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그만해주시면 안 될까요, 어머님..
24.2.18.
제발 그만해 주시면 안 될까요, 어머님.
시험관 하느라 난임휴직 중인데
안부전화 드릴 때마다, 만날 때마다,
언제 복직하느냐고 빨리 복직하라고
일해야 아기도 잘생길 거라고
하시는 말씀. 잘 알았습니다.
그렇지만, 제발요, 어머님.
저희가 알아서 할게요.
제 나이 40대.
올해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러니 제발요,
알아서 하게 해 주세요, 어머님.
아까 안부전화 드리는데
혹시라도 직장 그만둘까 봐
걱정이시라는 어머님.
저 안 그만둬요.
어떻게 들어갔는데요,
제가 좋아한 일이었는데요
그런데 많이 속상하네요.
시누는 전업주부 하면서
쓰고 싶은 돈 쓰시며 사시는데.
물론 전 안 그럴 예정이지만
제가 직장 그만둘까봐 그토록 겁이 나실까요.
어떻게 늘 그렇게 같은 얘길 하실까요.
저는, 1년 전 유산하고
자궁 내막 유착이 생겼는데
그게 또 도져서
없던 우울증이 생겨
남몰래 상담받고 있어요.
자랑은 아니지만 그냥 제 마음이 그래요.
"난 유산해도 안 그랬는데, 이상한 일이네"
라고 하셨죠.
네, 이상하게 그런 일이 생겨서 힘들어요.
그러니 제발요. 어머님.
돈도 안 벌고 아기도 안 가진 며느리가
못마땅하시겠지만 제발,
잠시만 기다려주시면 안 될까요.
집에서 노느라 안 심심하냐고 하셨는데
저 안 심심해요. 바빠요.
이거 저거 배우느라 바쁘다고 하면
그 또한 남편이 번 돈이냐고 생각하실까 봐
대답이 힘드네요,
자꾸 여자도 자기계발해야 한다고
직장 다녀야 된다고
놀면 안 된다고
둘이 있을 때나, 남편과 있을 때나,
말씀하시는데.
네 잘 알아요.
잘 알고 있고 전 휴직 중일뿐인 걸요.
그런데 여태 일하며 살았는데
왜 갑자기 저는
"노는 사람"이 돼 버린 걸까요?
손주보다 직장이 더 중요하단 어머님.
그런데 저는 안 그래요.
지금 저는 아기가 더 중요해요.
육아휴직도 오래 할 필요없단 어머님.
임신 중에도 휴직할 필요없단 어머님.
임신초기 유산 안되려면 몸조심해야 한다고 하니
임신초기 유산은 유전자 이상이 대부분이라는 어머님.
네 맞는데요,
그런데 저희 부부가 나이가 많아요.
전 아기가 중요하고요.
그러니 제발,
지켜봐 주시기만 하면 안 될까요.
제발요.
어머님 말씀으로 상처받으며
이 사람과의 결혼을 후회하고 싶진 않아요.
이런 말씀 들으며 사라지고 싶단 생각이 드는 것도
안 하고 싶어요.
결혼 4주년에.
항상 많이 챙겨주셔서 감사해요.
그런데 맞벌이 이야기
잠시만 내려놔주세요.
제발, 정말, 부탁입니다. 어머님.
자꾸 하시는 말씀에
저 정말
초라하고 비참해져요.
어머니, 시어머니.