그리고 단지 몇 년이 아니라 수천 년에 이르는 시간 동안 생명체는 환경에 적응하고 그 결과 적절한 균형 상태에 도달한 것이다.
그런데 DDT와 같은 유독 화학물질이 이 균형을 깨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만 매년 500여 종의 유독 화학물질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것은 인간을 비롯한 동물들이 매년 500여 종의 새로운 화학물질에 새롭게 적응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며 당연히 생물학적인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다.
따라서 농장, 정원, 호수, 숲이나 가정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살충제들은 호수 전체의 생태계가 무너진 캘리포니아 주 클리어 호수의 참담한 사례에서처럼 해충뿐만 아니라 익충까지 모든 곤충을 무차별적으로 죽이고 숲을 날아다니는 새와 시냇물에서 뛰어노는 물고기, 가축까지 죽게 만든다. 또한 토양과 강물 그리고 지하수까지 침투해서 사람에게도 역시 위협이 된다.
살충제를 사용한 원래의 목적은 단지 잡초와 해충 몇 종류만 없애는 것이었겠지만, 이것은 지구의 모든 생명체를 위협하고 촘촘하게 짜여 있는 생태계의 연결마저 위태롭게 하는 것으로 된 것이다. 그야말로 봄이 침묵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자연을 존중하는 마음
왜 이렇게 무모하고도 위험한 일들을 하는 걸까?
레이첼 카슨 말대로 인간은 왜 지구에 있는 생명체 중에서 유독 혼자만 지구 생태계 전체를 위협하는 이런 물질들을 만들고 자연에게 아무런 거리낌 없이 사용하고 있는 걸까?
그것은 바로, 다른 생명체에 대한 존중의 마음이 결여된 것에서 온 결과라고 생각한다. 지구에는 우주의 별들만큼이나 그 수를 헤아릴 수 없는 동물과 식물들이 존재한다. 이름도 알 수 없는 꽃들, 내가 사는 지역에서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새들, 평생 인간들에게 단 한 번도 불려보지 못한 그 수많은 동물과 식물들, 그들의 생명의 가치가 과연 인간에 비해서 하찮다고 말할 수 있을까…….
자연에 대한 존중의 마음, 이것을 가질 때 그것이 해충을 없애기 위한 방법을 찾는 것이든, 인간의 삶의 편리를 위해 자연을 개발하는 것이든 분명 접근방식부터 달라질 것이다. 즉, 이 책에서 언급된 것처럼 “자연을 통제하기 위해 살충제 같은 것에 의존하는 것은 인간의 지식과 능력의 부족을 드러내는 것이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연에 대한 겸손”이라는 말처럼 지구 생태계를 무시하고 다른 동물과 식물을 차별하는 접근이 아닌, 자연과 인간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것이다.
그리고 모든 생명에 대한 존중의 마음이 존재할 때, 멸종위기를 겪는 동물과 식물도 줄어들 것이며 열대우림의 개발로 삶의 터전을 잃는 사람들의 고통이 줄어들 것이고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로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줄어든다. 지속 가능한 지구와 인류의 미래를 약속할 수 있는 것은 이 마음이 있을 때 가능하다.
나아가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동·식물에 대한 존중의 마음은 인간과 동·식물의 관계를 수직관계가 아닌 평등한 관계로 인식하고 행동하게 만들어 준다. 45억 년 전부터 이 지구에는 수많은 생명체들이 서로 공존하며 생태계의 질서를 유지하고 살아왔다. 그런데 유발 하라리가 ‘사피엔스’에서 지적한 것처럼 유독 인간만이 ‘인간만의 이익’을 위한 생존 방식을 선택해서 무차별적으로 다른 생명체 위에 군림하며 그들과 자연을 파괴하고 있다.
그런데 과연 그 선택이 인간을 위한 선택일까? 결코 아니다. 생태계의 질서를 알지 못하는 무지에서 온 선택이며, 지금의 우리 앞에 놓인 수많은 동·식물의 멸종과 기후변화가 이것을 증명하고 있다.
자연과 인간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지구를 꿈꾸며!
레이첼 카슨은 인간이 그동안 갖고 있던 생각, 즉 ‘자연을 통제한다’는 인식은 생물학과 철학의 네안데르탈 시대에 태어난 오만한 표현이며 지구의 모든 생물들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것은 이 세상이 인간만의 것이 아니라 모든 생물들과 공유하는 것이며 그들과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갈 때,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물들이 조화롭게 살 수 있다는 것이다.
환경과 생태계에 대한 인식, 과거보다 많이 변화되었지만 여전히 개발 앞에 뒷전으로 밀리고 있는 자연환경을 볼 때 인간은 지구의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는 수많은 생명체 중에 하나이며 동·식물을 존중하고 그들과 공존해 나가야 한다는 인식은 지금 이 순간에도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레이첼 카슨은 감사의 글에서 “만물과 공유해야 하는 이 세상을 무모하고 무책임하게 오염시키는 인간의 행위에 가장 먼저 대항하고, 우리를 둘러싼 이 세상에서 결국 이성과 상식의 승리를 위해 수천 곳에서 전투를 벌이는 사람들이 있다. 개인적으로 잘 알지는 못하지만, 이 책이 의미 있는 것이 되도록 중요한 몫을 한 이들에게 크게 빚졌음을 밝힌다.”라고 했다.
그리고 오늘을 사는 나는 레이첼 카슨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당신의 용기 있는 행동으로 만들어진 지구의 날 덕분에 오늘의 내가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작은 실천이지만 지속 가능한 지구환경을 만들기 위해 이렇게 행동할 수 있음에 감사드린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