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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밤 Sep 25. 2023

나이 들어 누군가와 친해진다는 것

생각해 보면 지난 시절 나는, 누군가와

"어, 나랑 비슷해!!!" 하면서 친해졌다. 뭐가 비슷한지 모르겠지만 어떤 공통점을 발견하고 격하게 반가워하고 영혼을 나눴다. 그런데 상대편도 내게 그런 식의 표현을 했기에 텔레파시란 존재하며 늘 통하는 건가 하는 생각을 했다.

신기한 건, 나도 그 당시 몰랐지만, 항상 이쁜 외모를 가진 친구와 친해지고 단짝이 되었단 것이다. 어느 날 누군가가

"넌 왜 이쁜 애랑만 친해?"라고 말해서 깜짝 놀랐던 것 같다.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그러고 보니 나와 친했던 친구들이 모두 이뻤던 것 같아서.

집에 와서 엄마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고 했더니, 엄마가,

"너 몰랐어? 넌 어릴 때부터도 항상 외모가 이쁜 애들하고만 친해지더라. 얘가 외모 보고 친구를 사귀나 했지."라고 하셔서 나도 모르게 놀랐다. 진짜 그랬나? 무의식 중에 이쁜 친구에게 끌렸나?


모르겠다. 내가 어떤 모습에 끌려 누군가와 친구가 되는지.


어릴 때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는데, 초등학교 때와 중학교 때는 나처럼 친구들에게 그림 그려주는 친구와 둘도 없는 단짝이 되기도 했고(나중에 다 미대 간 친구들),

어떨 땐 집 방향이 같다는 이유로 단짝이 되었고,

대학 가서는 옷 입는 스타일이 비슷해서, 모임에서 비슷한 코드에 웃음이 터져서, 종교가 같아서 등등 다양한 이유로 단짝이 되었다.

그러고 보면 다양한 이유로 난 단짝이 많았다.


확실한 건 누군가와의 공통점을 빨리 찾아 친해졌는데, 공통점 때문에 친해진 건지, 호감 가진 친구와 공통점을 찾은 건지 모르겠다.

둘 다이겠지만 후자의 이유도 크지 않았을까 싶다. 이성뿐 아니라 동성 친구와 사귈 때도 '끌림, 호감'은 상당히 중요한 요소였다.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같이 걷기만 해도, 세상 모든 게 재밌어 보였고, 깔깔거리며 웃었다. 세상에서 10대, 20대의 우리는 누구보다 빛났던 것 같다. 너넨 뭐가 그렇게 재밌니 란 말을 많이 들었다. 그렇게 해맑았었다.



이 얘길 쓰는 이유는, 지금의 나는 누군가와 공통점을 찾으려 하지 않는단 것을 깨달아서다. 그만큼 누구에게 난 쉽게 호감을 못 느끼는 건지, 이젠 개성이 다들 강해지고 각자의 경험과 색깔이 뚜렷해져서 공통점을 가진 이를 찾기 어려운 건지.


그런데 어떤 이유건 나이를 먹었기 때문인 것 같다. 사람에게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할 만큼 내 마음이 강퍅해졌을지 모르고, 누군가를 알고 싶어 하는 호기심이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또 누군가와 공통점을 찾기엔 각자가 세상에서 겪은 경험치가 너무 다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더군다나 나처럼 늦게 결혼하고 늦은 나이 아기를 준비한다면 더욱.


이젠 공통점으로 누군가와 친해질 순 없는 나이가 된 것 같다. 그만큼 많이 살아버렸다. 이제 내가 다른 사람과 가까워지기 위해선 노력이 더 필요할 나이인 것 같다. 누군가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 관대한 마음 등. 유연한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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