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손정 강사 작가 Mar 25. 2020

한번은 당해도 두번은 안당한다 - 시스템사고

코로나19에서 배운다

장자 산목편에 이런 이야기가 온다.


어느 날 까치 한 마리가 밤나무 숲에 내려 앉았다. 그것을 본 장자는


‘이건 무슨 새지? 날개는 커도 잘 날지 못하고 눈이 커도 잘 보지 못 하는구나’

라고 생각하며 활을 들어 까치를 조준했다.


그때 밤나무 가지 위에는 매미 한 마리가 울창한 나무 그늘을 만끽하며 앉아 있었다. 매미 바로 뒤에는 사마귀가 매미를 잡기 위해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이상한 까치는 매미에 눈이 먼 사마귀를 먹잇감으로 노리고 있었다. 매미는 풍경에 눈이 멀고 사마귀와 까치는 이익에 눈이 멀어 목숨이 위태로운 줄 모르고 있었다. 이 광경을 본 장자는 이렇게 생각했다.


‘사물들은 원래 엉켜있고 각기 다른 두 가지 사물은 서로를 유인하고 있구나’


그런데 문득 ‘그럼 나는? 지금 내 뒤에는 누가 없는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 밤나무 밭을 지키는 사람이 장자를 도둑으로 오해하고 쫒아왔다. 활을 버리고 도망치며 생각했다.


‘나는 외물을 좇느라 내 몸을 잊었고, 흐린 물을 구경하느라고 맑은 연못을 잃어 버렸다.’


시스템사고란 부분이 아닌 전체를 보는 사고다. 내가 까치라면 눈앞에 사마귀를 보는 것과 함께 뒤에서 자신을 겨누고 있는 화살도 볼 줄 알아야 한다. 이것은 공간을 전체로 보는 시스템 사고다. 그렇다면 시간을 전체로 보는 시스템사고란 무엇일까? 오늘 일어난 문제에 대해 내가 내놓은 해결책이 훗날 새로운 문제를 낳지 않을까 생각해보는 사고다. 시간적 시스템사고를 할 수 있다면 보다 근본적 해법을 내놓게 되며 미래에 일어날 문제에 대해 단계적 해법을 미리 마련해 놓을 수 있다.


2019년 말 중국에서 일어난 코로나19는 한 달 뒤인 1월말부터 한국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이때 한국이 내놓은 해법은 중국 입국자 중심 검사, 유증상자 검사 후 확진시 격리 조치, 확진자 동선 파악, 확진자가 다녀간 곳 방역과 일시 폐쇄, 국민 개인 위생 관리였다. 그로부터 한 달간 확진자 수는 30명에 불과했고 중국에서 전세기로 들어온 사람들 중에도 감염자수는 많지 않았고 속속 격리해제 되었다. 그러던 2월말 종교단체, 요양병원, 콜센터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때 내놓은 해법은 확진자 발생 집단 전수 조사, 국가적으로 단체 행사 자제 권고, 개학일 연기, 드라이브스루를 이용한 의심자 신속검사였다. 국민적 공포 확산과 함께 마스크 수요는 급증했고 일시적 혼란이 있었지만 5부제 시행으로 곧 안정을 찾았다. 여기에 또 다른 심각한 문제가 찾아온다.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와 강도가 높아짐에 따라 경제가 마비된 것이다. 


다시 한 달 뒤인 3월말 집단 발생지 전수조사가 끝나자 국내 확진자 발생수는 두 자리로 줄어 들고 오히려 해외 유입자 확진 사례가 늘었다. 경제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다. 이제 새로운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만약 확진자수가 0 으로 떨어지지 않는 가운데 두 자리수로 계속 발생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학교 수업 일수, 자영업자의 생존권, 기업의 도산을 막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 하는 조건에서 일상 생활로 복귀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코로나19가 있는 가운데서 생물학적 생존권과 경제적 생존권을 동시에 찾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학교 급식 시간을 학년 별로 나누고 일반 개인 식당도 한 테이블에서 마주보고 앉지 않기를 법을 규정하며 공연과 강연에서도 청중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면서 일상으로 가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1월말부터 3월말까지 많은 혼란과 손실 속에 얻은 교훈이 있다. 이번에는 이 모든 과정을 1월말, 2월말, 3월말을 겪고 나서 알았지만 만약 내년에 코로나 19가 아닌 코로나 29가 온다면 그땐 어떻게 할 것인가? 초기대응책, 단계적 대응 매뉴얼을 지금 미리 만들어 놓을 필요가 있다. 1단계, 해외에서 코로나 29가 최초 발생했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 마스크 공급문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어느 선에서 접근할 것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2단계, 국내에서 집단 발생한다면 그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코로나 환자와 일반 환자를 위한 의료 시스템과 전국 도시별 거점 병원은 어디로 할 것인가? 경제 피해 최소화를 위한 과잉 대응 피하기 등도 미리 고려되어야 한다. 마지막 3단계, 출구전략은 어떻게 할 것인가? 까지 모두 만들어 놓고 전국민이 실행갈 수 있다면 우리는 한 번은 당해도 두 번은 당하지 않을 수 있다. 이것이 시스템사고다.

문제가 발생하고 소란을 잠재우는 문제해결자보다, 조용하게 대응하는 시스템사고자가 더 실용적 리더다.



매거진의 이전글 전체를 볼 줄 아는 능력 - 시스템사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