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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밤 Sep 01. 2023

참 부러운 사람

드러내지 않지만 잘난 사람

요새 계속, 브런치에 하고 싶은 말을 썼다가 급 창피해져서 내리는 걸  반복하고 있다. 그러면서 내 마음을 들여다보게 되는 것 같다. 이 글도 내려질까? 앞으로의 내 맘의 변화가 궁금하다.



문득 내가 부러운 사람 유형이 생각이 난다.

내가 부러운 사람은, 자신을 굳이 드러내려 노력하지 않아도 잘난 사람이다.


요즘 같은 자기 pr 시대에선 늘 내가 어떤 사람인지 드러내고자 하는 사람들이 천지에 있다. 그런데 사실 내 주위에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드러내려는 사람보다, 굳이 드러내지 않는 사람 중에 잘난 사람이 더 많은 거 같다.  


고3 때 아이들의 모든 관심이 대입이던 시기, 대학생이던 내 짝꿍의 친오빠가 친구를 자주 데리러 왔었는데 아이들이 "너네 오빠 어느 대학 다녀?"라고 물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친구가 너무 부끄러워하며 말을 못 해서, 괜한 걸 물어봤나 보다고 아차 했던 적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까 내가 살던 경기도 00시에서 1등을 하고 서울대 법대를 다니고 있었던 오빠였다. 친구는 그렇게 학력을 밝히는 것이 잘난 척처럼 보일까 봐, 그리고 사람들이 오버액션을 할까 봐 그게 부담스러워서 감췄던 것이다.


이런 사례는 비일비재한데 교사였던 엄마의 친한 선생님 이야기도 비슷하다. 엄마 친한 분들 자녀들이 대체로 다들 엄친아들인데 (공부만 잘한 게 아니라 인성들도 훌륭)

나보다 2살 많은, 엄마와 친한 선생님 아드님이 중학교 때까지 굉장히 똑똑했고 과학고를 갔다고 들었는데, 이후 적응을 못하고, 공부를 너무 못 해서 인서울 대학이나 갈지 모르겠다고 걱정을 하셨었다. 그때 우리 엄마도 같이 걱정하셨는데. 그런데 그 뒤 소식을 들으니 그 오빠가 수능 전국 30등을 했다는 것이다. 그때도 좀 뒤통수 맞은 느낌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이들은 자신을 내세우기는커녕, 실제 능력보다 더 낮춰서 표현한 케이스들이다.


나는 국어교사를 하다가 상담계로 들어섰는데, 의아한 것이 하나 있다. 국어 선생님들은 참고서 집필 외에는 본인의 학벌을 잘 밝히진 않는 분이 많은 것에 비해, 상담 쪽은 출신학교를 많이 밝히더라는 것이다.

워낙 사이비 상담센터가 많으니, 사설기관에서 근무하시는 분들은 본인들이 정통이라는 걸 밝히기 위해 그런다고 치더라도, 상담교사들 중에 학력을 자꾸 밝히는 분이 많다는 건 신기했다. 이미 검증된 학력으로 교사 시험을 본 것 아닌가?

뭘 드러내려는 건지 궁금해질 때가 있다. 본인의 출신 학교를 sns 소개에 떡 하니 걸어놓으신 분들이 학벌이 좋은 분들이 아니시고(내 기준이 높은진 몰라도) 어떤 분들은 학부를 빼고 교육대학원만 적어 놓으시기도 하던데, 당최 어떤 걸 보여주고 싶은 걸까 궁금해졌다.

한편 상대적으로 중등에서 서울대 비롯한 명문대 출신이 가장 많은 과목이 (서울시 기준) 국어교사들이라고 보는데, 사실 본인들의 출신 학교를 자기소개로 밝히는 경우가 드물다. 본인이 출신 학교로 판단되는 걸 원치 않아하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몇 분들은 수업도 참 잘하시고, 글도 잘 쓰시고, 책도 어마어마하게 읽으시는 분들인데, 항상 스스로를 낮추고, 정말 부족하다고 생각하신다. 늘 부족한 걸 먼저 얘기하신다. 그분들 글에는 누굴 가르치려는 어조가 하나도 없다. 물론 서울대 출신이라는 것도 어디에도 안 밝히신다. 그러나 누구라도 그분들과 있다 보면 똑똑하다는 것을 안다.

난 이렇게 과시하거나 드러내지 않지만, 잘난 것을 감추려 해도 드러나는 사람들이 부럽다. 내가 연수 강사 하겠다고 나서지 않아도 자연스레 강의가 이분들에게 들어온다.


생각해 보면 유명한 작가, 뛰어난 화가나 음악가들 중에 자신의 작품들을 굳이 sns에 올리는 분들은 드물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그분들을 기억해 낸다.


드러내지 않아도 뛰어남을 인정받으려면 어떤 경지에 들어서야 하는 걸까? 나같이 어설픈 사람이나 날 어디선가 드러내려고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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